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년 후까지도 인류는 살아남을 것인가?

서울대 장회익 교수의 '중대한 질문'

등록 2001.10.29 21:36수정 2001.10.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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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충북대학교에서는 개교 50주년을 기념한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사랑, 평화, 정의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는 97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조디 윌리엄스를 비롯, 평화학의 창시자인 요한 갈퉁 교수, 서울대 김진균 교수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이 참석해 '인류의 미래'에 관해 진지하게 모색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생태적 관점에서 '인류의 생존 문제'를 살펴본 서울대 장회익 교수의 논문을 요약해 싣는다. 글 전문은 왼쪽의 첨부파일로 볼 수 있다. - 편집자)

▲인류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충북대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과 대안이 모색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천년 후까지도 인류가 살아남을 것인가?

우리가 지금 던져 볼 수 있는, 그러나 그 누구도 아직 공개적으로 거론해 보지 않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는 앞으로 천년 후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살아남아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은 물론 두 가지 가능한 해답을 주고 있다. 인간이 살아남으리라는 가능성과 그렇지 못하리라는 가능성이다.

이 문제를 조금 더 세분화해 보면 미래의 가능성은 다시 4개의 시나리오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천년 후 지구상에 체중 1킬로그램 이상의 고등동물이 전혀 살아남지 못할 가능성이며, 둘째는 인간을 제외한 일부 고등동물이 생존하여 동물 세계의 복원 가능성을 남기는 가능성이다. 셋째는 인간이 생존하기는 하나 장기적인 생존을 전혀 보장할 수 없는 극히 불안정한 상태로 생존을 이어갈 가능성이며, 넷째로는 생태계의 안정을 복원하여 인류의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확보된 가운데 살아가게 될 가능성이다.

일견 매우 혐오스럽고 불경스럽기까지 한 이 질문을 굳이 던지게 되는 것은 이러한 가능성의 많은 부분을 우리는 주체적 노력과 결단 여하에 따라 바꾸어 나갈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장기적 생존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

인류의 장기적 생존을 어렵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인간이 유전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물려받은 성품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오랜 진화과정을 통해 마련된 생존 전략과 함께 인류의 생존 경험을 통해 축적된 문화 유산을 전수 받아 인간 특유의 성품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간이 물려받은 이러한 성품 속에는 오늘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생태적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는 많이 담겼다고 말할 수 없다. 인류와 인류의 그 어떤 선조 생물종들도 오늘 인류가 당면한 바와 같은 인위적 환경 여건이나 과잉된 풍요로 인한 생존위기를 겪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류가 물려받은 유전적 그리고 문화적 정보의 저장고 속에는 가혹한 환경과 궁핍한 여건을 헤쳐나가기에 적합한 정보들이 각인되어 있어서 이들이 본능적 정서적 성품으로 발현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본능적으로 풍요와 안락을 추구하고 투쟁과 포획을 탐하는 반면, 이것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처할 능력을 부여받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오늘 인류가 당면한 위험은 인류가 유전적 문화적으로 물려받은 성품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

둘째로, 인류의 장기적 생존을 어렵게 하는 보다 현실적인 요인은 인간의 기술적 능력이 신장하는 것에 비해 이의 적용이 가져올 결과를 예상하기에 적합한 과학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대 문명이라고 하는 것은 한 마디로 풍요와 안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성품과 이를 가능하게 해 줄 과학기술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데서 이루어진 결과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지닌 위험을 제어할 기제가 우리의 성품속에 들어있지 않다면, 최소한 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지성을 통해 그 위험에 대처해야 할 것이나, 현실은 거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셋째로, 인류의 장기적 생존을 어렵게 하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인간이 지니고 있는 가치관 문제를 생각할 수 있다. 인간에게 보편화되어 있는 일차적 가치는 각 개인들이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개체적 생존 가치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생존 가능성을 넘어서는 인류의 생존 문제는 그다지 절실한 과제로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성향과 더불어 앞서 언급한 인간의 상황 개선 욕구 그리고 근대 과학의 기술적 활용이 결부하여 이루어낸 사회 체제가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라 하는 자본주의 체제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경쟁적 경제 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인간의 소유 및 경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과학기술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생태계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재화를 이끌어내게 함으로써 인간의 부를 축적시켜나가는 사회·경제 체제이다.

사회적 불평등 등 수많은 내적 모순을 함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지배적 체제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는 전체적인 부의 창출에 대해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바 부의 창출이 곧 생태적 착취를 의미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생태계를 파괴시켜 인류의 장기적 생존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가장 위험한 사회적 장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 생태계에 관한 몇 가지 개념 정리

