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사주기 운동, "면 직원이 봉이냐"

나주시, 공무원 1인당 쌀 4백 가마 판매 할당

등록 2001.10.09 12:09수정 2001.10.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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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나주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쌀 사주기 운동'으로 인해 읍, 면, 동 공무원들의 고충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시급한 현안과제로 대두된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나주시는 지난 달 각 실과 소장과 읍, 면, 동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연석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시는 20만(20kg) 가마의 쌀을 각 읍, 면, 동별로 배분하고 쌀 가격은 시중에서 형성되고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각 읍, 면, 동별로 평균 8천가마의 쌀이 할당됐으며, 해당지역 공무원들에게는 1인당 400가마 물량의 쌀이 배당됐다.

읍, 면, 동 공무원들은 400가마 물량을 판매하기 위해 각 담당마을 이장 및 새마을지도자 등에게 부탁, 쌀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불만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읍, 면, 동 공무원들뿐 아니라, 본청 직원들과 부탁을 받고 쌀 판매에 나서고 있는 마을 이장들 또한 자신들의 쌀을 시중에 내다 팔지 못하고 창고에 묵히고 있는 상황에서 남의 쌀을 판매하려고 발벗고 나서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동이기 때문. 게다가 택배비마저 소비자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아무리 고향 쌀이라 해도 쌀값이 시중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택배비 5천원을 더 들여 쌀을 주문하는 향우가 몇 명이나 있겠느냐는 게 읍, 면, 동 직원들의 이야기다.

면사무소 직원 김 씨는 "맨손으로 마을을 방문해 쌀을 사주라고 부탁하면 어느 누가 사주겠느냐"며 "쌀 판매도 장사나 마찬가지인데 밑천이 있어야 장사를 할 것 아니냐"고 시에서 최소한의 경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


특히 김 씨는 "택배비가 전액 지원되지 않을 경우에는 아무리 고향 쌀이 좋다 하더라도 쌀 한 가마 판매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쌀 사주기 운동을 하고 있는 마당에 타 시, 군보다 유리한 입장은 못되더라도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게 해야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연석회의에 참석한 본청 이 씨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얼빠진 계획'인지 몰라도 아직까지도 이러한 구태의연한 행정을 하고 있는 것이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며 "연석회의 도중에 택배비 문제가 거론되자 그 문제는 미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묵살하는 시 사무관을 보고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고 말했다.


쌀 사주기 운동의 첨병 역할을 담당하게 된 읍, 면, 동 직원들 대부분은 "면 직원들이 봉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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