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떠나는 신혼여행기

부모님께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신 후 쓰신 글입니다

등록 2001.10.13 15:46수정 2001.10.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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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모님의 신혼여행기를 가상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부모님이 멋있는 여행을 다녀오신 후 이렇게 글을 적어보면 어떨까 해서 이 글을 올립니다. 여행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결혼하신 지 벌써 20년이나 되시는 저희 부모님. 저 때문에 속상한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제가 부모님을 제일 사랑하는거 아시죠?

영원히 서로를 아끼며 서로를 사랑하는 행복한 잉꼬 부부가 되세요. 사랑하는 딸이 띄웁니다.>


설레임의 큰 꿈을 안고 태양의 바다를 건너 국토 남단의 끝 한 점으로 서 있는 저 남국의 하와이 5000미터 상공 아래 펼쳐지는 망망한 운무의 춤 사위를 헤치고 우리들의 두 날개는 행복의 은빛으로 새가 된다.

행복의 날개를 펼친 꿈의 새는 어느새 돌과 바람과 여자가 있는 섬으로 거대한 날개를 접고 내려 앉는다.

어린 동심으로 돌아가는 그 설레임으로 대기해 놓은 버스를 타고 해안도로를 단숨에 달려간다. 태형양의 거센 파도를 안고 용트림으로 서 있는 바위 앞에 이르렀다.


제주의 설화를 연상케하는 봉두암. 우리들은 그 첫번째의 이정표에 이르러 비로소 여행의 즐거움과 쾌감을 갯비린내와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일행은 제주 특유의 해산물로 끊인 매운탕을 맛있게 먹고 제주 시내 삼성혈에 그 곳의 생성과 생태계 그리고 토속적인 유물들이 전시된 박물관을 구경했다.


제주 시민의 안식처 사라봉. 제주함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바로 그들만의 사랑이요, 아름다운 낙조와 더불어 꿈을 펼이는 자연공원인 것이다.

여지 없이 짜여진 일정 속에서 하루에 매여진 관광 스케줄을 끝내고 아직은 서먹한 만남의 거리감을 즐거운 식사와 더불어 좁혀갔다. 남국속의 대화는 노오란 바나나 열매처럼 속깊게 익어갔다.

먼 일상을 털고 일어선 섬나라 속의 레크레이션은 우리들의 여흥을 정답게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구름낀 밤하늘... 다정한 부부와의 대화와 첫날밤(?)의 설레임... 그렇게 밤은 여독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이튿날 새벽공기를 따라 갯내음은 코끝에 와 닿고 우리들은 선잠으로 눈을 떴다. 상큼한 여정의 즐거움이 콧노래로 배어나오는 둘쨋날, 거대한 제주의 터전 위에 일구어 놓은 한림공원 그곳에는 세계 유일의 2차원 동굴과 이국적인 야자수가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자, 나그네의 바쁜 걸음은 두번째 코스로 이르게 된다. 그곳은 기암절벽과 용이 머리를 틀고 바다로 들어가는 형상이 있는 해안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기기묘묘한 자연의 솜씨에 탄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주상절리로 가는 길. 제주의 흑진주라고나 할까? 이름도 무색한 화강암의 대열은 9월의 따스한 햇볕을 안고 휴식으로 앉아 있었다.

드디어 수평의 대양들이 파도의 천병(오초)처럼 벌집을 닮은 육각기둥의 적벽으로 달려들고 있는 주상절리. 철썩철썩 자연이 빚은 위대한 조각예술은 제2의 해금강이다.

또 다시 우리는 여정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지의 정원으로 달려갔다.
하늘로 뻗은 곧은 물줄기, 힘차고 거센 역동의 물줄기는 안개꽃으로 피어나는 물보라를 연출하고 있었다. 한라산의 정기를 따라 해안으로 뻗은 신령스런 물줄기는 오늘도 변함없이 풍요의 바다로 흘러들고 있었다. 태평양의 전설처럼 짙은 그리움을 노래하는 해지는 낙조를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을 안고 우리들은 하루의 달콤한 피곤을 느끼며 숙소로 돌아갔다.

드디어 마지막 여행의 길목이 끝나는 날. 이틀간 제주풍과의 파노라마를 떠올리며 퉁퉁 부어버린 두 다리는 피곤도 아랑곳하지 않고 토속민들의 정서와 풍습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산굼부리 민속마을에 다다랐다.

낮게 드리운 초가지붕이 제주를 지키는 당산 나무처럼 역사와 세월을 지켜온 팽나무와 느티나무가 큰 눈을 부릅뜬 채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여독을 달래는 민속차 한 잔으로 우리의 몸속에는 오미자 향으로 가득하다. 길에서도 쉬지 않는 나그네의 발걸음은 제주의 암단을 지키는 수문장을 닮은 성산 일출봉에 다다르고...

오오츠크해의 물결과 태평양의 따스한 물결이 만나는 그곳에서 원시의 나목과 팔백년 동안 제주를 지켜온 거목의 비자나무가 숨쉬고 있다.

타임머신을 탄 우리들의 신혼여행은 해안도로를 따라 해녀촌에 이르러 싱싱한 해산물과 막소주 한잔으로 아쉬움과 석별의 정을 나누면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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