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고 무시하면 인생 끝이야"

아이들의 남녀평등은 어디쯤 있나?

등록 2002.01.10 22:33수정 2002.01.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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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 쎄 쎄
또미 또미 미 또미
청바지에 패션쇼
야 너 일로 와 봐 나랑 한번 붙어 볼래
여자라고 무시하면 인생 끝이야, 가위 바위 보"


얼마 전 집 근처 작은 공원에서 초등학교 여학생 두 명이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이들은 가위 바위 보로 승부를 가른 뒤 이긴 아이가 진 아이의 등을 두드리는 벌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는 다시 노래를 반복하고...

노래가사가 하도 특이해 아이들에게 물었다.
"지금 부른 노래가 뭐지, 못 듣던 노랜데? "
아이들은 "남자애들이 여자라고 무시하고 못 살게 굴 때 부르는 노래"라고 답했다. "누가 만든 노랜 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모르겠고 여학생들은 거의 다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아이는 "남자아이들이 장난을 치거나 때리며 못살게 굴면 여자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른다"고 말했다. 그 아이들 말대로라면 그 노래는 남자 아이들의 장난 등에 힘을 합해 저항하는 '투쟁가'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어쨌든 널리 알려졌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노래는 문화의 반영인 만큼 아이들 세계에서 나타나는 남녀불평등의 반영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역설적으로 남자는 여자를 무시하는 존재로 보여진다. 그리고 남녀 성의 대결이 거친 표현으로 그려져 있다.


남녀평등이라는 표현조차도 남자의 순서가 앞에 있어 진정한 평등을 위해서는 양성평등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금 혹시 우리는 어른들의 남녀평등에만 관심을 갖고 아이들의 성의 평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학교에서 회장은 남자, 부회장은 여자라는 고정된 인식 등 말이다. 국회 여성의원수를 늘려야 한다며 초등학교 여자회장을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남녀평등을 이야기하지만 가정에서 부모가 제대로 된 남녀평등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아이들에게 남녀 차별적인 요소를 나도 모르게 가르치고 있지는 않은지 챙겨볼 때인 것 같다.

"옛날에는 아들은 가르치고 딸은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옛날에 비하면 하늘이지"라는 식으로 불평등한 요소를 아직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 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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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쓰고 함께 공유하고 싶어 가입했습니다. 삶에서 겪는 사소하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그냥 스치는 사소한 삶에도 얼마다 깊고 따뜻한 의미가 있는지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그래서 사는 이야기와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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