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삼천포 문학을 위해 모였어요

마루문학 후원회, 30여 명 회비 모아 200만원씩 지원

등록 2002.01.31 10:12수정 2002.02.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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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한 지역 문학단체의 문예지 발간비를 지원해 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마루문학 후원회'(회장 김영선)가 그들이다. 91년부터 계속해서 매번 책을 낼 때마다 200만 원씩 지원해 오고 있다.

'마루문학'은 삼천포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89년부터 내고 있는 문예지다. 문인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지역의 각종 역사와 문화예술 현장을 담아 내고 있다.


마루문학회는 김경숙, 김진환, 박구경, 박영현, 박종현, 송창섭, 이종만, 정삼조, 최송량, 하재청 씨 등이 참여하고 있다. 탄탄한 문학 실력을 인정받고 있고, 마루문학은 전국 어느 곳에서 나오는 문예지 보다 나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문학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삼천포에서 문예지 발간으로 지역 문예 부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계간으로 내다가 이듬해부터 발간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 해 두 번씩 냈고, 지금은 연간으로 내고 있다.

'마루문학 후원회'가 결성된 때는 91년 무렵이다. 계간으로 내다가 발간비가 없어 폐간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평소 마루문학을 읽던 사람들이 후원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마루문학 후원회'는 현재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매월 5000원씩 회비를 내다가 지금은 1만 원씩 내고 있다. 이런 푼돈을 모아 매번 책을 낼 때마다 200만 원씩 지원해 오고 있다. 전국 문인단체 가운데 후원회를 두고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들 후원회는 10년이 넘게 후원 활동을 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9일 저녁 삼천포 바닷가의 한 횟집에서 21집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이날도 후원회원들이 200만 원이 든 봉투를 전달하기도 했다.


후원회 박봉하 부회장은 "한때 폐간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마루문학은 문인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의 토양을 일구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는데, 폐간된다니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힘을 모으고 있는 후원 회원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격려사를 한 박노정 진주문인협회장은 "수십년 된 지역 문학단체가 20집을 넘기기가 어렵다. 10년 남짓한 단체가 21집을 냈다는 것은 여러 사람의 도움 덕분이라 본다. 특히 후원회가 조직되어 도움을 주고 있어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니다. 문인단체를 10년 넘게 후원하고 있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라고 말했다.


마루문학회 송창섭 회장은 "좋은 작품을 생산하는 것이 후원회원들의 뜻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마루문학 후원회 회원들은 문인이거나 문학도가 아니다. 대부분 주부이거나 직장 여성들이다.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친목 도모는 물론, 마루문학회를 후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루문학회 회원들과 후원회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기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그리고 각종 강연회를 열어 오고 있다. 그동안 김열규 신달자 황명걸 민영 신경림 정동주씨 등을 강사로 초청해 여러 주제강연을 열기도 했다. 그리고 후원회는 마루문학회 회원들이 시집이나 소설집을 내거나 문학상(신인상)을 받을 때도 가족의 일처럼 축하를 해주고 있다. 후원회 김혜정 총무는 "책을 한 권씩 산다는 마음으로 회비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루문학 21집의 편집 후기가 인상적이다. "요즘 우리 마루문학이 무척 어렵다. 주변의 복잡한 상황과 여러 현실적 여건이 우리 모두를 힘들고 벅차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스스로의 외침에 겸허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마루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독자들과 후원회의 기대에 부족함이 없도록 각자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마루문학' 21집 읽을거리 많아

언제나 읽을거리가 많은 지역 문예지인 마루문학은 이번호에서도 역시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회원들의 작품은 물론 지역 역사와 문학을 조명한 글들이 주목을 받는다.

경상대 강사 조구호 씨는 "역사적 비극의 문학적 형상화"라는 제목의 평론에서 거창 양민학살을 다룬 문학 작품에 대해 조명했다. 박종현 씨의 "민중의 참모습을 찾아 떠난 벌교"라는 문학기행문, 정삼조 씨의 "나라잃은시대 시에 나타난 현실 대응 방식 연구", 송한흥 씨의 "박재삼 시집 '춘향이 마음'의 미적 특질" 등의 글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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