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화두 '안티조선과 신문개혁'

2001년의 평가와 2002년 전망

등록 2001.12.30 10:43수정 2001.12.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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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언론운동단체들이 음지에서 묵묵히 노력하며 공을 들여온 신문개혁의 과제가 2001년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2001년 한해를 관통한 가장 뜨겁고 중요한 쟁점이 신문개혁과 안티조선이었다는 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다만 관점의 차이가 있을 뿐.

사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을 필두로 한 시민진영이나 언론노조 등 언론운동을 해온 사람들은 지난 10년 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기초적인 작업인 모니터만 해도 가시적인 성과를 체험할 수 없는 소모적인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언론이 민주화되지 않으면, 언론을 개혁하지 않으면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는 신념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빛도 이름도 없이 자신을 소진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안티조선과 관련해서는, 아무리 강준만 교수의 1인 저널리즘 작업이 괄목할 성과를 올렸어도 이 작업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안티조선도 시민운동으로 발전하여 전국적인 쟁점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단지 일부 지식인 사회에서의 논쟁이나 네티즌들 사이에서의 유희로 머물렀을런지 모를 일이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냉정하게 평가를 하면서 새해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일부의 평가는 이렇다. 정부가 주도한 언론개혁은 실패했으며 정기간행물법 개정을 추진했던 시민운동진영의 노력도 성과 없이 끝났다는 것이다.

그렇지는 않다. 정부가 언론개혁을 주도한 적은 없으며, 언론개혁시민연대(언개연)가 추진해온 언론개혁의 과제 중 하나로서 요구한 세무조사와 신문시장의 정상화를 정부가 수용해서 집행했을 뿐이다. 그리고 이것도 실패한 듯이 보일 수도 있지만, 또한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 의도를 관철하지 못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사실은 언론운동진영에서 보면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무엇보다도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견고한 성채로 여겨졌던 언론권력의 치부가 국민들 앞에 낱낱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신문개혁과 안티조선이 지식인사회의 쟁점이 되고 뜨거운 논란이 일었던 것도 주목할만한 성과였다. 족벌신문들과 수구적 지식인들은 비판언론 탄압이요, 줄 세우기 강요라고 몰아 부쳤지만 그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여론조작이었다.

군사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기득권을 독점적으로 향유해온 그들이야말로 지식인들을 강제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자행했으며, 거부하는 이들을 탄압함으로써 결국 양심적 지식인들이 침묵하게 만들었었다. 군사정권이 물러난 이후 새로운 권력을 구축한 족벌신문들의 위세에 눌려 여전히 침묵하던 지식인들이 신문개혁과 안티조선을 화두로 하여 비로소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비로소 언로(言路)가 열리면서 정상적인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징표다. 그리고 언로를 독점해온 족벌신문과 한나라당 및 수구적 지식인 등 기득권세력이 이것을 완강하게 저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정간법 개정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도 그 자체를 두고 평가할 일은 아니다. 정간법 개정을 비롯하여 제반 신문개혁의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결성한 신문개혁국민행동이야말로 연대 그 자체가 성과다. 정간법 개정은 족벌사주들의 전횡과 관련하여 하나의 장기적인 과제로 걸어놓은 것이지 2001년의 단기적 과제로 집착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신문개혁의 대의에 동의하여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광범위하게 연대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30일 148개 단체로 결성한 국민행동은 443개 단체의 참여로 확대되었다. 지난 10년 간 외롭게 싸워온 언론운동단체들에게는 엄청난 원군을 얻은 셈이다.

결국 김대중 정부에 대한 반감을 이용한 족벌신문들은 국민을 무시한 여론조작으로 비리언론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을는지 모르지만 신문개혁의 도도한 흐름까지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2년은 이 흐름을 이어나가는 가교가 되어야 하고, 이는 당연히 언론운동단체들의 각별한 노력을 요하는 과제가 된다. 특히 2002년은 선거의 해인 만큼 선거국면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직의 측면에서도 국민행동은 한시적인 기구로 결성한 만큼 언개연 중심으로 개편하여 장기적인 연대의 틀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한편 안티조선운동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거보를 내디뎠지만 2001년에 대단한 성과를 올렸다. 모두들 고개를 가로젓거나 회의하는 가운데 2000년 9월20일 결성된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는 지식인선언, 1인 시위, 순회강연, 대학생조직의 결성 등 꾸준한 활동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민변, 전교조 등의 구독거부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꿈적도 하지 않을 것 같은 조선일보 권력의 성채는 마침내 요동을 치면서 발행부수의 감소라는 가시적 성과를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미미한 감소지만 오름세가 꺾였다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으며, 유례 없는 판촉활동과 사외보 발행 등 가히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 향후 안티조선운동의 에너지를 북돋우게 될 전망이다.

끝으로 2002년에 신문개혁운동이 집중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가 있다. 신문고시가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시장의 혼탁상이다.

솔선해서 법을 지키고 모범을 보여야 할 신문사가 법을 짓밟고 공정거래질서를 유린하고 있는 점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무가지를 마구 뿌리며 강제투입을 다반사로 삼는가 하면 경품 유혹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마저 손을 놓아버린 상황이다.

신문고시 제정을 요구했던 언론운동단체들은 국민행동 전국조직들과 함께 신문독자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신문상품의 질을 비교 검토하여 보고싶은 신문을 구독하고 또 바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야말로 신문개혁의 핵심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2001년에 조성된 시민사회의 높은 관심과 조직적 기반을 토대로 하여 2002년에는 독자의식의 각성과 실천적 의지를 배양하면서 민원해결사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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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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