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많은 언론에서 밝혔듯이 글리벡은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이다.
이 글리벡이란 약은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개발한 약인데 이 약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바티스사간에 또한 이들과 사회단체간에 한바탕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노바티스사가 지난해 6월 글리벡에 대한 약가 신청을 한 이래 11월 19일 미국등 선진 7개국의 글리벡 평균 약가를 적용해 글리벡의 보험 약가를 1만7862원(월 복용분 214만3440원-본인 부담금 64만2000원)으로 고시하였다.
이에 대해 노바티스사는 즉각 성명을 내고 정부고시가를 거부하고 2만5000원 이하로 약값을 책정할 경우 약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반발하여 이후 한동안 약을 공급하지 않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였다.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노바티스사는 2만5000원(월 복용분 300만원-본인 부담금 90만원)으로 보험을 책정할 경우 30%에 이르는 본인 부담금을 회사에서 부담하기로 수정제의를 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글리벡은 지금 소수 환자들에 한해 무상 공급되고 있으며 정부와 노바티스의 힘 겨루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에 의한 살인
한편 '글리벡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단체 공동대책위 준비모임'(공대위)나 민중의료연합 등은 노바티스의 지적재산권을 앞세운 고가 약정책에 대해 비난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
민의련에 의하면 글리벡의 2만5000원에 이르는 약값은 민의련이 추정 계산한 원가 845원의 30배로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것이다.
이들은 이윤만이 절대적 목표인 다국적 제약기업이 지적재산권과 환자들의 긴박한 사정을 볼모 삼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민중에 저지른 폭력이라고 비난하고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을 천명하였다.
이 와중에 배고픈 사람들에게 치명적인(부자들에겐 전혀 관계가 없는)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12월 수 십년간 대표적 결핵 치료제로 사용되어온 '파스'가 채산성 악화에 따른 제약업체의 생산기피와 유일하게 이를 생산하던 제약사가 부도나면서 공급이 중단된 것이다.
이로 인해 저가(1g당 30원) 결핵치료제인 '파스'에 의존해온 수많은 결핵환자들이 근 한달간이나 최소한의 치료도 받지 못하였다. 정부가 한 달이나 지나고서야 보험약가를 올려줌(1g당 80원)으로서 약이 다시 공급되었지만 언제 이런 일이 또 일어날지 결핵환자들은 노심초사할 뿐이다.
노동자민중의 건강권이 독점제약사 손에?
글리벡 약값을 둘러싼 일련의 힘 겨루기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하나는 지적재산권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회사나 국내의 독점제약사의 약값 뻥튀기에 3세계 민중들이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악화 문제가 없었다면 이러한 힘 겨루기에 나서지 않았을 거라는 사실이며 마지막으로 그러한 사태에서 노동자 민중은 자신의 의견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도 제2, 제3의 글리벡 사태를 예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글리벡과 파스를 두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의약품의 공공성 문제이다.
공공성이 확보된다면 의약품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좋은 약을 보다 많이 공급받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약품, 시장논리보다 공공성 추구해야
의약품이 공공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의약품에 따라다니는 특허권, 지적재산권을 철폐하여야 한다.
의약품에 있어 지적재산권은 의약품에 대한 모든 권리를 하나의 기업이 수 십년간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으로 막대하게 부풀려진 약값과 독점한 공급노선을 통해 특히 제3세계 대다수 민중들을 합법적으로 수탈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그 기업에게 안겨준다.
글리벡의 경우에서처럼 필수의약품이나 희귀의약품은 개발초기부터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연구개발비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당연히 전 국민의 지원이나 다름없고 이는 그 약품의 생산과 유통의 권한을 개별 기업에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 권한을 정부가 앞장서 개별기업에 준다는 것은 정부가 곧 기업이라는 사실일 때 뿐이다.
설사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 하더라도 생존권은 그 어떤 권한 보다 우선함으로 환자들의 고통과 생명을 담보로 다국적 제약기업이나 국내 독점 기업이 사기치게 놔둘 수는 없다.
또한 결핵약 '파스'의 예에서 보듯이 이윤에 목마른 제약회사들이 채산성이 안 맞는 의약품은 가차없이 시장에서 퇴출시킨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는 것은 그들이 고민할 몫이 아니라는 냉정한 돈의 논리를 보여주었다.
그러므로 의약품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철폐 못지 않게 의약품의 개발과 분배, 생산과 유통을 국가에서 계획하고 관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유통, 분배에 대다수 민중들이 민주적으로 참여하여 더 이상 민중들의 생존권을 허울뿐인 시장의 무정부상태에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두 가지 사건이 우리들의 뒷통수를 때리며 동시에 가르쳐준 단 한가지 교훈이고 냉정한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박병현 씨는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 회원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