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영장실질심사 논쟁
우리나라 형사절차는 기본적으로 영장은 인신 구속과 관련되는 사항 즉 인권과 직결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인권과 무관한(?) 경찰과는 무관토록 되어야 한다는 토대 위에 서있다.
바로 이런 잘못된 시각이 우리나라 경찰을 불구로 만들고 있는 기본 원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영장에 관한 문제나 논쟁은 법원과 검찰의 갈등 요인이지 경찰과 무관한 것처럼 되어 있다.
얼마 전엔가 현행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신문)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이 제도의 위헌성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글이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이 글은 비록 서울지검 특수1부장실 근무 김모 주사의 명의로 되어 있었으나 실제로는 검찰의견을 대변한 것이었다.
검찰은 형소법은 절차상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수사단계의 피의자 구속 주체를 수사기관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따라서 법원은 영장을 심사해 구속허가 여부만을 결정해야 하고 영장은 허가장으로서의 효력만 가진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법원 공박
그리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는 수사단계에서 이를 모두 판단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법원은 미국, 영국, 독일 등 외국처럼 범행을 의심할 만한 소명만 있다면 구속을 허가해야 한다며 법원의 영장발부는 자유재량 행위가 아니라 형소법에 따른 기속행위라고 보았다.
또 검찰은 "형소법 287조 1항은 수사 후에 공소장에 기재된 범죄행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실에 대한 직접신문권을 규정하고 있으며, 법원은 인권보장이라는 미명 하에 수사기관의 영장청구권까지 침해하면서 기각결정을 할 명분이 없으며 이런 관행은 헌법에 보장된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검사는 수사 주재자와 피의자 인권수호자의 법적 지위를 동시에 부여받고 있는데도 검사가 청구한 영장 범죄사실을 판사가 신문해 수사지휘권이 판사에게 있는 것처럼 시행되는 현행 피의자신문제도 운영은 형소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검찰이 헌법소원 등도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쳐 법원의 반응이 주목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1997년 영장실질심사 도입 당시부터 강하게 반발해온 검찰내부에서 '사유를 납득할 수 없는 영장기각'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움직임까지 보였었다.
물론 최근 외부의 검찰개혁 논의 움직임이 있어 검찰은 외부의 검찰개혁 추진에 대하여 방어 쪽으로 돌아서 이 문제에 신경 쓸 여지가 없어 보이긴 한다.
경찰의 경우 국민의 정부 초기는 물론 경찰중립화와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나 경찰대 문제 등 근원적인 임용 및 인사교육 제도상의 개혁을 이미 성공적으로(?) 좌절시킨 바 있다. 이런 개혁 문제에 관한 한 검찰은 경찰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삼권분립·영장심사·수사권 독립
어쨌든 검찰이 영장실질 심사문제를 둘러싸고 삼권분립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우리나라 검찰은 기소 여부의 결정까지 독점하고 있으면서 수사권 독립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행정경찰과 사법경찰로 분리하여 사법경찰을 검찰에 통합하자는 역제의를 해오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우리나라 검찰의 자세는 너무 쉽게 자기네 일방적인 주장을 펴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최종적으로는 사법결정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할 인신 구속이나 그를 통한 기소가 과연 행정기능인가 사법기능인가 하는 것은 쉽게 풀 수 없는 오래된 고전적 논쟁에 속한다.
사실 영장실질심사제와 관련하여 검찰의 이런 태도는 수사권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경검간의 줄다리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굳이 얘기한다면 이 문제는 구속수사의 편의성 혹은 효율성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특유의 현상인 영장실질심사제를 둘러싼 이 논쟁에서 경검은 수사권 독립 논쟁과는 별도로 어쩌면 한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의 경우 구속 허가 여부는 당연히 치안판사법원의 권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영국에서 물론 구속수사여부를 결정하는 즉 영장발부를 결정하는 치안판사는 일반 민간인들이라는 점이 우리와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사법 참여
이런 영국의 치안판사 제도는 전원이 일반 국민들로 이루어져 있는 배심원제도(배심원제도는 형사법원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치안판사법원과는 무관하다) 및 자치경찰위원회(이 위원회는 국무부 동의가 필요하지만 영국 형사사법기관의 핵심인 자치경찰청장 임면권을 가지고 있음) 제도 등과 더불어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참여를 제도화한 영국형사사법의 오랜 전통에 따른 것이다.
