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걸렸어, 딱 걸렸어!"

등록 2002.01.29 17:39수정 2002.01.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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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일이 있어 어제 퇴근후 가족들과 함께 처가집에 다녀올 때의 일입니다.

출발 무렵부터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만, 처가집에서 볼 일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할 때는 군데군데 노면이 하얗게 덮여있을 정도로 눈이 와 있더군요. 그 순간 내 머릿 속에는 위험을 알리는 노란불이 켜졌습니다.


처가집에서 집까지 돌아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한 시간 남짓한 거리의 지방도로가 있는데, 그곳은 평상시에도 사고가 잦은 곳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만만치 않은 커브길과 고갯길이 도처에 널려있고, 대형화물차의 통행이 많은 탓에 대낮에 지날 때조차 아찔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그런 곳을 밤 늦은 시간에 눈이 내린 가운데 칠흙 같은 어둠을 뚫고 통과해야 했으니 위험하다고 느낀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닐 겁니다.

더군다나 문제의 지방도로는 제한속도가 60㎞였다가 80㎞였다가를 널 뛰듯 정신 사납게 넘나드는 곳인데다가, 거의 몇 ㎞에 한 대 꼴로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60㎞구간을 잘못 80㎞알고 달리다간 속도 위반으로 걸리기 딱 알맞은 곳이었죠.

다행히 눈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도로는 비교적 말끔한 노면 상태를 보이고 있었지만, 그런저런 사정들로 인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달리고 있을 때, 문득 1톤 트럭 한 대가 추월차선을 통해 내 차를 추월해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나는 문득 ‘딱 걸렸어, 딱 걸렸어!’ 하는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문제의 지방도로를 제법 많이 오간 듯 난코스라면 난코스인 그곳을 달리는 폼이 익숙하기 그지없었던 데다가, 과속을 즐기지 않는 듯 보이는 운전 스타일이 ‘딱!’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 운전 고수에게 사사받은 비법(?)중 하나인, 익숙지 않은 길에서 길잡이 삼아 따라가기에 딱 좋은 차였던 겁니다.


익숙지 않은 길에서는 그 지역 차들 중에서 사업용 차 등 도로 상황에 밝아보이고, 과속과 난폭운전을 일삼지 않는 얌전한 운전 스타일의 차 한 대를 골라 길잡이 삼아 따라가면 운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언젠가 한 운전 고수가 내게 조언을 해준 바 있는데, 마침 그 기준에 딱 맞는 차 한 대를 발견한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커브길, 어딘가에 잠복해 있을 지도 모르는 부분 결빙 가능성 등에 따른 위험이 일순간 눈 앞에서 싹 걷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예의 1톤 트럭 꽁무니를 따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운전하기 정말 편하더군요.


예의 1톤 트럭은 영문도 모르는 채 그렇게 우리 가족의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 안전하게 앞길을 열어줬고, 덕분에 우리 가족은 사고 잦고 달리기 까다로운 악명 높은 도로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으며, 안전하게 집까지의 남은 길을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자주 다니는 익숙한 길은 어떠한 상황이라도 대개는 큰 어려움 없이 오갈 수 있을 것이지만, 익숙지 않은 도로에서 앞길에 대한 판단이 잘 서지 않아 주저주저하게 될 때에는 이 방법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 싶어 이렇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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