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경찰 이야기 : 영국경찰개혁의 방향

자치경찰 통폐합과 과도한 경찰연금 개혁

등록 2001.10.15 20:46수정 2001.10.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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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경찰개혁 책임자 임명

우리나라 경찰은 그 열악한 처우로 인해 고통받고 있어서 아무리 봉급이 인상되었다거나 3부제 실시 확대라든가 하는 등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처우 개선 문제야말로 가장 급선무로 되어 있다. 수사권독립이나 자치경찰 실시보다 오히려 이 문제가 우리나라 경찰개혁의 관건인 것처럼 되어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영국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되는 듯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즉 최근 영국 정부는 경찰활동의 업무표준 모델을 면밀히 조사하여 현실에 맞게 재설정하며, 범죄와의 싸움에 있어서도 인적 자원을 낭비되는 이른바 "스페인적인 병폐"에 일소하기 위하여, 즉 영국경찰에 대한 과도한 연금지급이나 루스한 근무를 타이트하게 죄기 위하여 국무부에 담당 부서까지 두기로 지난 9월 발표한 바 있다.

영국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저돌적이며 강력한 스타일의 개혁추진론자를 담당 부서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금년 총선 이후 국무부장관으로 임명된 영국의 데이빗 블렁킷 장관은 일선 경찰관 뿐만 아니라 일부 고위 경찰 수준에서조차도 경찰개혁에 대해 저항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돌파해나갈 수 있는 "대형 타자"를 찾는 일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왔다.

이달 말 이 국무부 "경찰개혁과"의 부서장에 임명될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로는 그동안 경찰에 대한 회계감사와 조사업무를 수행해온 현 경찰회계감사국 국장인 안드류 포스터와 국무부 경찰감찰관실에 근무하는 케이트 플라너리 등이 있다.

케이트 플라너리 역시 회계감사원(Audit Commission)에서 일했던 적이 있으며 경찰에 대한 비판적인 보고서를 여러 건 작성하는데 이바지해 왔다. 10만 파운드 대의 연봉을 받게 될 이 부서장 자리의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는 민간 학계에서 발탁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교육부장관을 거쳐 현재 국무부 장관을 맡고 있는 블렁킷 장관은 교육분야 업무표준위원회의 전임 담당관이었던 우드헤드와 유사한 사람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우드헤드는 많은 교사들로부터 비난받았으나 지금까지도 여전히 학교 분야의 업무표준의 수준을 제고시키는데 영향력이 컸던 인사로 간주되고 있다. 당시 블렁킷 교육부 장관과 우드헤드 차관은 우리나라 국민의 정부 이해찬 교육부장관의 역할과 유사한 교육개혁 업무에 매진했었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국무부 "범죄감소, 경찰활동, 커뮤니티안전" 담당 차관인 존 덴함은 9월초 "경찰개혁"이야말로 자신의 핵심업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경찰개혁]이라는 국무부의 홈페이지의 한 섹션에서 이 웹사이트는 철저하면서도 의미 있는 경찰개혁을 위해 경찰, 관련 단체, 국민 등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통로 역할을 다할 것을 자임하면서, 특별히 각급 자치경찰청과 자치경찰위원회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찰개혁의 우선순위

우리나라 경찰이 자치경찰 도입이라는 개혁과제를 두고 사실상 그리고 실질적으로 경찰 내부의 반대로 자치경찰 도입이 좌절되고 있지만, 외형상으로는 정작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집권당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한편 다른 공무원 분야와 형평을 맞춘 경찰 직급조정이나 보수 현실화 문제 역시 예컨대 경찰직을 특정직 분야로 인식하는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경찰노조는커녕 경찰관협의회 조차 쟁취해내지 못한 경찰내부 역량의 취약성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것도 외형상으로는 경찰 수뇌부가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두 문제는 영국의 경우 정반대 측면에서 경찰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첫째 영국정부의 방침은 전국적인 경찰활동 표준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현재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 있는 43개 자치경찰청을 20개의 강력한 대단위 자치경찰청들로 통폐합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보고 이를 추진할 예정으로 있다.