▲서울대 장회익 교수
"건강한 자연 생태계를 개조하여 인위적 생태계를 만드는 행위는 마치도 흙과 돌을 모아 수 백 층의 마천루를 쌓아 올리는 것과 흡사하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가 지구 생태계에 대해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한가지 사실은 인간의 생존은 지구 생태계가 겪어 온 긴 역사적 과정 가운데 비교적 짧은 특정 시기에 이루어진 대단히 특별한 여건 아래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구 생태계가 변화해 나가는 시간 축 위에서 보자면 지구 생태계 또한 시간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해왔으며 또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 안에서 인간은 특정 시기의 지구 생태계 상황 안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며, 만일 생태계가 너무 급격히 변하거나 인간이 너무 급격히 변해 인간과 생태계 사이의 친화적 관계가 상실되면 생존이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인간이 만일 지금부터 20억년 전의 생태계에 놓이게 되면 생존이 전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 때까지만 해도 지구 대기 안에는 산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4∼5만년에서 1만년에 이르는 대략 3∼4만 년에 걸친 기간 동안 인류는 대략 400만 정도의 인구를 유지하며 지구의 거의 전 지역에 퍼져 수렵, 채취 등 원시적 형태의 삶을 영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들의 인구가 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원시 생태계가 특별한 변화 없이 인간 규모의 생물종을 이 정도의 숫자로 부양하면서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한계상황에 있었음을 강하게 암시해준다. 만일 이 이상의 수용 능력이 있었다면 인간의 숫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고, 또 이것이 무리였다면 인간이 줄어들었거나 혹은 다른 큰 변화를 초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손에 의한 특별한 변형이 없는 한 우리 생태계는 대략 400만의 인구를 부양할 능력을 가지는 존재이며, 이후의 인구 증가는 생태계 자체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할 수 있다. 즉 이 시기 이후의 변화는 종의 생물학적인 성격에는 큰 변화 없이 오히려 인간에 의해 생태계 자체가 변형됨으로써 인간의 부양 능력을 키워 온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변형된 생태계가 과연 그 건강을 지탱해나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 생태계는 건강한가?

그러므로 우리가 관심을 가지게 될 일차적 과제는 현재의 우리 생태계는 얼마나 건강한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논의하기에 앞서 우리 생태계가 그간 인간에 대한 부양 능력을 얼마나 신장시켜 왔느냐 하는 점을 먼저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인구 400만으로 이미 '한계부양적' 상황에 있던 생태계가 이후 줄곧 생태계 자체의 변형에 의해 그 개체 수를 이만큼 증가시켰다는 데에 있다. 이는 이른바 '문명'이라 불리는 생태계의 변형을 통해 400만에서 60억으로 1500배의 부양 능력을 키웠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개체수 즉 인구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오늘의 한 개체 즉 한 사람이 주변 생태계에 주고 있는 영향이 만 년 전의 한 사람이 주변 생태계에 주어 온 영향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인간이 생태계에 부하를 늘여나가는 이러한 경향은 최근에 이를수록 더욱 급격히 증대되고 있다. 지난 100년간 세계의 총생산량은 미화 2.3조불(1900년)에서 39조불(1998년)로 17배 증가했고, 금속재료 사용량은 년 간 2천만 톤에서 12억 톤으로 60배, 석유 사용량은 일당 수천 배럴에서 7200만 배럴(1997년)로 수 만 배, 자동차 대수는 수 천대에서 5억대로 수 십만 배가 증가했다. 즉 지난 100년 간 인구가 4배로 증가했을 뿐 아니라 인구 일인당의 생산량 또한 4배 이상이 증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경이의 눈으로만 보고 있는 이러한 경향은 결코 우리 생태계가 일으키고 있는 그 어떤 기적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직 지구의 생태계 파손이라고 하는 대가를 통해 얻어지고 있을 뿐이다.

대체 불가능한 자원의 소모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른바 대체가능한 자원의 일부로 생각되어 온 생태적 요소들조차 속속 회복 불능의 상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하수 수위의 하강, 산림면적의 감축, 수산자원의 감소,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생물종의 대규모 멸종이 바로 그것이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에 따르면 이러한 멸종의 속도는 정상적인 멸종 속도의 천 배 내지 만 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년 간 멸종되는 생물종이 아무리 줄잡아도 대략 2만7000 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로 멸종이 계속된다고 하면, 현재 지구상의 총 생물종 수가 1000만 종을 좀 웃도는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므로 대략 천 년 후가 되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종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와 함께 우리가 우려해야 할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요즈음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른바 광역환경변화(Global Environmental Change)의 문제이다. 이는 지구상의 이산화탄소(CO2) 농도와 지구의 평균 기온 등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구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이다.

인류의 장기적 생존은 가능할 것인가?

최근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발생한 참사는 인간의 문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은 민간 여객기 하나가 가해준 충격은 강철과 콘크리트로 구성된 백여 층의 마천루를 순식간에 재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자연 생태계를 개조하여 인위적 생태계를 만드는 행위는 마치도 흙과 돌을 모아 수 백 층의 마천루를 쌓아 올리는 것과 흡사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러한 인공 생태계의 마천루 위에 높이 올라와 앉아 있는 것이다.

(장회익 교수의 글 전문은 이 화면의 왼쪽 상단에 첨부파일로 정리돼 있습니다....편집자주)

▲<사랑, 평화, 정의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조디 윌리엄스 등 국내외 저명인사들의 참여 가운데 충북대에서 열렸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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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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