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대안 찾기
실제로 어떻게 경찰에게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할 것인가? 학계에서는 여러 논의와 방안들이 더 많이 제시되고 있기도 하지만 우선 크게 다음 두개 방안으로 나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경찰 내부에서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나 대안제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검찰과 함께 해야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권 조정 그 자체를 절대 터부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나설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는 점을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치경찰 모델 논쟁에서도 최종 결론을 내리기 힘들 정도로 여러 모델이 제시된 바 있는 것처럼 수사권 독립 모델에 있어서도 다양한 모델이 제시될 수 있다.
따라서 수사권 독립 방안에 있어서도 구체적으로 영국형, 미국형, 프랑스형, 독일형, 북구형, 일본형 등과 같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우리나라 경검 개혁에 알맞은 방안 제시를 위한 자료제시 차원에서라도 그 대안제시가 아쉽다 할 것이다.
제1안 : 경찰에 제1차적 수사권 부여방안
이 방안은 경찰에 제1차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경찰·검찰이 공히 모든 범죄에 대하여 수사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보조기관에서 탈피하여 '제1차적 수사기관'으로 하고, 검찰은 '제2차적 수사기관'으로 역할을 분담토록 하는 것이다. 범죄수사의 효율성을 기하고 상호 견제기능을 발휘토록 하기 위해서이다.
수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체포·구속·압수·수색"에 관한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헌법규정인 점을 감안하여 현행체제를 유지하되, 헌법 개정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규정을 삭제토록 한다.
대신 검찰은 사법경찰에 대해 일반적 지휘권만을 행사토록 한다. 그러나 이 권한은 수사를 적정하게 하고, 공소수행을 완전하게 하기 위한 일반적 준칙에 한정토록 한다.
검·경의 '상명하복' 관계를 '상호협력' 관계로 조정하여 사법경찰관과 검사는 범죄수사에 있어 상호 협력토록 하고, 검사의 '개별적 지휘'를 '일반적 지휘'로 개선토록 한다.(형소법 제196조의2, 제196조의3 신설)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검사의 지휘감독' 및 사법경찰관리의 '복종의무' 규정을 폐지(검찰청법 제4조와 제53조)하고,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체임요구"의 범위와 요건을 조정토록 하며(검찰청법 제54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상의 "징계·해임·체임요구"등 '사법경찰관리의 행정책임' 규정을 폐지토록 한다.(검찰청법 제10조)
법무부 자체 부령으로 정한 사법경찰관리의 '정보보고 의무' 규정은 폐지하고, 주요범죄 발생 때마다의 '수사사무보고' 및 '범죄통계보고'를 현실에 맞게 "통보" 사항으로 조정토록 한다.(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 제11·12·13조)
또한 경찰의 독자적 수사개시권을 인정토록 하여, 사법경찰관도 검사와 같이 범죄혐의가 인정될 때에는 검사의 수사지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을 개정하고(형소법 제195·196조), '변사자 검시' 때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 것을 사법경찰관도 직접 검시를 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형소법 제222조).
한편 사법경찰관리의 '관할 외의 수사보고' 제도를 폐지하고(형소법 제210조), '구속영장집행'을 사법경찰관리도 직접 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며(형소법 제81조), '압수물의 대가보관', '환부·가환부', '압수장물의 환부' 등에 있어 검사의 "지휘"를 "협의"로 조정한다.(형소법 제219조)
그리고 수사서류 중 '범죄사건부', '구속인명부'는 미리 매면마다 관할지방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청장의 간인을 받도록 한 것을 경찰서장의 간인으로 조정토록 한다.(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 제61조②)
나아가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조서의 '증거능력'을 강화토록 한다. 즉 검사 및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검증조서"의 증거능력은 동일하므로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도 검사가 작성한 조서와 동일하게 인정토록 한다.(형소법 제312조)
그리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부분적으로 인정하여, 사법경찰관 수사사건 중 "혐의 없음, 죄가 안됨, 공소권 없음" 사건은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이를 송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관계 규정을 신설토록 한다.(사법경찰관리집무규칙 제54조 단서)
제2안 : 수사권의 기관별 분점방안
이 방안은 1차적 수사권과 2차적 수사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일정한 범죄에 대해서만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토록 하는 방안이다.