둘째 우선순위가 앞부분에 올라와 있는 또다른 경찰개혁 과제로는 군소 자치경찰청 통폐합 문제 외에도 건강상의 이유라고 하는 의심스러운 이유로 조기 퇴직하면서 연금은 모두 받아 챙기는 일부 경찰관들 및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초과근무 수당지급 등의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경찰연금제도 개혁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광역화의 이점

영국에서는 현재 43개 자치경찰청에서 보다 광역화된 20여 개의 자치경찰청으로의 새로운 자치경찰 단위를 도입하게 되면 차량범죄와 강절도 사건에 이르는 범죄 문제라든가 999 긴급전화에 대한 경찰의 대응출동 시간의 단축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전국적 표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각급 자치경찰청들은 각기 자체적으로 긴급전화를 접수 처리하며 범죄현장에 출동하도록 하는 표준모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에서 경찰활동을 이렇게 더욱 광역화하면 할수록 DNA 감식, 컴퓨터 기술, 수사경찰에 대한 보다 개선된 교육, 커뮤니티 경찰활동에 있어 순찰활동의 강화 등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를 보다 더 잘 적용 및 활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일선경찰의 반발

영국정부의 이같은 경찰개혁 과제들은 중앙정부와 각급 자치경찰들 사이에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우선 각급 자치경찰청장들은 영국의 오랜 전통인 경찰 "운영(작전, 관리)의 독립성"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20 여 개에 이르는 각기 다른 전국적 표준업무모델을 적용 받고 있으며, 이들은 새로운 관료기구와 투쟁해야 한다고 걱정들을 하고 있다. 국무부는 이를 위해 이미 영국경찰 노조 총연맹과 장시간 대화를 해나가고 있다.

반면 경찰노조 연맹측은 개혁을 환영하지만 그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들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한 실제 증거로 거론되는 것들에 대해서도 주목하기를 바라고 있다. 어쨌든 경찰정책 담당 국무부 차관은 대결은 피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우선 개혁과제 : 경찰의 질환연금제도

경찰관들 사이에서 증가하고 있는 "스페인적인 병폐들" 가운데에서도 국무부의 개혁과제의 최우선적인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질환을 이유로 한 경찰퇴직연금 제도의 파행운영에 관한 것이다.

경찰개혁 추진론자들이 "황금의 청진기"라고 명명한 바 있는 이런 관행들은 사실 의학적인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 퇴직하여 이득을 크게 보려고 하는, 경찰업무에 환멸을 느끼거나 중년에 이른 경찰관들에 의해 남용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 고위급 경찰관들은 나태하거나 별 쓸모가 없는 경찰관들을 제거하는데 이 제도가 남용되는 것을 방치해 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수백만 파운드의 세금이 그런 데에 쓰이며, 계속 남아서 근무해야 하는 경찰관들도 이들에게 자신들의 적립금을 이들의 연금지급에 충당해야 하는 등의 피해를 입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건강한 스포츠맨, 질환퇴직 신청?

비판자들은 잉글랜드 지역의 큰 규모의 자치경찰청의 총경이 40대 중반에 연금을 신청한 경우를 지적하고 있다. 오래 동안 매우 활동적인 경찰생활을 한 후 그는 경찰후보 시절 다쳤던 발목 부상이 재발하여 더 이상 경찰직을 하지 못하겠다고 고충민원을 제출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매우 건강한 스포츠맨이었으며 오랫동안 높은 수준의 기량을 발휘했었다. 또한 그는 민첩한 코치이기도 했다. 그가 소속한 자치경찰청은 상처가 너무 오래 된 것이어서 그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기준은 그가 "일상적인 경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 여부, 그리고 아픈 발로 순찰을 더 이상 할 수 없는가 하는 여부였다.

결국 그는 3만 파운드의 연금(한화 약 6천만 원)을 물가지수에 연동시켜 달라고 요청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 해 동안 연금을 받을 수 없으며 거기다 추가 금액을 덧붙여 주어야 한다고 하였다. 경찰직 수행 도중에 상처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금부담 너무 커져

이런 경우 통상적인 연금 지급보다 몇 곱이 지출되게 되어 있다. 이로 인해 각 자치경찰청 연간 예산의 16%가 여기에 지출되고 있다. 1999-2000 회계년도 연금지급은 10억 파운드(한화 약 2조원)에 달했으며 이것은 전체 경찰봉급 총액의 4분의 1에 해당하였다.

