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모든 직업엔 최고의 경지가 존해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단순히 기능상의 완결성만으론 달성될 수 없는 것으로 그 이상의 무엇이 반드시 갖추어져야만 한다.
도예가는 혼의 예술을 구현하기 위해 한 점 티끌도 허락치 않으면 자기 노고의 산물을 미련없이 깨뜨린다. 이런 피나는 고통없이 사사로움에 얽매였다간 대의를 그르치기 십상임을 이들 대가들은 일찍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빛나는 결정체만이 우리가 공존하는 현세를 밝힘은 물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관통하는 역사의 흐름을 매끄럽게 이어줄 수 있다. 이는 인류의 조상과 그들에 의해 대대손손 전해지는 문화가 증명하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겠지만 언론에 있어서도 수많은 대가의 탄생이 절실하다. 그리고 그들에 의해 한 시대의 자화상이 마치 거울처럼 정직하게 글로 옮겨져야 한다. 그래야만 누구나 쉽게 한 시대의 진실을 명철하게 꿰뚫어 볼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균형잡힌 사회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언론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불행히도 현재 우리 언론은 위기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지난 4월 언론사 세무조사를 필두로 본격 대두된 언론의 문제는 특정 언론사에 대한 반대 움직임에 이르러서 더욱 본격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언론의 부패를 둘러싼 국민적 저항의식을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것이며 이제 국민을 위한 언론탄생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언론은 이에 어떻게 화답해야 하는가? 물론 언론을 향한 모든 의혹을 떨쳐버리고 국민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는 진정한 국민의 눈과 귀, 그리고 입으로 거듭나야 한다. 또 그러기 위해선 아래로부터의 근본적인 쇄신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 구체적 방안 가운데 하나이자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 바로 바른 언론인을 키워내는 일이다.
지금 현재 많은 이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업을 수행하기 위해 그 준비과정에 매진하고 있다. 급기야 이런 열풍은 '언론고시'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는 정도이니 그 경쟁의 흐름을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언론현업에 종사하고 있으니 이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인적토대가 언론계엔 마련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온갖 어려움을 감수하며 사회적 소명을 받기까지의 기개가 막상 현실에 와서 좌절되는 경우를 보게 될 때면 이러한 노고에 뭔가 결핍된 것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논리적인 필치로 유려하게 글을 써내려가는 능력 외에 언론인을 언론인답게 만드는 덕목은 과연 무엇이겠는가?
우선 이들에겐 치열한 사회참여의 경험이 뒷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누구나 장시간의 연마로 필요한 형식상의 기능을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글이 과연 독자에게 무엇을 전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한낱 고담준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회의 기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낮은 곳에서 충분한 경험을 습득하는 일은 이에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는 언론인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겸양을 쌓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폭넓은 경험은 글의 진실성을 확보하는 데도 크나큰 힘이 될 것이니 예비 언론인 혹은 언론인이라면 이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참된 언론인으로서 반드시 잃지 말아야 할 덕목의 또 다른 하나는 높은 윤리적 소양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일부 언론의 문제를 통해 그 안에 속해 있는 언론인의 문제가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뼈아픈 비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직업인으로서의 언론인만이 존재한다'는 것임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우리 사회의 흐름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여 이를 펜 끝으로 날카롭게 풀어내야 할 이들이 그 직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언론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더욱이 이들의 지성이 그가 속해있는 집단의 부도덕함을 파헤치는 데엔 전혀 발휘되고 있지 못한 현실에 비추어 봤을 때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는가.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 능력이 적절히 발휘되지 못한 채 굴러가는 펜대는 독사의 혓바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참다운 언론인으로서 갖추어야할 세 번째 덕목은 바로 공평무사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을 현실에 그대로 반영해 보다 실천적인 면모를 갖춘 언론인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치열한 경험과 높은 윤리적 소양의 완비는 언론인에게 있어 꼭 필요한 선결과제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완벽하게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스스로 바른 길을 걸어나가려는 의지가 없다면 모든 것은 공으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정치권으로부터 오는 부당한 압력, 광고를 무기로 한 경제권력의 횡포, 그리고 각종 문화권력들의 조직적 저항까지 바른 언론인의 길을 위협하는 요소들은 도처에 깔려 있다. 이들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물리칠 추상같은 기개없이 한 시대를 기록하여 후세에 전달할 소임을 맡을 수는 없다. 온갖 불의와 타협하여 공평무사한 시각을 잃는다면 한 치 앞 제 발 밑조차 제대로 볼 수 있겠는가. 그 대답은 너무나도 자명할 것이다.
언론은 한 사회의 혈관이며 언론인,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사회상은 뜨거운 피의 다름 아니다. 부패한 피로 한 생명을 연장시켜 나갈 수 없음은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에 정직한 언론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는 지극히 정당한 것이며, 참된 언론인에 대한 사회적 대우와 존경 역시 필수불가결한 것이라 하겠다.
우리 사회는 바로 이러한 사회적 존경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언론인상을 확립하여 이들을 꾸준히 길러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인을 꿈꾸는 젊은 지성 역시 이에 부합하여 전인격의 발달을 위해 보다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들의 노력에 '어떻게 하면 참언론인을 향한 높은 이상을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이 빠져 있다면 언론인으로서의 성장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단순한 업으로, 언론인으로서의 지위를 영달의 수단으로 여기는 풍토에서 언론에 대한 국민 일반의 존경과 신뢰는 싹틀 수 없다.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현장을 누비는 대기자의 모습에서, 이들의 연륜으로 읽어낸 사회상의 공유를 통해서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망은 자라나는 것이며 이 사회가 진보의 기틀을 다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이는 그 무서운 힘이 언론인에게 주어져 있음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에 언론인은 자고로 높은 이상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언론인들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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