이때 일정한 범죄의 범위는 법정형량·범죄종류·수사단서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되, 수사지휘 검사직급과 사법경찰관리의 범위를 조정하고, 일선 수사관행 및 현실과 맞지 않은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토록 하는 방안이다.
경찰에게 독자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범죄의 범위는 경범죄·단순 국민생활침해사범 등으로 하되, 이 경우 경찰수사대상 범죄를 예시한다면 교통사고, 도난, 폭력 등 단순범죄 또는 법정형이 장기 5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해당 범죄 등으로 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형사소송법 제196조에 예외규정을 신설하고, 그 구체적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1993년도의 경우 형벌범 약 68만건 중 교통범죄 25만건, 폭력 19만건, 절도 6만건 등 총 67만건으로 전체의 98%를 차지하였다. 현재도 대략 비슷한 추세를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
마지막으로 수사지휘 검사직급과 사법경찰의 범위를 조정하여, 수사지휘검사의 직급을 부장검사 이상으로 제한하고, 사법경찰관리의 범위는 현행 경무관-순경에서 이를 개정하여 경정-순경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압수물 등 가환부, 구속영장 집행, 변사자 검시 등에 관한 규정, "혐의 없음, 공소권 없음, 죄가 안됨"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종결권, 사법경찰관의 '정보보고', '수사사무보고' 규정, 사법경찰관리의 '관할 외의 수사보고' 규정, 사법경찰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증거능력,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징계, 해임, 체임요구 요건 등에 대해서는 제1안을 준용토록 해야 할 것이다.
1996년 7월 국민회의와 자민련에서 검토한 바 있는 형소법 개정안에서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상해, 과실치사상, 절도, 강도죄 및 폭처법, 특가법, 특강법, 화처법, 도교법, 교특법 위반 사범에 대하여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발의조차 되지 않은 이유는 언론을 통해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어쨌든 당시 이에 대하여 양당에서는 아무런 당론수렴 과정에서 이견이 제출되었다는 보도는 전혀 없었다.
제3안 : 전면적인 수사권 독립 아닌 단계적 독립
현재 사법경찰관의 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고 있는 관계로, 피해자든 참고인이든 다시 검찰에서 2중으로 조서를 작성해야 되며, 이로 인한 수사기간의 장기화와 인권침해 소지는 매우 크다.
공무원범죄, 지능범죄, 정치적 사건, 마약사범 등 고도의 법률적 지식을 요하는 사건과 검사가 인지한 사건에 대해서 검찰이 수사하되, 민생치안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이 방안은 과도기적으로 경찰수사권을 최소한의 선에서 인정하는 절충적인 방안이다. 우선 제한적으로, 상해, 업무상 과실, 절도, 강도, 폭력, 교통사고 관련 범죄 등에 대해서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 총범죄 발생건수 대비 위와 같은 민생치안범죄 비율은 95년 69.8%, 96년 71.1%, 97년 8월 현재 73.8%에 이른다.
이 경우 "경찰수사권의 독자성 확보"란 검찰수사권과 완전히 별개로 하는 독립의 의미가 아니다. 다만 "경찰 수사권 독립"이라는 말과 편의상 혼용되고 있는데 불과하다.
검찰에 대해서는 수사준칙을 정하는 일반적 지휘 및 지시, 공소유지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사보완 지시, 검사 스스로 인지한 사건에 대하여는 보조지시 등을 인정하면서, 단지 경찰 스스로의 책임과 권한으로 수행하여 효율적인 수사행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함을 뜻한다.
이것은 자민련과 국민회의가 야당이었던 과거 한때 실무적으로 검토를 마쳤던 바 있는 방안이기도 하였다.
경찰단체와 검찰조직 대화 절실
경찰관협의회든 경찰노조든 경찰단체가 생긴다면 수사권 조정 논의에 대해서도 한결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경찰관협의회나 경찰노조 설립을 위한 법개정 서명운동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경검개혁을 위한 수사권 조정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찰단체 설립이나 자치경찰 실시에 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이런 틀 속에서 전반적인 경검간 수사권과 기소권 분권화를 위한 대안이 제시되고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이 고리를 풀기 위한 첫걸음은 결자해지라는 말처럼 논의 자체를 틀어막은 바 있는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 직속으로 경검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경검개혁특위를 설치토록 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여기에는 경검 실무자는 물론이며,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도 참여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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