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국민의 힘 (제71회)

제 8 부 - 친일언론

등록 2001.10.28 01:23수정 2001.10.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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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 과거의 비밀

[1]


영등포 시장의 한 국밥집. 유리창을 통해 야채시장의 창고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얼과 면도날, 그리고 아라와 우석은 30분 전에 도착해서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야 만다고? 웃기고 있네. 자기 입맛에 맞는 말은 꼭 하겠지. 하지만 맞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지?"
우석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상대는 면도날이고, 대상은 신문사였다.
"당연히 비판을 하겠지. 그게 언론의 역할이 아닌가?"
"비판이라? 좋은 말이지. 헌데 말야. 형, 비판의 기준이란 게 뭐야? 비판을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할 게 아냐?"
"그거야 뭐......."

갑자기 면도날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는 그런 문제에 대해서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는 신문을 그다지 자주 읽는 편도 아니었다.

"난 언론은 다수, 즉 국민대중의 이익과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기적으로 보면 일제시대에는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고, 독재시대에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겠지. 문민정부다 국민의 정부다 하는 요즘도 마찬가지야. 소수의 기득권층보다는 대다수의 국민, 즉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서민들. 이런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같이 하는 것이 언론의 의무이자 사명이 아니겠어? 난 그것이 비판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동감이야. 동감. 언론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아라는 맞장구를 쳤다. 헌데 그녀는 말을 하면서도 얼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뭘 생각하는지 대화에는 아예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말야. 조국일보는 그 동안 어땠어? 일제시대에는 반일하는 시늉만 하다가 밤낮으로 천황만세를 외쳤지. 그리고 군사독재정권 시대에는 어떻게 했는 줄 알아? 작년 초였던가 난 궁금한 게 있어서 당시 조국일보의 기사들을 본 적이 있어. 주로 유신시대와 80년대 초 전두환이가 정권을 잡았을 때의 기사들이었는데 난 그거 보고 기겁했다니까. 강심장인 내가 기절할 뻔했으니 어느 정돈지 알겠지? 민족의 앞날을 밝혀줄 위대한 지도자. 구국의 영웅. 이게 바로 조국일보가 박통이나 전두환에게 붙인 호칭이야. 순간적으로 북한의 노동신문을 본 게 아닐까하는 의심마저 들더라니까. 그러고도 놈들은 자신들이 마치 민족해방을 주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한 것처럼 떠벌리고 있잖아. 한 마디 반성도 없이 말야."

우석의 독설이 시작되었다. 신문에 관한 거라면 아라도 할 말이 많았다. 그녀는 얼을 한 번 더 쳐다보고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더 걸작인 것은 뭔 줄 아냐? 정작 독재에 반대하고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은 모두 잘라버렸다는 거야. 요즘은 또 어떠냐? 의사들이 불법파업으로 무려 3개월 동안이나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어도 입도 한 번 벙긋 못하면서 정작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뭐라고 하는 줄 아냐? 파업을 하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권력을 투입해서라도 막아야 된다는 거야. 검찰이나 경찰이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리면 국가기강이 해이해졌다느니 하면서 말야. 그러면서 경찰이 대우해고자들을 폭력진압하자 뭐라고 한 줄 알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라는 거야. 분위기는 지 놈들이 다 잡아 놓고 말야. 아마 대한민국에서 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곳은 의사협회와 조국일보밖에 없을 거야."


아라가 목이 말랐던지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정말 웃기는 일이지. 그러면서 정작 경제위기의 피해자인 노동자들에겐 뭐라고 하는 줄 알아?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말도 어렵지? 그리고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 부실기업을 정리해야 한다는 거야. 다시 말하면 노동자들의 밥그릇을 빼앗겠다는 말이지. 한마디로 웃기는 짜장이야."
"누나, 잠깐만. 뻑 하면 국가경쟁력, 국가경쟁력하는데 그 놈의 정체가 뭐야?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놈이기에 재벌이나 가진 놈들에겐 살아남기 위한 명분이 되고, 노동자나 약자들에겐 사약이 되는 거야?"
국가경쟁력이라는 말이 나오자 우석이 젓가락으로 식탁을 치면서 흥분했다.

