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정책에 대한 의혹들

백년지대계를 선택한 것인가, 빠져나갈 구멍 만들기인가

등록 2001.12.30 16:14수정 2001.12.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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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당국은 현재 중3학생들이 대학입시 수능을 치를 때부터 학생들이 선호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치르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학부모들의 과외비 부담이나 학생들의 중압감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런 것인지 아니면 교육당국의 다른 의혹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우선 그렇지 않아도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전인교육, 일반적 소양을 갖춘 사회인의 양성이라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무너져 가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런데, 자신이 선호하는 과목에 대해서만 공부하게 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아무리 현대사회가 한가지 전문지식을 가지면 먹고살기 지장없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룬다고 하지만, 전문지식을 갖춘 편협한 국민만을 만들게 되지 않을까?

둘째, 선택적 수능의 결과는 수능이 지니는 변별력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따라서, 경쟁력있는 학생 확보를 위해 대학당국은 또다른 변별력을 가늠하는 잣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현재의 교육과목을 뛰어넘는 또다른 중압감을 만들 수 있고, 학부모들에게는 더 많은 과외비부담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선택적 수능으로 수능의 변별력이 사라진다는 것은 각 대학마다 학생선발기준의 차이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현재의 고등학교에서의 진로지도는 그만큼 어렵고 곤란해지게 만든다. 그리고, 특정대학 입학의 전문가들인 사교육에 학부모나 학생이 의존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그것은 공교육 붕괴를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

넷째, 국가의 교육철학의 문제이다. 국가가 추진하는 교육은 학생들 마음대로 선택하도록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뚜렷한 방침을 가지고서 자라나는 학생들을 성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교육당국이 발표한 선택적 수능은 국가의 장기적 관점의 교육철학이 적용되지 않고, 학생의 선택과 대학당국의 제각각의 교육철학에 우리 사회의 교육을 맡겨놓게 되는 것이다.

위와같은 부작용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이 선택적 수능정책을 결정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해마다 수능 직후 벌어지는 수능의 난이도 실패에 대한 부담감과 입시정책에 대한 비난을 학생과 학부모, 대학당국에 떠넘기려는 것은 아닌가?

교육정책은 참으로 중요한 정책이다. 그래서, 역사 속에서 교육을 망가뜨리는 군주는 폭군이었고, 일제가 한민족을 식민통치하기 위해 우민화 교육을 시켰으며, 히틀러와 같은 독재자는 자국 국민을 나치사상의 노예로 만드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중국이 문화혁명을 벌이면서 공산사상교육외의 교육을 소홀히 한 결과 그 시대의 학생들이 중국의 원동력이 되어야 할 나이에 중국발전의 주역이 되지 못했던 점, 우리나라에 한 때의 열풍으로 학교에서 한문교육을 받지 못한 세대들이 한자어가 많이 사용되는 사회생활에 곤란을 겪었던 사례 등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교육당국은 과연 우리의 학생들에게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고있는 것인가?

교육당국의 이번 수능정책 발표는 적어도 위와같은 부작용들에 대한 해명과, 교육당국이 빠져나갈 구멍만들기를 한다는 의혹정도는 확연히 밝힐 수 있어야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당국의 신중한 재검토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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