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성추행'이냐, '피해자 자작극이냐'

용역 경비의 노조 간부 성추행 사건 놓고 진상 공방

등록 2001.11.15 19:30수정 2001.11.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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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인 성추행이다"
"아니다, 피해자의 자작극이다"
지난 10월 19일 울산 태광산업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을 두고 양측 주장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태광 노동조합은 지난 6월 12일부터 83일간 전면 파업을 벌이다가 9월 2일 "먼저 조업을 재개한 후 교섭을 진행하자"는 데 합의했다. 9월 10일 조업 재개를 앞두고 회사측은 용역 경비 200여 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10월 17일부터 정리해고자(10월 16일 1차 32명, 18일 2차 37명 정리해고)들의 정문 출입을 통제했으며, 이로 인해 연일 물리적 마찰을 빚어왔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10월 19일 오전 11시경.
A4 용지를 사기 위해 정문을 나서는 노조 서무실장 류아무개(여. 25) 씨를 경비와 관리자들이 막아섰다. "나는 정리해고자가 아니다. 이제까지 출입을 자유롭게 했다"고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류 씨는 "경비실 안에 있는 회사 사람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려고 쪽문을 열다가 손이 끼었는데, 용역경비들이 한 팔씩 잡고 저항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슴을 만지며 밀어내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또한 "112에 신고를 했는데도 오지 않았고, 주변에 얼굴을 아는 남부서 형사가 있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역시 방관했다"고 진술했다.

사건 직후 피해자의 가족과 지역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태광산업 여직원 성추행 사건 대책위(이하 대책위)'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경비 한 사람에 의한 성추행을 넘어 어떠한 성교육도 받지 못한 채 정문을 통제하고 있는 경비, 용역경비, 비상식적인 노무관리, 사건을 수수방관한 경찰 모두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이번 사건의 책임자 엄중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보상,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언론을 통해 이 사건이 공개된 후 "진상을 파악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힌 회사측은 11월 초 울산매일신문을 통해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하던 류 씨가 현 집행부가 사퇴 압력을 받자 현장에 복귀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증언만 듣고 사건을 공개해 회사와 경비의 명예를 실추시킨 여성 단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피해자 가족이 인터넷에 호소문을 올려 진상 공방이 벌어졌다.

피해자 언니인 류 아무개 씨가 작성한 글에는 "동생이 급성 스트레스 진단을 받고 정신 병원에 입원했다"며 "동생은 병원에 입원해서도 잠을 못자고 사람을 피하고 특히 병동 내 남자를 만날까봐 돌아다니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동생 류씨가 옆 병실에서 들려오는 조그마한 소리에도 흠칫 흠칫 놀라면서 몸을 웅크렸으며, 처음에는 밥도 못먹고 조금만 먹어도 다 올려 피까지 토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동생은 잠을 못이뤄 매일 수면제를 먹어야 잠들 수 있고 잠이 들어도 악몽에 시달려 괴로워 했다"며 "이런 상태인데 어떻게 이것이 자작극일 수 있냐"고 반문했다.

현재 대책위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관계 부처 진정서 제출, 시민 선전전 등도 병행할 계획이다. 한편 회사측은 대책위의 면담 요청을 거부하고 대책위 책임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회사 노사 협력팀 관계자는 "이미 확인 과정도 없이 성추행이 있었다고 기자회견까지 한 상태에서 면담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며 "노조가 정리해고나 지난번 대립과정에서 벌어진 경비업체 직원의 부상을 무마하기 위해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이지 성추행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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