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산타클로스

소년 시절 내 양말을 외면했던 산타가 이제 왔다

등록 2002.01.29 19:06수정 2002.01.2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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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에게서 중형의 언도를 기다리는 피의자가 된 기분이었다.

역학원의 원장이 나를 부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 더구나 일요일 오후 적당히 게을러 지고 싶은 시간에. 나는 내 운명에 삶과 죽음의 명암이 엇갈려도, 직장에서 명퇴의 작두 아래에서도 역술집의 문턱을 한 번도 넘어 본 일이 없었다.


인생은 새옹지마가 아니던가. 밤이 되었다 함은 아침을 기약함이니. 그렇게 살아온 내가 역학을 배우겠다고 하는 것은 사실 인생의 희극이었다.

온갖 자격증을 따본들 늘 나이에 걸려 부질없이 자격증은 낡은 앨범처럼 상자 속에 쌓인다. 노취(老臭)가 가득할 때 주위에 말동무라도 묶어주려면 역학이 제격 아닌가. 그렇게 알게 된 역학원의 원장이 일요일 오후에 자기를 보러 오라고 거의 강요한 것이다. 더구나 또 다른 B형에게 연락하여 함께 오라는 것이다. B형은 나를 부추겨 역학을 공부하게 만든 사람이다.

갈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무슨 불길한 인생 조언을 들을 것 같았서였다. 노련한 역술인은 상대방의 팔자에서 생명까지 위험한 지경을 짚으면서도 이 고비를 넘기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고 덕담을 한다.그 고비는 생사의 갈림길이니 상대방은 알지 못하며 돌아가니 사람에 따라 그 길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이 된다.

재미 삼아 듣거니 하는 수도 있지만 ,무슨 액이 꼈다는 등 살이 꼈다는 등 하는 말은 아니 듣느니 못하다. 역학원 원장은 지난 주 내가 교육 받으러 갈 때도 눈치 하나 주지않더니 무슨 고비를 선언하려는가.더구나 내가 자기 역학원을 알려서 함께 공부를 한 B형까지 묶어서.
살다 보면 현실은 어려움과 날마다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건강 걱정이 있다.

지하철로 한 시간 이상 가야 있는 역학원에 도착하자 이미 B형은 와 있었다, 원장은 아무 소리 없이 수업에 들어가고 불려온 우리 두 시람만 답답했다.

수업이 끝났다. 20여 명 원생이 물밀듯이 사라졌다. 원장은 우리 둘을 데리고 조용한 일식집으로 갔다. 가슴이 성큼 한다. 심각한 말을 하려 드는구나.


음식이 나왔다.
원장이 말하기를 "두분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하길래 우리 둘은 "네에?" 하고 깜짝 놀라 되물었다,
"한 분은 오늘이시고, 한 분은 모레가 아니십니까. 바쁘신 분들이지만 모시고 저녁 대접을 하려고 이렇게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무슨 걱정거리를 들을 줄 알고 주눅이 들렸던 마음이 풀렸다. 여유가 생겼다.

" 저는 이런 기대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좋은 꿈을 꾸었는데. 이런 꿈이었을 것입니다. 복권 50억이 담청 되는 꿈인데 본인이 사러 가면 당첨이 안되고 그 복권을 내가 사야 됩니다. 당첨이 되면 그 중 얼마를 떼어놓으면 어떻겠냐 하는 말씀을 들을까 하고 기대를 하고 왔는 데. 그것은 아닙니까?"


원장은
"하,하.그런 일은 없지요. 두 분의 생일이 서로 가까이 있은 것이 반가웠지요. 축하를 해드리고 싶었구요. "
하며 내 농담을 분지른다.

50억의 돈이 무슨 대수인가. 그 돈은 결코 내 돈이 될 수 없고, 돈을 품에 안고 있다 한들 복 받을 일은 아니다. 이렇게 남을 생각하여 차려주는 생일밥상의 따뜻함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원장과 원생 사이라지만 남에게 신경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집 밖에서 남이 내 생일을 기억하여 밥상 차려주기는 처음이다. 두고 두고 생각날 일이다.

나 자신은 살아오는 동안 남의 생일을 기억하여 산타클로스가 되어 본 일이 있었는가 반성한다. 내 마음 속 소년은 창문가에 양말을 걸어놓고 산타를 기다렸었다. 이제는 내가 산타가 되어야 할 때에, 산타는 1월에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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