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춘 러시아 대사는 왜 경질됐나

한나라당 3일째 논평 "보복성 인사"
민주당 "이총재 방러 전에 경질 방침"

등록 2001.12.31 16:15수정 2002.01.0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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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춘 주 러시아대사의 경질을 둘러싸고 여야는 31일 사흘째 공방을 벌였다.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은 29·30일에 이어 이 날도 논평을 내고 이 대사의 경질이 지난 11월 이회창 총재의 러시아 방문 당시 '과잉예우'에 대한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야당총재의 국익외교를 도와준 외교관을 경질한다면 앞으로 누가 소신을 갖고 일하겠는가"라며 정치적 의도에 의한 대사 교체임을 강조했다.

정재문 한나라당 국제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이 대사는 '한승수 장관으로부터 잘 협조하라는 전화를 직접 받았었다'고 밝혔다"면서 "그래놓고 지금 와서 이 대사를 느닷없이 경질하는 것은 보복성 인사가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제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으로서, 제1정조위원장으로서, 대변인으로서 알았던 정보를 토대로 거듭 말씀드리거니와, 러시아와 일본 주재 대사의 경질 방침은 이회창 총재의 방러 이전에 이미 결정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러시아 대사 경질이 이 총재 방러 때의 일 때문인 것으로 오해받으면 어쩌나 하고 저도 정부 측과 함께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오해가 두렵다고 해서 경질 방침을 선회해 유임시켰다면 그것인 올바른 인사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더 나아가 장전형 민주당 부대변인은 "이미 이 대사 본인도 교체사실을 알고 오버액션(이 총재에 대한 과잉예우)을 했을 것이라는 주변의 얘기가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심지어 교민리셉션까지 대사관에 의지했던 무능함을 자책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경필 대변인은 주러대사 교체 뿐 아니라 조세형 민주당 상임고문이 주 일본대사에 내정된데 대해서도 "비전문가 낙하산식 인사"라고 주장, 두 대사 교체에 대해 정치쟁점화 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조세형 주일대사 내정은 지연·학연 등을 배제하고 능력·개혁성·청렴도를 기준 삼으로는 대통령의 공정인사 기준에 전혀 맞지 않는다"면서 "정권말기 그동안 정치적 빚을 졌던 인사들에 대한 '자리 챙겨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1월 29일 이재춘 대사를 비롯한 주 러시아 대사관의 외교관들이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일행의 방문에 필요 이상의 '과잉 서비스'를 해 현지 교민들로부터 불만을 사고 있다고 단독으로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현지취재-한 대사관의 '비중있는 인물' 대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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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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