이런 문제의 뿌리에는 근본적으로는 가령 경찰로 30년 근무한 경우 최종 봉급의 3분의 2를 연금으로 지급한다는 연금제도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5세가 되면 물가지수에 연동한 연금을 지급해야 된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라면 조기 지급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다.

1998년 국무부가 최초로 이 연금제도에 대해 조사했을 때 13년을 근무하고 33세의 나이에 퇴직하는 경찰관에 대하여 각기 다른 결과치를 조사해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가령 경찰관이 다른 직장을 구하게 된다면 그래서 60세가 되어 경찰연금 지급을 요구하게 되면 지난 10년 간에 대해서 그 퇴직 경찰관은 연금으로 매년 6만 9천 파운드(한화 약 1억 3천 8백만 원)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질환연금 신청

하지만 해당 경찰관이 그렇게 하지 않고 질환연금을 신청한다면 그는 70세까지 연간 24만 파운드(한화 약 4억 8찬만 원) 이상을 받게 된다. 게다가 그가 만일 조금이라도 장애를 입었다면 45만 파운드(한화 약 9억 원)의 연금을 받게 된다.

마침내 국무부는 1996-97 회계년도에 모든 퇴직경찰관들 중 44% 이상이 질환연금 수혜자였음을 파악하게 되었다. 머어시사이드 자치경찰청의 경우 그것은 76%나 되었다.

1999-2000 회계년도의 경우 그 전국평균치가 31%로 떨어졌지만 맨체스터 광역시 자치경찰청의 경우 56%에서 스태포오드셔 자치경찰청의 경우 5%에 이르기까지 각급 자치경찰청 별로 그 편차가 매우 컸다.

2000-2001회계년도의 경우 전국평균치는 29%이었지만 국무부 자료에 의하면 자치경찰청간 편차가 여전히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자치경찰청은 심지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기까지 하는 곳도 있으며 국무부가 모든 자치경찰청이 33% 이하로 줄이라고 제시한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한참 먼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금 제도 그 자체뿐만 아니라 여럿으로 나뉘어 있고 너무 커서 다루기 힘들며 시대에 뒤진 경찰관련 법규들 때문에도 이런 많은 문제점이 초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한 자치경찰청장은 "관련 규정들이 해당 시행령에 너무 소중한 것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마치 꼼짝 못하고 있는 거대한 성채와도 같습니다"고 연금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경찰개혁

영국 경찰이 자치경찰 단위를 광역화한다든지 경찰복지의 과도한 보장으로 인해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이른바 "경찰개혁"을 내세우는 것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매우 생경한 내용이 될 것이다. 나라마다 경찰의 역사나 위상이 다른 만큼 경찰개혁의 과제는 의당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국경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자치경찰 문제든 과도한 지출로 인한 경찰연금 문제든 그 개혁은 경찰 스스로가 아닌 국민의 요청과 정치적 결정이라고 하는 외부적 요소 및 경찰노조나 청장협의회 같은 경찰단체 간의 대화와 협의 속에서 그 해법을 마련해서 제대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때 정치권은 납세자와 국민들이나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여 정책화하여 이를 추진한다. 우리나라 경찰개혁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이나 정치권 어느 일방의 주장만을 토대로 그 과제들이 내세워졌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경찰개혁에 있어서 자치경찰 도입과 분리하기 힘든 경찰수사권 독립 문제의 경우, 사실상 자신의 안일을 앞세운 경찰 수뇌부의 외면으로 인해, 그리고 경찰도 마찬가지지만 검찰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의 검찰 편들기로 인해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킨 채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나 시민단체의 적극적 움직임 및 경찰 내부의 단결과 결집된 의지 등이 없기 때문에 더욱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내부 목소리 강화를 위한 시도조차 스스로 억누르고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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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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