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그럼 난 금연이다

등록 2002.01.31 17:00수정 2002.01.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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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늘 아침을 나는 여느 다른 날들과는 사뭇 다르게 시작했습니다. 집에서부터 회사까지면 적어도 평균 세 개비 정도는 피워야 할 담배를 오늘 아침엔 입 근처에도 갖다대지 않았으니까요.

건강보험 부담금 등의 명목으로 다시 한번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등쳐 먹으려 드는 정부의 세금 정책 덕분입니다. 어제 저녁 한 신문을 읽던 중 정부가 2월1일부터 당초 예정대로 담배에 건강보험 부담금 등을 대폭 인상해 적용키로 했으며, 이에 따라 담배 제조사들이 담배 한 갑당 200원내지 300원씩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몹시 화가 났던 것이 그 발단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세금 비중이 너무 커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인 가격구조를 갖고 있는 게 바로 담배라는 제품인데, 만만한 게 흡연자들이라는 듯 이런 담뱃값에다가 다시 세금을 더 올려받겠다는 생각 자체가 화가 나기도 하거니와, 정부안대로라면 갑당 160원 정도의 인상요인 밖에는(?) 발생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200원으로도 모자라 제품에 따라서는 300원씩이나 올려 받겠다는 담배 제조사들의 욕심에도 화가 났죠.

마치 '우리가 담뱃값을 어떻게 정하건간에 의지가 박약해 백해무익한 담배 따위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너희들은 얼마든지 당해도 싸다'라고 정부와 담배 제조사가 함께 입을 모아 조롱을 해대고 있는 것을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정말 화가 났습니다.

이대로 그냥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물인 지렁이조차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사실을 정부와 담배 제조사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두고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간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저런 생각 끝에 담배를 한번 끊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건강이나 기타 다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인 가격구조를 가진 담배 따위나 물고 늘어져, 정책 실패에 따른 재정 부족분을 메워보려 드는 정부의 염치없고 잘못된 세금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서….

무려 17~18년간이나 단 하루도 빠짐없이 틈날 때마다 즐겨온 담배를 끊는다는 게 좀 아쉽긴 했지만, 정부와 담배 제조사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느낌으로 이들의 일방적인 가격 정책에 휘둘려가면서까지 계속 담배에 연연해하는 것보다는 아쉬움을 좀 참는 편이 낫다고 판단됐습니다.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 바로 금연에 돌입했고, 이제 그렇게 금연에 돌입한 지 만 하루가 다 돼갑니다. 금단증상인 듯 머리가 좀 무겁고 시시때때로 참기 힘든 졸음이 밀려오는 등의 부작용들이 불거져 나오고는 있지만, 솔직히 예상보다는 금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슬 들고 있는 중입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금단증상이 시작된다든가, 술자리에서 '딱 한 개비만!'하는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 등 헤쳐 넘어야 할 장벽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볼 작정입니다.


유리지갑을 가진 월급쟁이인 탓에 요 몇 년 사이 급격히 늘어만 가는 각종 세금 부담을 고스란히 감내하며 세금 지옥을 살아가야 하는 것만 해도 억울하고 화나는 터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형적인 가격구조를 가진 담배에다가 다시 거액의 세금을 자발적으로 더 갖다 바친다는 건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리지갑을 가진 탓에 어쩔 수 없이 원천징수 당하는 세금들은 그렇다치더라도, 그래서 앞으로는 담배류의 내 의지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세금 덩어리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런 식으로 불편 부당하게 부과되는 각종 세금들에 대해 적극 대응해나갈 때, 징세 편의나 행정 편의에 치우쳐 간접세나 펑펑 남발해대는 지금과 같은 잘못된 세금 정책 행태는 점차 개선돼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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