"진짜 웃기는 얘기 하나만 더할까? 국가 경쟁력에서 제외되는 곳이 하나 있는데, 그게 어딘 줄 아냐? 바로 언론사들이야. 그들은 입만 열면 국가경쟁력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자신들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어. 자본주의의 기본 골격이 뭐야? 바로 공정한 룰과 경쟁이야. 최근 MS같은 세계적인 기업도 그것을 어겨서 미법무부로부터 고발을 당했어. 헌데 지금 언론사들을 어떻게 경쟁하는 줄 알아? 6개월 공짜는 기본이고, 1년 공짜에 선풍기와 시계같은 온갖 선물 공세를 하면서 부수 경쟁을 하고 있어. 지놈들 지면에는 연일 부당 광고나 불공정 거래로 고발되는 기사를 쓰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 걸로 먹고사는 거야. 심지어 그것 때문에 살인 사건까지 났는데도 말야."
"그만해. 누난 신문사 얘기만 나오면 흥분한다니까."

아라가 계속해서 신문사들의 문제를 지적하자 우석이 가로막았다. 하지만 아라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아직 안 끝났어. 내가 아는 한 그들은 수십 년 동안 세무 조사란 걸 딱 한 번밖에 받지 않았어. 그것도 YS시절에 적당히 흉내만 내다가 결국 유야무야 됐지만 말이야. 그런데 최근 시민단체의 요구와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서 국세청이 조사를 하겠다고 하자 조국일보를 위시한 몇 몇 언론사에서 뭐라고 한 줄 알아? 한 마디로 하면 언론탄압이라는 거야. 차기 대선을 위해 언론에 미리 재갈을 물린다는 거지. 백 번 양보해서 그게 사실이라고 치자. 그럼 자기네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될 거 아냐. 법을 어기지 않았는데 정부가 무슨 수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냔 말야."

"무슨 놈의 목소리가 그렇게 커. 저기 봐. 아줌마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잖아. 그건 그렇고 언론탄압이라며 언론사들을 감싸고 도는 발목당도 이해할 수가 없어. 난 그들에게 한 번 물어 보고 싶어. 그들의 논리대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기업들도 언론사들처럼 세무조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지. 그리고 언론사는 세무조사를 받으면 정상적인 언론 활동을 할 수 없는 건지 묻고 싶어. 남들이 다 받는 세무조사를 언론사들만 받지 않는 것이 공정한 경쟁이야? 야당이라면 직무유기를 한 국세청과 정부를 질타하는 게 정상 아냐?"

우석은 아라보고 목소리가 크다고 하더니 정작 자신의 목소리가 더 컸다. 이번에는 진짜로 주인아줌마가 고개를 돌려서 그를 쳐다보았다. 우석은 무안했던지 앞에 놓인 사이다를 한 잔 마셨다.

"죄송해요. 원래 콜라만 마셔도 취하는 애라서... 아닌데? 이건 사이단데. 호호호! 아마 세상에서 사이다 마시고 취하는 놈은 너뿐일 거다."
"뭐야? 누난 이런 분위기에서 그런 농담이 나와?"

"아... 알았어. 미안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래, 소유구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지.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5% 미만의 지분을 가진 재벌회장들이 수십 조의 매출을 자랑하는 회사 전체를 마음껏 주무르고 있어. 헌데 언론사들은 대부분의 주식을 한두 사람, 그것도 형제와 자식들이 나눠 가지고 있어. 그러니 어떻게 재벌에게 경영의 투명성과 소유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있겠어? 물론 그 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에서 세무조사와 소유 구조를 바꾸는 일은 하려고 했었어. 하지만 시작은 고사하고 그때마다 담당 장관들은 언론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다 당했어. 과거 군부독재의 탄압에 온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할 때는 입도 뻥긋 못하던 것들이 자신들이 직접적인 손해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총공세를 취하는 거지. 그런 자들이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경쟁과 국가경쟁력을 주장하니 이게 말이나 돼? 코미디 주제로 등장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야."
아라는 다시 언론사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참 불쌍해. 내가 생각하기에 조국일보는 고작 몇만 명 정도의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같은데 구독자는 몇 십만 명이나 되니 말야. 이렇게 되면 아무 것도 모르고 구독하는 사람들이 나쁜 거야? 아니면 사람들의 눈을 교묘하게 속여서 신문을 팔아먹는 놈들이 나쁜 거야? 그래, 이제 그만 하자. 사이비 언론 얘기하다 괜히 내 입만 버렸네."
우석은 화가 났던지 사이다 한 병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의 비판의식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한심한 일이지. 그런데 더 우스운 것은 뭔 줄 아냐? 내가 그 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서 무려 3년이나 공부를 했다는 거야."
갑자기 아라의 목소리가 약해졌다.

