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분규 매듭지을 '개혁총장' 선출

[인터뷰] 덕성여대 신상전 신임 총장직무대리

등록 2001.12.27 14:14수정 2001.12.28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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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덕성여대 신임 총장직무대리로 임명된 신상전(교협 회장) 교수.ⓒ 오마이뉴스 김시연
"마침내 덕성 정상화의 첫걸음이 시작되다!"
새 총장직무대리 임명 소식을 알리는 덕성여대 교수협의회의 메시지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26일 오전 9시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소집된 덕성학원 이사회(이해동 이사장)는 덕성여대 교수협의회 회장인 신상전(58. 독문과) 교수를 신임 총장직무대리로 임명했다. 지난 12년간 끊임없는 학내분규에 시달렸던 덕성여대가 처음으로 실질적 의미의 '개혁총장'을 맞게 된 것이다.

이날 오후 3시경 덕성여대 쌍문동 캠퍼스에 있는 3평 남짓한 좁은 연구실에서 만난 신상전 교수는 오전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개혁총장은 10여년 투쟁의 성과"

"서둘러 학내를 안정시키고 정식 총장 선출을 준비하는 게 직무대리로서 가장 큰 임무입니다. 우선 총장 선출 규정부터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죠. 민주적 절차뿐 아니라 민주적이고 개혁적인 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재단과 대학, 학내 구성단체들의 의견을 조율해갈 생각입니다."

신상전 교수의 총장직무대리 임명은 최근 1년여 동안 단식, 삭발, 1인 시위, 천막농성 등을 통해 비리 재단에 맞서온 모든 학내 구성단체들의 의지가 결집된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교수협의회 성낙돈 교수는 "이번 총장직대 교체는 임시이사진이 학내 구성단체들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의미"라면서 "사태해결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학내 구성단체들은) 이를 전폭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혀 이를 사실상의 '승리'로 규정했다.

신상전 교수는 "이번 보직을 받아들인 것은 개인 의지만이 아니라 나를 신임해준 학내 민주화 세력의 뜻을 따른 것"이라면서 "처리하기 힘든 분쟁과 현안이 산적해 있어 때론 양쪽에서 저항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당장의 결과보다는 상호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중립 입장 매달리지 않고 개혁에 치중"

ⓒ 오마이뉴스 김시연
신상전 교수는 27일 정식 임명장을 받는 것과 동시에 교수협의회 회장직은 물론 회원자격이 없어진다. 한편으론 개혁세력과 재단측 세력들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에 설 것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총장직무대리가) 반드시 중립적 입장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대학사회의 상식적인 관행을 중시하면서 학내 여론을 바탕으로 분규 원인이 된 비민주적 요소들을 척결해나갈 것입니다."

신 교수는 스스로 '개혁총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혁세력이 주도하면서 다른 입장에 선 교수와 직원들을 설득하고 포용해 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각 학내 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단일화된 학내 정상화방안을 내기 위해 4년만에 처음으로 전체교수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또한 그 동안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여왔던 대학과 재단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도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재단과 대학이 함께 분규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재단이 대학을 지배하고 탄압한다는 발상이 전환되고 상하관계가 아닌 상호협력 관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교수, 직원, 학생 등 학내 3주체와 재단이 참여하는 대학 대표자 연석회의를 열고 분규해소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자는 제안을 냈습니다."

"보직 수행도 투쟁의 연장선"

ⓒ 오마이뉴스 김시연
하지만 그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우선 박원국 전 이사장이나 박원택 상임이사 등 박씨 일가의 입김이 여전히 덕성여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선이사 파견 전에 주요 보직교수나 교직원들을 자신들의 측근들로 교체했다.

"초기에는 저항이 있을지 모르죠. (권 총장 직대 체제) 보직교수들이 자진 사표를 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총장직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신상전 교수가 26일 발표한 대학정상화방안이 재단과 대학의 상호협력, 학내 구성원간의 화합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총학생회의 총장실과 행정사무실 점거 농성을 해제한 뒤 이사회와 대학대표자 연석회의를 통해 학내 정상화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1단계.

이후 박원국 전 이사장의 교육철학을 '상징'하는 강의실 책걸상 고정대를 우선 해체하고 잔류 이사진들에게 교협 교수 및 학생에 대한 각종 고소 고발건 취하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교직원 노조와 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장기파업 종식과 해직교수 복직, 마지막으로 민주총장 선출로 마련된 안정적인 토대에서 대학장기발전전략까지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투쟁에서 승리한 뒤 보직을 맡으면 순수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개혁세력들이 보직을 맡지 않았던 거죠. 하지만 그건 낭만적인 생각에 불과해요. 개혁세력의 요구가 제도화될 때까지 계속 요구해야 합니다. 보직 역시 투쟁의 연장선에서 하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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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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