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사고와 선정주의로 얼룩진 언론

미국의 아프간공격에 호들갑 떨지 말라

등록 2001.10.09 12:19수정 2001.10.09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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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반대에도 미국은 꿈쩍하지 않는다. 폭력이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있다. 더 더욱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은 어쩔 것인가?

우리의 언론들은 온통 난리가 났다. TV는 속보경쟁을 하기 시작했고, 신문들은 사진과 함께 엄청난 지면을 전쟁기사에 할애하고 있다. 관련기사는 보통 7~8개 면을 차지한다. 중앙일간지들은 한두 군데를 빼곤 오늘 날짜(10월 9일) 1면 머릿기사의 제목이 거의 약속이나 한 것처럼 똑같다.

美, 아프간 3일째 공습 - 조선일보
美, 아프간 3일째 공습…확전 시사 - 중앙일보
美, 사흘째 공습…확전가능성 경고 - 동아일보
美, 아프간 사흘째 맹폭 - 한국일보
美, 아프간 3일째 공습 - 경향신문
美, 아프간 3일째 공습 - 문화일보
미, 아프간 5차 공습 - 한겨레신문
美,아프간 이틀째 2차 공습 - 국민일보

선정성 있는 기사의 발굴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언론사들은 이제야 호재를 만난 모양이다. 지난 번 뉴욕 테러참사 때에도 TV들은 마치 CNN의 중계국이나 되는 것처럼 실시간 중계를 하더니만 지금도 역시 변함이 없다. 똑같은 화면을 연신 중복 방영하는 모습은 신이라도 난 것처럼 보였다.

오늘자(10월 9일) 한겨레신문 14쪽에는 김성걸 기자의 취재파일이 있었다. 제목은 '조용한 미군, 부산한 한국'. 이 취재파일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주한미군의 경계상태는 지난번 폭탄테러 충격이 진정되면서 낮춰진 B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 이런 주한미군쪽의 움직임과 비교한다면 한국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은 '부산했다'는 평가를 들을만 했다. ...... 상당수 국방부 관리들과 군인들은 '미군은 조용한데 왜 우리가 바쁜지 어색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이 과도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이 취재파일의 지적처럼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이 과도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도 언론들의 과잉보도, 선정적인 보도 때문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국제유가, 국제증권시장, 국내증권시장 등을 보면 이미 반영될 만큼 되어서인지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관심의 초점사인 뉴욕증시는 아프간 공습 이후 9일 처음 개장된 후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51.76포인트 떨어져 9068.01에서 장을 마감했지만 나스닥종합지수는 조금 올라 0.69포인트가 오른 1,605.99를 나타내는 등 보합세를 유지했다.


동시에 오늘 국내증시는 개장초부터 오름세로 출발해 오전 11시 40분 현재 8일보다 11.13 포인트 오른 507.26 를 나타내고 코스닥 지수 역시 8일보다 2.39 포인트 오른 55.94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격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하락세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또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인한 중동지역 수출입 영향이 걸프전 때보다는 작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한국 무역협회는 운송차질과 소비심리 위축 때문에 중동지역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겠지만 걸프전 때처럼 수출 감소폭이 40%씩이나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전쟁의 와중에서도 오히려 국제와 국내경제는 안정적이라는 보도들이다. 그리고 전쟁의 불똥이 우리에게 직접 튈 염려도 없다. 그렇다면 미국의 아프간 공격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전쟁은 사실 경제적인 일부의 손해 외에는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의 언론들은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일까? 언론처럼 냉정한 자세를 견지해야만 주체도 없을 터인데, 남의 전쟁에 흥분을 하는 언론들을 보면 측은하기까지 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한편에서 양식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이 평화를 호소하는 애타는 소리가 들리지만, 우리 언론들은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 주최한 "테러 및 전쟁중지와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평화쪽지 이어 날리기"에는 벌써 3651명이 쪽지를 날리고 있다. 또 민중연대,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등 7개 사회단체들은 8일 낮 12시 서울 용산 미8군사령부 정문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미국정부의 보복전쟁이 폭력과 재앙을 불러오고 세계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언론들의 선정적인 보도는 일반 국민들에게 심리적 동요를 주어 경기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언론들이 진정 올바른 철학을 가졌다면 신중히 보도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전쟁의 피해를 드러내야 하며, 더더구나 민간인 피해에 초점을 맞추고, 평화를 갈망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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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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