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도로가 파헤쳐지는 이유는?

등록 2001.12.18 18:26수정 2001.12.2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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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겨울 추위에 도로를 파고 복구하는 광경을 흔히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 도로공사는 해빙기에 아스팔트가 침하될 우려가 있을 뿐더러 투수콘이 모래알처럼 부서져 나뒹구는 결과를 낳아 부실공사의 표본, 예산낭비의 대표적인 사례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도로공사가 겨울철에 집행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 시행청이 배정된 예산을 불용처리하지 않으려는 데 있음을 지적한다. 사용하지 않은 돈이란 뜻의 '불용예산'은 해가 바뀌면 새 예산에 편입되므로 각 자치단체나 단체장은 기 편성된 예산을 선심성, 민원성 사업에 사용하느라 필요없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불편과 피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이처럼 도로공사가 겨울철에도 집행되는 이유와 관련하여 광주에서 행정, 의정, 예산감시를 하는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 나기백(40) 사무처장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동안 광주지역의 불용예산 사용실태를 제보 받고 조사하였다는데, 2001년 광주지역의 불용예산 사용 실태는 어떠한가 ?
"불용예산 사용과 연말 공사발주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그동안 언론과 시민들이 꾸준히 문제제기 해왔던 사항이다. 불용예산발생은 애초 예산을 적정하게 편성하지 않고 과다편성 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이해해야 할 것은 가령 2001 년도 광주광역시 예산이 1조라 할 때, 이 금액이 2001년도 1월1일 광주광역시 금고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국비지원이나 시 세금수입이 분기나 월별로 들어오기 때문에 공사발주를 년초에 한꺼번에 할 수 없는 예산사용상의 어려움이 있다.

연말 정리추경때 예산을 절감했다거나 입찰차입금 등 순세계잉여금과 국고보조금 잔액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재원을 불요불급한 사업에 쓰는 경우다.

광주광역시의 11월17일자 도로관련 공사 진행 현황에 의하면 총 48건인데 도로관리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는 소형공사(너비-3m,길이-10m)까지 합치면 광주광역시는 하루평균 60여건의 동절기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50여 건의 공사가 불용예산 사용이라는 애기는 아니며, 이중 몇 건(자전거도로 보도정비 7건 등)은 꼭 이동절기에 사업을 진행해야 되는가에 의구심이 든다."

- 이러한 50여 건의 공사가 정말 필요해서 계획적으로 하는 공사일 수도 있지 않나. 불용예산을 쓰기위한 공사라는 근거는.
"아마 대부분 필요한 공사일 것이다. 요즘은 불용예산에 대한 의회나 시민단체의 감시가 심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하지 못한다. 그러나 여전히 시민들이 거리를 지나다 보면 아직 수명이 다하지 않은 보도블럭을 교체한다든가 하수도 공사를 진행한다든가 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산을 불용 처리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중의 하나다.

먼저 정리추가경정 예산서를 꼼꼼히 보면 기정예산(당초예산)에 편성되지 않았었거나 액수가 작았는데, 증액된 예산 항목을 볼 수 있다. 이 항목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해보면 불용예산 처리의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 연말이면 남은 비용을 사용하기위해 필요하지 않은 공사를 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대표적인 사례인데, 왜 매년 이런 악순환이 계속 되는 건가?
"요즘은 예년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으나, 감시의 눈초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시군단위 자치단체는 여전하리라 본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는 첫째는 자치단체나 단체장이 예산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민원성, 선심성 공사에 투자하는 지방자치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서일 거며,

두번째는 불용예산이 매년 반복해서 발생하면 다음년도 예산 확보 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여 그러는 걸로 알고 있다.

세번째는 국고보조금의 잔액이 발생하면 반납해야므로, 이런 예산은 어차피 국민의 세금인데도 자기지역에 한 푼이라도 더 쓰고 보자는 자치단체 이기주의가 발동해서일 겁니다."

- 이에 대한 해결책은 없나?
"이런 예산낭비가 없어지도록 일차적으로 의회가 행정사무감사나 예산 심의 때 적정예산에 대한 심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예산 절감하여 반납하는 자치단체에는 다음해에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도 고려해봤으면 한다.

또한 시민단체나 시민들이 자치단체의 예산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감시가 있어야 하며, 시민단체나 시민들의 예산 참여가 보장되어 보다 공개적이며 투명한 자치단체 예산편성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불용 예산이 필요 없는 공사를 하는 것 말고도 지역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있나 ?
"불용예산이 발생하는 것은 당초 예산을 과다 편성했거나, 행정의 미집행으로 예산 미배정 한데서 발생하기도 한다. 당초 예산 적정하게 편성되어 다른 행정서비스나 주민편익사업에 쓰였다면 주민들의 이익이 증대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예산이 낭비된다면 결국은 주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는 피해로 전가된다."

덧붙이는 글 | * 본 기사는 나기백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의 12월18일 MBC Radio "손석희의 신선집중" 전화인터뷰 내용을 보강, 정리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나기백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의 12월18일 MBC Radio "손석희의 신선집중" 전화인터뷰 내용을 보강,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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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 근무하며, 지역이 잘 살수 있는 정보 및 문화산업 발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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