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학벌은 별개다?

'중앙일보'의 의심스러운 학력(學力)

등록 2002.01.24 15:35수정 2002.01.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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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4일자 중앙일보 사설 '學力과 학벌은 별개다'를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어에서 학력은 학력(學歷)과 학력(學力)의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라이코스 국어사전에서는 두 학력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학력 (學歷) [항녁] 수학(修學)한 이력. ¶ ~이 높다〔낮다〕 / 공무원 시험에서 ~ 제한을 철폐하다.

학력 (學力) [항녁] 학교 등에서 계통적인 교육을 통해서 획득한 능력. 또는, 교과 내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지식으로서 몸에 익히고 그 지식을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힘. ¶ ~ 검사 / 기초 ~ / ~이 저하되다.


한완상 부총리가 폐지할 것을 주장한 채용서류의 학력란은 '학력(學歷)'의 뜻 일게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학력(學力)과 혼동함으로써 학력란 폐지 → 학력 저하의 엉뚱한 결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더욱이 학력(學歷)은 한자로 병기하지 않고 學力만 병기함으로써 독자들의 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설의 제목이 "학력란 없애면 학벌주의 타파되나"인 점, 보통 기업의 인재 채용의 경우 學力보다는 경쟁력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는 점으로 비추어 보건대 의도적으로 독자들을 혼란시킨 혐의가 짙다.)

중앙일보사는 신입 사원 채용 때 학력 란에 무얼 쓰는 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OO고등학교 졸업', 'XX대학교 졸업' 등 출신 학교와 학과를 쓴다. 이게 학벌과 별개라는 學力이며, 이러한 學歷란을 존속시킨다고 학생들의 學力이 제고된다는 말인가.


더욱이 한국에서의 대학 간 서열은 교육 서비스의 질이 아니라 이름값으로 정해지기에 경쟁을 통한 학력 제고에 오히려 역행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명문대 출신으로 추정되는 집필자의 화려한 學歷과 그에 걸맞지 않게 한심한 學力은 學力과 學歷, 즉 學力과 학벌이 별개임을 몸으로 웅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사설] 學力과 학벌은 별개다

한완상(韓完相) 교육부총리가 엊그제 국무회의 석상에서 기업들의 채용서류에 학력란을 없애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학벌주의 문화 타파 추진대책을 보고했다가 다른 장관들의 반대로 보류됐다. 

그는 올해를 학벌타파의 원년으로 삼겠다면서 기업풍토.제도 개선 및 국민의식 개혁 등 분야별 대책을 보고했다고 한다. 

학벌주의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韓부총리의 취지에 이론(異論) 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취직은 물론 사회활동, 심지어 배우자 선택에서도 학벌을 따지는 학벌중시 풍토 때문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입시경쟁은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만 연간 7조원에 이를 정도다. 

뿐만 아니라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한 '끼리끼리'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저런 게이트의 뿌리에도 '끼리끼리'문화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학벌주의 문화의 타파가 시급하다고 해서 이를 즉흥적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특히 기업들의 채용서류에서 학력란을 없애는 문제는 국민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그만큼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이나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수적인 사안이다. 韓부총리는 이런 과정 없이 국무회의에서 불쑥 보고부터 했으니 한건주의적 정책추진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교육부가 대책으로 제시한, 채용서류에서 학력란을 없애는 방안도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학벌주의와 학력(學力)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학벌주의는 배격해야 할 대상이지만 학생들의 학력 제고는 교육정책의 한 축이 돼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선 학문 발전과 인재 양성 없이는 치열한 국가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최근 대대적인 공교육 수술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미국 내 몇몇 기관들이 해마다 분야별로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배경에는 하순위 대학의 분발을 촉구함으로써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간 격차를 무시한 채 학력란부터 없애려는 것은 대학마저 하향평준화를 유도하겠다는 발상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30여년간 지속돼온 고교 하향평준화로 공교육이 붕괴된 지 오래다. 

더구나 사원을 뽑을 때 채용서류 양식을 어떻게 만들지는 전적으로 기업들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고용문제나 절차에까지 일일이 간섭하려 든다면 자율과 경쟁의 기본원리마저 침해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회 발전의 견인차인 경쟁원리를 살리면서도 학벌주의 문화를 타파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업들도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는 채용.승진 관행을 개선해야 하며, 시민들 역시 간판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사설] 學力과 학벌은 별개다

한완상(韓完相) 교육부총리가 엊그제 국무회의 석상에서 기업들의 채용서류에 학력란을 없애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학벌주의 문화 타파 추진대책을 보고했다가 다른 장관들의 반대로 보류됐다. 

그는 올해를 학벌타파의 원년으로 삼겠다면서 기업풍토.제도 개선 및 국민의식 개혁 등 분야별 대책을 보고했다고 한다. 

학벌주의 문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韓부총리의 취지에 이론(異論) 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취직은 물론 사회활동, 심지어 배우자 선택에서도 학벌을 따지는 학벌중시 풍토 때문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는 입시경쟁은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만 연간 7조원에 이를 정도다. 

뿐만 아니라 특정 학교를 중심으로 한 '끼리끼리'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저런 게이트의 뿌리에도 '끼리끼리'문화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학벌주의 문화의 타파가 시급하다고 해서 이를 즉흥적으로 추진할 일은 아니다. 특히 기업들의 채용서류에서 학력란을 없애는 문제는 국민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그만큼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이나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수적인 사안이다. 韓부총리는 이런 과정 없이 국무회의에서 불쑥 보고부터 했으니 한건주의적 정책추진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교육부가 대책으로 제시한, 채용서류에서 학력란을 없애는 방안도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학벌주의와 학력(學力)은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 

학벌주의는 배격해야 할 대상이지만 학생들의 학력 제고는 교육정책의 한 축이 돼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선 학문 발전과 인재 양성 없이는 치열한 국가간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최근 대대적인 공교육 수술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미국 내 몇몇 기관들이 해마다 분야별로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배경에는 하순위 대학의 분발을 촉구함으로써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간 격차를 무시한 채 학력란부터 없애려는 것은 대학마저 하향평준화를 유도하겠다는 발상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30여년간 지속돼온 고교 하향평준화로 공교육이 붕괴된 지 오래다. 

더구나 사원을 뽑을 때 채용서류 양식을 어떻게 만들지는 전적으로 기업들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고용문제나 절차에까지 일일이 간섭하려 든다면 자율과 경쟁의 기본원리마저 침해할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회 발전의 견인차인 경쟁원리를 살리면서도 학벌주의 문화를 타파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기업들도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는 채용.승진 관행을 개선해야 하며, 시민들 역시 간판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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