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눈'으로 바라본 TV속 세상

주창윤 최영묵의 <텔레비전 화면깨기>

등록 2001.11.01 00:04수정 2001.11.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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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하찮은 것에 정신을 팔 때 문화적 삶이 가벼운 오락으로 채워질 때 공공의 대화가 유치한 어린애 수준에 머무를 때 문화는 황폐화되고 국가는 사멸위기에 빠진다' (헉슬리)

극단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헉슬리의 주장이 왠지 낯설지가 않은 느낌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문장에서 가장 극단적인 표현인 '국가는 사멸위기에 처한다'라는 문구를 살짝 빼고 보면 이 글이 문화 비평의 일부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헉슬리의 비평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 매체를 꼽아 본다면? 신문의 선정적인 광고, 도색잡지, 폭력 영화, 텔레비전, 인터넷 등 개인의 성향과 안목, 가치관에 따라 그 대답은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그러나 '공공의 대화'라는 관점, 좀더 의미를 좁혀서 '공공성'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가장 큰 '혐의'는 역시 텔레비전이 받을 수밖에 없다.

<텔레비전 화면깨기>라는 책은 텔레비전을 무시하고 안보는 것과는 약간 다른 맥락이다. TV를 안 볼 수만 있다면 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꼭 봐야만 한다면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보게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TV 화면을 깨자'는 주장은 이 책에서 단 한 줄도 없다. 오히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들(주창윤, 최영묵)은 TV를 누구보다도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칼럼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TV 프로그램을 종류별로 비평해 놓고 있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는데, 처음 주제가 '비평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해 다소 무겁다는 느낌을 주지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비교적 내용이 쉬워진다.

시각적인 효과를 노리면서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환기시키는 장치로 중간 중간에 흑백이긴 하지만 사진을 삽입시킨 점도 눈길을 끈다. 본격적인 비평은 텔레비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에 관한 평으로 시작된다. 특히 시사 문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텔레비전 뉴스의 한계와 그 대안으로 제시되는 시사 프로그램의 상호 보완성을 지적하는 대목을 주목해 볼 만하다.


책의 중반을 넘기면서 일상적인 프로그램 비평이 등장한다. 드라마 토크쇼 시트콤 등의 주제를 다루는 부분은 현재 계속 방송 중이거나 이미 방송이 종영된 프로그램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친근하게 접근하지만 시기성에서 볼 때는 진부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매체 비평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도입부를 제외하고는 책에서 쓰이고 있는 비평의 형식이 딱딱하지 않기 때문에 거부감이 적고, 일상에서 흔히 접하고 있는 TV속의 또 다른 현실을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들이 텔레비전 화면을 어떻게 깨고 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들여다 보고 있는지를 살피면서 이 책을 읽어본다면 의외의 소득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책관련 정보>

저자: 주창윤, 최영묵 공저
출판사: 한울아카데미

덧붙이는 글 <책관련 정보>

저자: 주창윤, 최영묵 공저
출판사: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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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공동체를 걱정하는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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