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말하는 햇볕정책! 끝난 것인가?

등록 2001.12.28 12:56수정 2001.12.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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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참사 이후, 북한을 여전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있는 미국이 피해당사국이라는 점에서 남북관계가 소원해진 경향이다.

그런 가운데 오발로 추정되는 휴전선 총격사건이 있었고,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의 눈치를 보는 대한민국 정부에 불만이 섞인 목소리를 내고,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대로 정권말기의 부담을 고려해서 이렇다 할 대응이 없었다.

그런 소강상태는 최근에 일본영해를 침범한 북한선박으로 추정되는 괴선박을 일본이 격침시키면서, 더욱 미묘한 분위기로 전개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언론은 김정일의 서울 답방이 대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민주당 정권에게 김정일 답방추진 포기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일 답방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형식적으로나마 완결시키는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과 언론이 보도하는 당선가능성 1위인 후보가 햇볕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일 답방의 불성사는 지난 4년간의 햇볕정책을 형해화시키는 것으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한편 정권말기의 부정적인 현상으로 '레임덕' 이라는 것이 있다. '레임덕'은 정치권력 변동기에 권력의 공동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정책성공의 필수요소인 일관되고 명확한 정책추진이라는 정책운영의 기조를 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레임덕은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민주공화국에서 해결해야할 선결과제 중 하나이며, 민주주의 사회의 첨병이자 등불인 언론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 온 현정권의 햇볕정책을 정권말기라 하여 사실상 고사시키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모습으로 보여진다.

햇볕정책도 역시 일관성과 명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정책이며, 특히 민족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통일정책이란 점에서, 언론이 햇볕정책을 인위적으로 종결시키려는 것은 민족의 미래에 재를 뿌리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과 무관하게 햇볕정책은 국가의 중요정책으로서 가치를 지니는 까닭이다.

최근의 국제정세는 햇볕정책과 평화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로 탈레반을 선전하던 미국의 주장과는 달리 미국의 일방적인 학살이라 불리울 만큼 싱거운 전쟁으로 종결되어가고 있는 아프카니스탄전의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언론들이 미국이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 것은 아닌가하는 자성의 목소리를 흘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정부가 미국의 국익유지 차원에서 또 다른 타겟을 정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일부 해외언론에서는 다음 타겟이 어디인가를 예측하기도 하며, 북한도 타겟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일본 정부가 미국의 정보지원으로 자국영해에서 격침시킨 괴선박을 북한 특수부대원이 승선했다라던가, 중무장했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재무장으로 연결시키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중국은 괴선박의 인양에 중국의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실리를 얻기 위해 개입하고 있는 미묘한 상황이다.

그러한 국제정세의 변화는 크게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헤게모니 쟁탈전을 위한 전초전일 가능성이 높으며, 주변국의 영향과 불가원불가근하면서 균형을 유지할 때 국익을 온전히 할 수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입지를 고려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적 기조유지를 위한 햇볕정책의 추진의 필요성은 더욱 고양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관련된 햇볕정책과 그 형식적인 1차적 완결점인 김정일 답방을 정권연장의 수단쯤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언론의 무책임한 행태나, 여론의 눈치나 살피면서, 국가의 중요정책을 주저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햇볕정책은 반대정파의 비난성 공격과는 무관하게 한반도의 분단과 남북의 격차로 인한 군사적 위협을 자연스럽게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햇볕정책의 일부인 남북이 정치 경제적으로 많은 교류를 하는 상황, 주변국의 이해가 철도연결, 물류 허브센터 등과 같은 남북이 공유하는 사업에 영향을 받는 상황으로 발전한다면, 한반도가 평화적인 중립공간으로서 거듭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무섭게 변화하는 21세기 국제정세 속에서 자주성을 유지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그런 햇볕정책은 20세기 중반의 냉전사고방식으로 판단하거나, 자본과 권력의 논리로 판단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햇볕정책은 과거가 아닌 오늘과 미래이며, 끝난 정책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수정 발전시켜야 할 정책인 것이다.

내년은 대통령 선거만 있는 것이 아니라 2002년 월드컵이 대한민국에서 개최된다. 2002년 월드컵은 세계가 대한민국과 한반도를 주목하는 기회이며, 지난 9.11 테러참사 이후, 최초의 세계적인 규모의 평화축제이다. 그리고, 냉전이후의 세계의 균형을 좌우하는 양강인 미국과 중국이 모두 참가한다.

언론의 떠들거리와 장사치들의 장사분위기 고조를 위한 월드컵 16강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중요한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평화정책을 더욱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이며, 김정일 답방도 남북 양측에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남북 양측이 모두 공감하고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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