그녀는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조국일보가 이 나라에서 제일 가는 신문인 줄 알았다. 헌데 막상 들어가서 보니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입사 초기까지만 해도 그녀는 조국일보의 과거의 행각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헌데 막상 자신이 쓴 기사가 편집책임자들에 의해서 중간에서 잘리는 것을 보면서 그 원인이 과거로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시대든 언론이 정치권력이나 현실에 영합하게 되면 비판 기능은 상실하기 마련이다. 대신 그들은 그만한 반사이익을 챙기게 된다. 신문사는 세무조사 면제와 소유독점과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 사세확장을 하고, 기자들은 봉급인상과 같은 경제적인 대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일제시대에는 총독부 정책에 순응해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고, 또 독재정권 시대에는 그들에 영합해서 판매 부수를 엄청나게 늘렸다. 사주와 편집자들은 권력자들과 어울려 이권을 챙겼으며, 기자들도 촌지를 챙기기에 급급했다. 오죽했으면 언론사를 제4의 권력기관이라 하고, 한 언론사 사주를 밤의 대통령이라고 불렀겠는가?

대신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이었다. 권력자들이 꼭두각시 언론을 통해서 국민들의 눈을 현혹시켜 국정을 마음껏 농단하는 사이에 나라는 점점 나락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한강의 기적이니 국민소득 만 불이니 하는 것도 알고 보면 다 헛것에 불과했다. 그것은 일제의 앞잡이를 민족의 지도자로,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자를 구국의 영웅으로 미화하기 위한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그때 IMF라는 썩은 씨앗이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IMF라는 총체적 경제위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책임의 상당 부분은 권력에 부화뇌동해서 현실비판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포기한 언론에게 있다.

그것은 당시의 기사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권력의 부정부패에는 눈감았으며, 재벌의 족벌체제와 방만한 경영은 오히려 경제발전의 신화로 미화했다. 그런 짓을 하고도 그들은 자기 반성은 고사하고 경제 위기의 모든 책임을 정부와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러니 아라가 쓴 재벌의 비리나 도시 서민들의 고단한 인생에 관한 기사들이 어떻게 활자화될 수 있었겠는가?

편집자와 기자들은 이미 권력과 사주에 길들여졌으며 국민들의 고통 따위는 그들의 안중에 없었다. 결국 그런 풍토에 환멸을 느낀 아라는 조국일보를 박차고 나와 '국민의 힘'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악의 근원은 잘못된 출발에 있었다.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되어야 할 자들이 민족언론으로 자리잡고 있는 한 이 땅에 올바른 정신문화가 싹틀 수 없다. 그것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참 언론이나 민주언론은 찾아볼 수도, 주장할 수도 없다.

"음! 난 신문사들이 그렇게 문제가 많은 줄은 몰랐네. 하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애. 언젠가 이런 적이 있었어. 난 그때 신문을 두 가지를 보고 있었는데 하나는 조국일보고, 다른 하나는 조국일보가 발행하는 스포츠 신문이었어. 나도 처음에는 같은 신문사에서 발행하는 줄 몰랐어. 미안해. 사설이 너무 길었지? 기사 내용은 TV방송이 너무 선정적이라는 거였어. 그런데 사실은 스포츠신문이 훨씬 더 선정적이었거든. 전화방은 물론이고, 성인방송 선전에 이르기까지 온통 벌거벗은 여자들의 사진으로 도배를 했으니까. 그래서 난 그건 어느 신문사에서 발행하는지 궁금해서 봤지. 그런데 웬 걸? 그 신문도 조국일보에서 만든 거더라. 그게 말이 되냐?"

