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KBS 부부 클리닉은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는 며느리에 대한 것이 방송되었다. 처음에는 순한(?) 시어머니를 모시려고 하지 않는 그 며느리가 이상해 보였고 같은 여자지만 어쩌면 저럴 수가 있는가, 밉살스러웠다. 그런데 보다보니 이상한 점이 하나 둘씩 발견된다.
그 며느리는 반대를 무릅쓰고 약을 먹어가는 투쟁 속에 결혼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반대하던 시집 식구들은 결혼과 동시에 천사가 된다. 그리고 며느리는 그 동안의 설움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심보였는지, 이기적인 모습의 처에 못된 며느리로 변하고 만다.
미워할 이유도 없어 보이는데 시어머니나 시집 식구들을 싫어하는 며느리. 바보같이 순진한 아들. 가련하고 순해빠진 모습의 시어머니. 며느리의 도리와 희생을 해온 큰며느리와 가장이자 아들 노릇을 한 큰아들. 그 집에서는 새로 들어온 며느리만 나쁜 사람이다.
드라마는 힘들여 길러 성공한 아들의 돈을 누가 가지느냐 하는 것을 갈등의 원인으로 그리고 있었다. 그것이 며느리이자 부인인 그 여자가 누려야 할 것인가 아니면 키워준 어머니가 누려야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공부를 시켜준 형에게도 나누어주어야 할 것인가.
나도 결혼해 살면서 가장 혼란을 느꼈던 부분이 이것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통장을 확인하는데 가입한 적이 없는 보험의 보험료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놀라서 확인을 해 보니 시어머니가 말도 않고 보험료를 자동이체한 것이었다. 얼마 되지 않는 액수였지만 기분이 나빴다. 남편은 그 정도도 아들이 못해주는 것이냐고 했지만, 친정 부모가 떠오르며 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다.
시어른들의 당당함과 도를 지나친 무례함은 이 정도다. 작고 큰 차이는 있겠지만, 아들은 노후를 보장해주는 보증수표보다 든든한 것이고 대통령 입김보다 강력한 백인 것이다.
이번 방송은 가족, 특히 시가를 포함시킨 가족의 중요성을 교육시키려고 극단적인 경우를 만들어낸 것 같다. 그것도 '효'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결혼생활은 부모를 잘 봉양하는 것에 가치가 있는 것인 양, 그렇지 않다면 비도덕적인 일이 되는 것으로 단정짓는 그런 것이었다.
이 문제에는 당연하게 그 여자의 친정은 없다. 그 며느리의 내면도 없다. 그저 허영심만 가득한 속물로 그려진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단지 결혼이란 것이 시가와의 문제만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름지기 결혼한 여자는 시가의 일에만 열심이면 된다는 구시대적인 발상까지 당당하게 보이고 있다. 거기다가 당연하게 나이든 부모를 책임지고 모셔야 한다는 교훈까지 얹어서 그냥 보기에는 너무 불편한 드라마가 되고 말았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었다. 그 며느리는 아들이 하나 있다. 그녀가 그 어린 아들에게, 마침내 내가 우려했던 질문을 던진다.
"넌 이 담에 누구랑 살 거야?"
"난 내 색시랑 살 거야."
"그럼 엄마는?"
"엄마는 양로원 가면 되잖아."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고려 때던가 늙은 부모를 갖다 버리는, 그랬다가 반성하고 부모를 다시 모시고 온다던 그 얘기다. 효를 강조할 때마다 감초처럼 따라 붙는 고려장 이야기다.
이 드라마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지 그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확실하게 알았다. 소름이 쫙 끼친다. 이것은 명백하게 여자들, 특히 며느리들을 재교육하자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다.
한마디로 '너는 자식을 안 기르느냐. 너 그렇게 살다가는 네가 그랬던 것처럼 네 자식에게 당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부모에게 효도를 하거라'이다.
그 며느리가 늙은 부모를 어째서 꼭 자식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요 할 때, 코웃음치던 판사와 변호사는 그럼 양로원에 부모를 가게 한 단 말입니까 한다. 당당한 무식이 아닐 수 없다. 노후의 복지라는 것을 아직도 양로원 운운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벌어지고, 그 배후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며느리들이 그 말에 박수를 치며 마음을 돌려 잡을 것이다. 국가가 해주지 않겠다니 며느리들이 앞서 나이든 세대를 희생과 봉사로, 아니 자식된 도리로 기꺼이 봉양해야 한다고 마음을 잡을 것이다.
며느리들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를 모시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면 친정 부모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고, 부모를 모시는 것이 싫으면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는 그런 권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 여자를 천하의 몹쓸 며느리로 그려놓은 드라마를 보면서, 그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그 당당한 왜곡에 화가 난다. 왜, 아직도 결혼의 문제에서 시가와의 문제가 그렇게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인지. 이 풀리지 않는 매듭에 답답한 심정으로 지켜본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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