결국 사실상 사법절차에 있어서 국민의 참여가 봉쇄되어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영장실질심사 논쟁은 아무리 정교하며 삼권분립을 명확히 한다 해도 언제라도 다시 재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문제와 관련하여 검찰이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하지만 검찰의 영장청구권과 기소독점까지도 "헌법에 규정한 나라" 역시 전세계적으로 한국뿐이며, 우리나라도 3공화국 이전에는 이런 헌법 규정이 없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검찰지존주의
역설적으로 시민의 참여가 봉쇄되어 있는 우리나라 경검이야말로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경검 특히 검찰지존주의 혹은 검찰국가화 또는 정치경찰이나 정치검찰의 경향을 원천적으로 예비해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경찰이 자치경찰제 도입을 거부한다든지, 검찰이 특검제 상설화나 기소독점 철폐를 극력 거부하는 자신들의 수준 낮은(그러니까 현실성이 높다?) 검찰개혁 방안을 제시한다든지 하는 것은 모두 삼권분립을 가장한 또 하나의 자기지배 고수 혹은 영속화의 논리에 다름 아니다.
영장실질심사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영국의 경우가 진선진미한 제도는 아니겠지만 오랜 역사적 전통과 제도화의 길을 걸어온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영국에서 영장 발부는 의당 치안판사법원의 몫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와 학계 일부에서 여러 형태의 참심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아예 구속여부 결정과 재판을 일반 민간인들이 도맡는 영국의 치안판사제도는 아예 논의대상이 되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 사법개혁 논의의 현주소이다.
경찰 즉심권과 검찰
하지만 억지로 헌법에서까지 검찰에 권한을 부여토록 한 우리나라에서조차도 검찰 기소독점주의에 관한 한 광범위한 예외가 존재한다.
즉 경찰서장은 즉결심판청구권을 가지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검사인력의 한계가 그 이유로서 검찰로서는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로는 감당할 수 없으면서도, 경찰수사권독립 논의가 있을 때마다, 역으로 이 즉심권 조차도 검찰이 회수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오히려 경찰로 하여금 즉심대상을 훨씬 확대함으로써 거리의 재판관 역할을 폭넓게 수행토록 하여 전과자 양산을 막음은 물론이며 질서유지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같이 수사권을 독점하는 검찰 제도가 아예 없는 영국 및 미국의 경우 물론 경찰의 너무 큰 재량권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도 안된다. 우리나라 검찰도 이미 현재에도 이른바 "노상재판"의 폐해가 많다고 강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의 체포장 청구제도
하지만 연간 150만여 건의 범죄 중 97% 이상을 경찰이 인지, 검거, 수사 등 처리하고 있으며, 최근 사법시험 합격자 증원 추세가 있다고는 하지만 변호사 아닌 판검사 인력을 확충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체포장의 경우 우리나라는 검사만이, 일본의 경우 사법경찰도 청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물론 영미법계에서는 경찰이 이 체포장 청구권을 가지고 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도 경찰수사권이 일부 민생치안사범에 한해서나마 이루어지게 된다면, 그와 동시에 체포장 청구권까지도 함께 경찰에게 부여되어야 한다.
즉 경찰이 검찰기소독점주의의 예외로서 즉결심판청구권을 가지고 있는 것과 꼭 같은 맥락에서, 경정 이상의 사법경찰관에 국한해서나마 법원에 대해서 체포장 청구권을 부여토록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경찰에 체포장 청구권을 부여하여 경찰이 실효성 있는 수사를 하도록 하는 방안은 수사권 독립 논의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본질적인 요소에 속한다.
달리 말하면 경찰에 대해 체포장 부여 없는 수사권 독립은 아무리 형소법의 다른 부분을 개정하여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척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경찰이 계속해서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으라는 말과 다름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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