평소 말이 없던 면도날도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하기야 우리 같은 놈은 몇천 원만 훔쳐도 감방에 처넣는 것은 당연하고, 정치하는 놈들이 수십 억을 해먹고 감방에 가면 정치 현실이니, 형평성이 어떻고 하면서 옹호하는 놈들이 언론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야.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게 있어. 세상이 온통 정치인들 때문에 썩었다고 하는데 그걸 단속하고 처벌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조직폭력배들 잡아들이는 것처럼 한 일 년만 특별 단속을 해봐. 공무원과 짜고 해 처먹는 놈이나 기업인들을 협박해서 돈을 갈취하는 놈은 공갈협박범으로 잡아넣고, 몇 명이 모여서 돈벌이를 공모하는 놈들은 범죄조직결성범으로 처넣어봐. 넣어도 그냥 넣는 게 아냐. TV를 보면 전문가 양반들이 나와서 항상 말하잖아. 사회지도층은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크다고. 그렇다면 당연히 죄도 더 무겁게 매겨야지. 판사들이 최소한 조직폭력배들만큼만 때려봐 어느 놈이 그런 짓을 하겠어?"

"맞다. 맞어. 정말 그렇게 하면 되겠다. 형, 우리 언제 한번 신문에 광고라도 내볼까? 아니지. 지금은 신문을 성토하는 시간이니까, 그럼 TV에 광고를 내버릴까?"
면도날이 열변을 토하자 우석이 맞장구를 쳤다.

"그럴 수만 있다면 좋지. 그런데 말야. 이상한 것은 판사들이 대부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100만원 이하로 때리더라고."
"그래도 그건 고발이라도 했으니 양반이지. 검찰에서 정치인들을 내사한다는 말이라도 나와봐. 온 나라의 신문과 방송은 앞을 다투어 표적 사정이니, 야당 탄압이니 하며 주장하다가 그것도 안되면 여론 무마용이라며 떠들어대는 거야.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게 유야무야 되고 말더라고. 마치 정해진 순서처럼 말이야."

"그럼 폭력배들은 뭐냔 말이야? 정권이 바뀌고, 사회가 조금만 혼란스러우면 가장 먼저 하는 게 뭔 줄 알아? 바로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이야. 우리가 동네북이냐? 도대체 이 나라를 이 꼴로 만든 놈들이 누구야? 폭력배들이 이렇게 만들었어? 정치꾼들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은 지나가는 똥개들도 다 아는 사실이야. 그럼 그놈들부터 단죄해야지 왜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냔 말야.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폭력배들을 이렇게 키운 게 누군지 알아? 바로 정치인들이야. 김두한과 이정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당장 지금의 선거판들을 봐. 급하니까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폭력배들을 투입해서 당선되면 이권과 뒤를 봐줘. 장담하건대 정치인들이 깨끗해지면 조직폭력배들도 최소한 반 이상은 줄어들 거야. 그렇다면 과연 이런 사실을 기자들이 모르겠어? 아라도 잘 알겠지만 사회부 기자 정도면 그 정도는 훤하게 꿰고 있어. 그렇데 그들은 뭘 하고 있지? 한 마디로 한심한 작자들이야. 그런 놈들이 무슨 기자들이라고."

면도날은 얘기를 꺼내자 그 동안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말들을 모두 뱉어냈다. 어쩌면 그의 말대로 우리 사회를 바로잡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비리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엄벌에 처하고, 언론사들도 다른 기업들처럼 공정하게 경쟁시킨다면 이 사회의 기강은 보다 쉽게 회복될 것이다.

신문사들의 경우 족벌체제로 되어 있는 소유구조를 개선하고, 또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해서 사주들이 편집권을 넘보지 못하도록 한다면 이전과는 많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로 놈들이 나타날까?"
우석은 얼을 쳐다보며 물었다. 헌데 얼은 반응이 없었다. 다른 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한 것이다. 그의 이런 행동은 갈수록 심해졌다. 그것을 지켜보는 아라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형! 벌써 아홉 시가 다 됐어. 계속 앉아만 있을 거야?"
식당의 시계는 9시 2분 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으응! 벌써 그렇게 됐나? 모두 마음에 준비는 됐지? 놈들이 어떤 장난을 칠지 모른다. 특히 아라와 석이, 너희들의 역할이 크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우석이 목소리를 높이자 얼은 금방 다른 사람이 되었다.

"우리 걱정은 하지 말고 형이나 조심해. 싸움을 하다가 그렇게 딴 생각을 하다간... 왜 그래? 아무리 바빠도 할 말은 해야지. 무슨 고민인지는 모르지만 누나 생각도 좀 해줘라. 그렇게 계속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면 누나 속마음이 어떻겠어?"
우석은 아라가 옆구리를 찌르는 데도 끝까지 말을 했다. 조국일보 얘기로 흥분한 상태라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컸다.

