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 좌절은 없다"

행복한 세상 꿈꾸는 기름밥과 잉어빵

등록 2001.12.28 22:13수정 2001.12.30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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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남의 밑에서 기름밥을 먹다 내 가게를 차렸다. 정말 좋았다. 일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열심히 하는 만큼 결과가 있었고 아내도 남편도 허리띠 졸라매며, 가게를 차리느라고 얻은 빚을 조금씩 갚아나갔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 빚을 다 갚고 이제 한숨 돌릴 만하니 사고가 나서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청양군 비봉면 중묵리 신원카센타를 하는 유병관(41) 씨와 청양읍 읍내리에서 잉어빵 장사를 하는 송은순(39) 씨 부부는 그렇게 오뚜기인생을 살고 있다.

내 어려움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 오직 내 의지가 필요할 뿐. 어려운 일을 당하면서 터득한 마음이 일곱 번 쓰러져도 여덟 번 일어날 수 있다는 신념을 줬다.

청양농공고를 졸업한 유병관 씨는 그 당시 전망이 좋았던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나갔다. 5년 동안 기술을 배워 고향인 청양으로 내려와 청양교통에서 일을 했고, 예산 광표레미콘에서도 차량정비일을 했다.

93년도에는 식구들을 데리고 천안으로 갔다. 부부가 열심히 직장생활을 해 돈을 모아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청양읍 교월리에 흥국카센타를 차렸다.

우여곡절 속에 작년 8월에 비봉면 중묵리로 옮겨 신원정비공업사를 차렸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전세금을 빼내지 못해 금전적인 어려움이 많았고 허가를 내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차리고 나서는 또 어려움은 왜 없었겠는가?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열심히 하니 사업이 잘 되어 올 2월까지 금전적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 듯싶었다. 그리고 유 씨에게 사고가 났다. 작업장에서 대형차를 수리중하던 중 기사보고 시동을 걸어보라고 한 것이 그만 후진기어가 들어가 있어 차밑에 깔리게 된 것이다.

“중환자실에 5일 정도 있다가 의식이 깨어났는데 다시 이 일을 못할줄 알았어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섬뜩섬뜩 합니다.”

2달 동안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4월 중순부터 차량 수리를 하지만 지금도 완치가 안돼 치료 중에 있으며 정밀진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붕어빵이 아닌 잉어빵, 그것도 비단잉어빵을 파는 부인 송은순 씨. 남편이 혼자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 힘을 보태기 위해 잉어빵장사를 시작한 지가 3년째다.

처음에는 남편 모르게 시작했다. 차량정비일이 일정한 것이 아니고 겨울철에는 더 일이 없다. 그래서 생각 끝에 가게세라도 보태자고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철저한 직업의식을 갖고 했더니, 손님들이 많아 큰 도움이 되었다. 올 2월12일에 빚을 다 갚고 나서 그만둬야지 했는데 그 다음날 남편이 사고를 당해 대소변을 받아내는 병간호를 해야만 했다. 남편이 퇴원한 뒤에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다시는 남편이 자동차 정비일 못 하는 줄 알았죠. 다시 살아나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송씨의 잉어빵 장사에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이것도 하나의 당당한 직업’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첫째, 청결을 유지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붕어빵 도구들을 소독하고 구워놓은 빵은 30분이 지나면 팔지 않는다. 굳어서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혹 1만원어치 달라는 손님이 있으면 양해를 구한다. 다음 사람이 오래 기다릴지 모르니 절반만 사 달라고.

비록 노변에서 포장치고 장사하지만 아침 10시쯤 나와서 1시간 동안 준비하고 11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데 보통 8~9시면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청양서 제일 맛있는 잉어빵이라고 말한다.

어렵게 살았고 어려운 일을 당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고 그래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남모르게 마음을 나누는 넉넉한 마음도 갖고 있다.

천안에서 사는 동안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처음에는 매달 2천원씩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단체에 기부하다 나중에는 3만원씩 기탁했다.
청양에서도 남모르게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달 조금씩 보태고 찬바람이 불 즈음이면 조금 더 많이 주머니를 연다.

다른 해보다 더 어려운 올 겨울 초입에도 변변한 집 한 칸 없어 콘테이너를 놓고 살지만 아름다운 마음을 잊지 않고 어려운 이웃과 나눴다.

누구나 다 살다보면 어려운 일은 있기 마련이라며 그래도 아직 젊어 다행이라고 여기는 이들 부부에게는 열심히 사는 부모를 자랑스러워하는 혜경(고 1), 혜정(중 2) 두 딸이 있다.

유 씨 가족은 청양군 아마추어무선동우회 회원으로 활동 중에 있는데 딸들도 초등학교때 무선사 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개척정신이 강한 건강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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