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특대위 쇄신안 과연 혁명적인가?

정치개혁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치로 가능하다

등록 2001.12.29 14:07수정 2001.12.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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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특대위 쇄신안의 대표적인 조치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후보경선시 국민참여비율 50%의 국민경선제와 공직후보자선출시 상향식 공천과 국민경선제 도입
▶총재직폐지와 당정분리
▶지역별 인구비례 및 여성과 청년(40대 미만)의 참여비율 확대(각 30%)

그런데 민주당 특대위 쇄신안에 대한 많은 지식인층이 혁명적인 변화라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반응은 조용하다. 그러면 무엇이 혁명적 변화이고, 국민의 반응은 왜 조용한가?

민주당의 특대위 쇄신안에서 가장 혁명적인 변화는 ▷대통령후보경선시 국민참여비율 50%의 국민경선제와 더불어 공직후보자선출시 상향식 공천 및 국민경선제 도입이다.

민주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민주적 성숙도에 맞는 형식적 절차민주주의의 확립이다. 그런데 한국의 정당사를 살펴보면 독재와 민주라는 구도 속에서 국민의 민도가 반영되었다기보다는 독재자와 그를 비판하는 세력간의 경쟁에서 양자택일이라는 단순구도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았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결사체라기보다는 반독재투쟁의 몇 몇 명망가 중심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일사분란한 투쟁조직과도 같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치란 공허한 문구에 불구했다. 이러한 조건이 한국정당을 1인 보수에 의한 가신정치라는 낡은 관행으로 지배되는 정당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독재의 시대는 갔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급속도로 전진하고 있다. 이러한 전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관행은 한국정당을 지배하고 있고, 국민 누구도 한국정당을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대의기관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들이 선출한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가와 민족의 지도자라는 존경을 갖지 않는다. 이것은 한국정당이 민주적이지 못했던 과거의 굴레이며 업보이다.

그럼 지금 민주당의 특대위가 내놓은 대통령후보는 물론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민경선제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제 드디어 한국정당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형식적 절차민주주의가 시작됨을 말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민주당이 시작했다. 혹자는 2002대선과 맞물린 민주당의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평론은 "평론"에 불과하다. 낡은 정치관행을 청산하고 모든 사회발전의 저해요소인 한국의 후진화된 정치구조를 바꾸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선택은 그들의 고육지책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민주적 성숙의 승리이기도 하다. 이제 이 형식적 절차민주주의를 국민들이 어떻게 정치개혁의 과실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정치허무주의 혹은 패배주의에 안주하여 혁명적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국민의 몫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대선후보선출시기와 중복출마금지를 놓고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짐으로써 이러한 혁명적 변화의 중요한 의미가 삭감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나아가 이와 같은 혁명적 변화가 국민 속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그 의미를 확산하는 일에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 국민은 민주당이 제시한 혁명적 제도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민주적 훈련의 장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한국정당에 당비를 내는 당원이 7000명이 안되는 현실 속에서 정치권이 부패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율배반적이다. 흔히들 정당들에게 "국민정당"으로 거듭나라고 요구한다. 이것은 정당의 몇몇 정치인과 당직자에 의해서 구현되는 것이 아니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치참여가 구현될 때 비로소 "국민정당"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총재직 폐지와 당정분리의 원칙이다. 총재직을 폐지한다는 것은 한국정당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그 동안 3김으로 대표되는 보수정치에 의해 이루어진 전횡은 이루 열거할 수 없다.

총재가 공천권이란 무소불위의 권력을 독점하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계파를 형성하고 국민의 의사보다는 자기를 중심으로한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치가 한국정당의 현실이다. 민주당에 있어 총재직 폐지는 'DJ당' 혹은 '동교동계당'이란 권위주의적 질서를 청산하고 민주적이고 현대화된 정당으로 거듭남을 의미한다.

더불어 대통령이 당적과 총재직을 유지하고 있어 대통령중심제의 근원인 삼권분립의 정신이 훼손되고 대통령에 의해 국회가 장악되어 국회는 항상 날치기와 폭력이 난무했다.

사실 국회는 최고의 합리적 언어와 논리에 의한 민주적 의사소통구조의 산실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날치기와 언어폭력 심지어는 물리적 폭력까지 행사되고 있다. 당정분리는 이러한 관행을 청산하고 국회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는 출발이다.

마지막으로 ▷지역별 인구비례 및 여성과 청년(40대 미만)의 참여비율 확대(각 30%)이다. 이것은 민주당이 그 동안 "호남당"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에 대한 대안이다.

그런데 지역별 인구비례가 갖는 의미는 실제적인 전국정당의 길을 선택한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의 당론 및 공직후보선출과정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영남의 민심이 인구비례에 의해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인구비례에 상관없이 호남과 영남이 거의 동등하게 반영되어 왔다.

또한 청년과 여성의 비율을 30% 할당한다는 것은 사회를 젊게 하고,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으며 유권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40대 미만의 청년층이 정치적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놓은 것이다.

여성에 30%를 할당한다는 것은 물론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여성의 지위를 상승시키면서 사회에 상존하는 남녀불평등의 문제를 지양할 수 있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다. 이 역시 국민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청년층은 사회 비판의식에 비해 정치참여가 낮고, 여성 역시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기회에 청년층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정치가 젊고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도전과 모험 정신이 구현될 수 있기를 호소한다. 여성 역시 21세기는 여성정치의 시대라는 말이 공문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

민주당 특대위 쇄신안은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사소한 정치이해에 매몰되고 국민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패한 혁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더불어 역사는 거꾸로 흐를 것이며 수구특권세력의 낡은 관행이 지배하는 정체된 국가와 사회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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