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만원짜리 PDA를 '3만5천원'에?

예스24, 가격표기 실수... 구매자들, 제품배송 요구

등록 2001.10.30 21:22수정 2001.10.3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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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 1대에 3만5500원? 네티즌들은 지나치게 '파격적인' 가격을 의아해 하면서도 일단 제품 구입에 나섰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인터넷쇼핑몰에서 판매가격을 잘못 표시해 실제 판매가의 1/10 가격에 팔았다면 회사는 구매자에게 그 제품을 보내줘야 할 책임이 있을까? 실제 최근 전자상거래 비중이 늘면서 잘못 표기된 가격을 둘러싼 회사측과 소비자의 대립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35만원짜리 PDA가 단돈 3만5천원'

PDA(개인용 휴대단말기)사용자 모임인 KPUG(www.kpug.net) 사이트 게시판에 '말도 안되는 바이저 가격'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온 건 10월 27일 밤 9시경. 인터넷쇼핑몰 예스24(www.yes24.com) 사이트에 시가 35만원대 PDA '바이저 플레티넘' 판매가격이 단돈 3만5500원으로 게시돼 있다는 내용이었다.

순식간에 수백 명이 이 글을 읽었고 그중 일부는 연결된 사이트로 찾아가 제품을 구매하고 결제까지 마쳤다. 예스24 측이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하고 다음날 새벽 0시20분경 주문을 막았지만 3시간동안 285대가 이미 팔려나간 뒤였다.

예스24 "잘못은 인정하지만..."

▲ 예스24측이 고친 제품 정보에는 실제 가격 35만5천원이 표기돼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예스24측은 28일 제품정보를 즉시 수정한 뒤 구매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입력 담당자의 실수로 가격에서 '0'이 하나 누락돼 정상 판매가의 1/10로 잘못 기재됐다"고 양해를 구하고 주문 취소를 요청했다.


또한 자사 사이트에 사과문을 올리고 환불에 응하는 구매자에게는 향후 PDA 구매시 10% 할인이나 비디오CD, 적립금 2000원 제공 등 세 가지 혜택 중 하나를 제공하겠다는 보상책을 내걸었다.

하지만 일부 구매자들은 다음 카페에 바이저 주문자 모임(cafe.daum.net/yes24)까지 만들고 회사측을 상대로 무조건적인 제품 배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스24측은 30일 구매자 253명 가운데 4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 구매자들이 양해를 받아들여 주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예스24 홍보팀 권승아 팀장은 "법률적인 문제를 떠나 회사의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1억원 가까운 손실을 감수해 가며 제품 배송을 해주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구매자 "제품 무조건 배송해 달라"

▲ PDA구입자 장바구니엔 할인률이 90%로 표기돼 있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민법(제109조)에서 가격 오기는 의사표시의 착오로 보고 있으며 중대한 착오가 있을 때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오기한 가격이 1/10 정도에 불과해 일반인들도 '현저히 저렴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측에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민법에는 이러한 착오 과정에서 관리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문제삼고 있다. 구매자들은 단순히 가격에서 '0'만 빠진 정도가 아니라 주문시 할인률이 90%로 표시돼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주장한다. 예스24의 경우 일부 도서 제품에 한해 한시적으로 50~60% 이상의 높은 할인률을 적용해온 전례가 있어 '선의의 구매자'를 만들 소지가 있었다는 것.

다음 카페 개설를 주도한 성대우 씨는 "규모가 큰 업체면서도 관리자가 가격을 입력하는 과정에 아무런 검증 절차도 없었고 문제를 인식한 뒤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등 대처가 허술했다"면서 "이번 기회에 온라인 쇼핑몰에 일침을 가해 소비자 권익을 찾는데 조그만 보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쇼핑몰 '가격 오기 주의보'

과거 백화점이나 가전 대리점들이 전단지에 제품 가격을 잘못 표시해 소비자와 마찰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인터넷쇼핑몰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실제 최근에도 190만원대 디지털카메라 가격을 실수로 90만원대에 판매한 한 인터넷쇼핑몰이 200여명의 구매 고객에게 보상책으로 6만원대의 플래시메모리를 제공해주고 일일이 환불해 사태를 수습한 바 있다.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주문과 결제 절차가 거의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 오기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상당량의 거래가 이뤄진 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인터넷쇼핑몰들이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판매가의 80~90%에 이르는 높은 할인율을 실제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도 인터넷 구매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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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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