집 근처에 새로 생긴 약수터

조금만 더 생각하면 모두가 편리해집니다

등록 2001.10.09 10:14수정 2001.10.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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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릴 적엔 바깥에서 한참을 뛰어놀고, 목이 마르면 아무 집에나 들어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셨다. 학교에서도 체육시간에 운동을 하고 수업이 끝나면, 다들 운동장에 있는 수돗가로 모여서 세수도 하고, 또 물도 마시고 그랬다. 이런 것들이 이젠 정말 다 옛날 일이 되었다.

봉이 김 선달이 대동강물을 돈을 받고 팔은 이야기를 책에서 읽으며, '세상에나 물을 돈받고 팔다니...'하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우리는 그때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했던 것과 같이 물을 사서 먹고 있다.


친정집은 C사의 정수기를 몇 년 전 거금을 투자해 들여놓았다. 결혼하기 전 집에서는 그렇게 정수된 물을 마시고, 출근을 하면 회사에서는 생수를 마시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식당에서도 주로 생수를 마신다. 길을 가다가 목이 마르면 조그만 병에 담긴 생수를 사먹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나니, 마실 물이 마땅하지가 않아서 보리차를 끓여먹기 시작했다. 보리를 넣고 보리차를 끓이기도 하고, 결명자를 넣고 결명자차를 끓이기도 하고... 요즘은 한포씩 넣고 끓이면 한 주전자가 되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꽤나 성가신 일이다. 더구나 날 더울 때는 끓고 있는 주전자만 생각해도 땀이 다 난다.

그렇게 최근까지 물을 끓여 마시다가 얼마 전 우연히 지나가는 길목에서 약수터를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면 지하암반수이다. 신림동과 안양을 이어주는 새로난 도로변에 있는 이 약수터는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나오는데, 근처에 아파트도 많이 있고 해서 늘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도 그것을 발견한 이후로는 그곳에서 물을 떠다 먹고 있다.

며칠 전 일요일은 참 한가롭게 하루를 보냈다. 다른 때 같으면 약속도 있고, 또 청소도 하고 해서 바쁘게 보냈을텐데, 그날은 마침 약속도 없고, 청소도 미리 해놓고 해서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텔레비전도 보고, 된장찌개에 밥도 해먹고, 뒹굴뒹굴 쉬다보니, 어느덧 해가 졌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받아놓은 물이 바닥이 났다. 바람도 쏘일 겸 해서 남편과 나는 물통을 들고 약수터로 나섰다. 여느 때와 같이 약수터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그렇게 물이 잘 나오는데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우리 차례가 되었다.


약수를 뜨는데 그렇게 늦어진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한 가지 이유는 대량으로 물을 떠가는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약수터 표지판에는 한 사람당 물을 한 번에 10리터 이상 떠가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말이 있지만 그 표지판에 써 있는 말을 신경쓰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가게를 하시는 분들인 것 같은데, 18.9리터나 되는 큰 병(생수대 위에 올려 놓는 큰 물통)을 몇 개씩이나 가져와서 거기에 물을 받다보니 우리처럼 조그만 통에 물을 받아가는 사람들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물병을 집에서 닦아오지 않는 데 있다. 작은 물병을 두세 개씩 가지고 와서 물을 받아가는데, 집에서 물병을 닦아오지 않으니 물병 먼저 닦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간다.

그냥 한 번 헹구어 낼 수는 있지만, 이리저리 흔들고 몇번씩 헹구어내니 그것도 꽤 많은 시간이 흘러간다. 조금만 신경 써서 물병을 집에서 깨끗하게 닦아온다면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간을 아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이젠 점점 더 이 곳이 알려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다. 더구나 바로 앞에 대단위 아파트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완공되면 그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까지 가세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이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만 신경을 써서 이곳이 유쾌한 물뜨기 장소로 된다면 모두가 기분좋은 일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더불어 사는 세상이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만 신경쓰면 서로에게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텐데 그런 조금의 노력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부터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봐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더불어 사는 세상이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금만 신경쓰면 서로에게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텐데 그런 조금의 노력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부터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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