"알았다.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하마. 그럼 우리가 먼저 일어날 게. 조심해라."
우석의 충고 덕분인지 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아라의 등을 살짝 쓰다듬어주었다. 김 노인의 집에서 손을 잡은 것에 이어서 오늘만 하더라도 벌써 두 번째의 신체접촉이었다. 그러니 아라의 입가에 미소가 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후후후! 낭군님이 등을 만져줬다고 좋아하는 걸 보니까 아라 너도 어쩔 수 없는 여자로구나. 아무튼 축하한다."
면도날은 뒤따라 나가면서 놀려댔다.
"하하하! 봐. 남자는 가끔씩 바가지를 긁어야 되는 거야. 누나처럼 마냥 기다렸다간 망부석짝 나기 십상이야."
"호호호! 그러게 말이야. 앞으로는 종종 잔소리를 해야겠다."
아라는 우석이 놀리는데도 마냥 즐거워했다.

"치! 그 나이에 새까만 동생한테 연애 상담이나 받고. 그래 가지고 언제 시집갈래?"
"짜샤, 중이 제 머리 깎는 것 봤냐? 그리고 연애박사 동생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나 참! 완전히 똥 배짱에 도둑놈 심보로군. 그럼 나는?"
"연애박사가 무슨 걱정이야?"
"중은 제 머리 못 깎는다면서? 나도 누나처럼 총각 귀신이 되라고?"
"알았다. 앞으로 네가 하는 것 봐서 네 놈 말대로 킹카를 한 명 소개시켜줄 게."
"하하하! 정말이지? 하긴 누나는 성깔은 좀 있어도 거짓말 같은 것은 안 하지. 그리고 말야. 여자를 고를 때 내 취향도 좀 고려해줘."
"취향? 짜샤! 주제파악 좀 해라. 소개받는 주제에 무슨 놈의 취향이냐?"
"무슨 말씀. 남을 소개할수록 신경을 더 써야 하는 법이야. 오죽하면 중매쟁이는 잘하면 옷이 한 벌이지만 잘못하면 뺨이 석 대라고 말이 나왔겠어. 그리고 내가 어디가 어때서 그래? 솔직히 내가 형보다 못한 게 뭐 있어? 얼굴이 못해? 아니면 성격이 나빠? 있다면 싸움을 좀 못한다는 건데 그것은 형이 나보다 컴퓨터를 못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누나가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재미없어. 확 깽판을 놓을까 보다. 아마 내가 훼방을 놓으면 누나도 꽤 고전을 할 걸?"

우석은 한 동안 떠들어댔다. 헌데 정작 아라는 밖을 쳐다보느라 그의 말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다. 그녀는 얼과 면도날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후후후! 전쟁터에 나가시는 서방님을 애틋한 눈길을 쳐다보는 낭자라? 완전히 한 폭의 동양화로군. 동양화야."
"가만 있어봐. 놈들이다!"
갑자기 그녀의 눈빛이 강해졌다.

"어디? 음! 한 대뿐이군. 다행이다."
아라의 손이 가리키는 곳에는 검은 색 세단 한 대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차는 금방 창고 안으로 사라졌다.
"방심하지 마라. 할아버지를 순순히 내놓을 자들이 아냐. 자, 우리도 가자."
"으음! 그렇다면 오늘도 고생 깨나 하겠군."
우석은 심각한 얼굴로 아라를 따라나갔다.

"별난 사람들이군."
시킨 음식을 손도 대지 않고 그냥 나가자 주인이 이상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덧붙이는 글 | (이 소설에 나타나는 지명과 인명 등은 특정 지역이나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 편집자 주)

덧붙이는 글 (이 소설에 나타나는 지명과 인명 등은 특정 지역이나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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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입하게 된 이유는 조중동의 언론독점의 폐혜를 극복하려는 오마이뉴스의 노선에 찬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자회원제를 통한 다양한 의견 수렴방식에 공감한다. 2. 나의 생각(소설, 사회비평)을 표현할 매체가 필요했다. 물론 다른 매체도 있지만 본인의 정치노선과 비슷하고, 글쓰기에 제약을 받지 않는 오마이뉴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3. 노동, 사회단체에서의 활동을 통해서 얻은 경험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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