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컴퓨터, "챙길 건 챙겨라"

등록 2002.01.31 21:04수정 2002.02.0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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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서 분가하는 며느리의 마음은 하나라도 더 챙겨서 잘 살아보려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인 모양입니다.

지금, 대우컴퓨터의 심정이 그렇습니다. 작년 9월 채권단 승인이전에 대우통신으로부터 분사계획을 확정, 최근 출범한 대우컴퓨터 직원들은 요새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대우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모든 기득권을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적당한 매수자가 나오지 않아 결국, 자산 115억원에 자본금 10억원을 종업원이 출자해 내부 컴퓨터 사업부를 인수하는 EBO(Employee Buy-Out) 방식을 선택한지라 받아낼 것은 하나라도 더 받아내겠다는 심산입니다.

이에, 대우컴퓨터는 향후 장사를 하는데 꼭 받아서 나가야 할 자산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우선, '대우'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살려 회사명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이것은 이미 성공했습니다.

원래 '대우'브랜드는 ㈜대우에서 일괄 관리하는 브랜드로 계열분리시 출자지분이 20% 미만일 경우 '대우' 타이틀 사용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과거, 하이닉스(옛 현대전자)의 PC사업부에서 독립한 지금의 현대멀티캡이멀티캡 앞에 '현대'라는 브랜드를 사용하려고 당시 모니터사업부(현 이미지퀘스트)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것과 비슷한 얘기라고 보면 됩니다.


여러분은 쓰러진 기업의 이름 두 자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우' 브랜드는 아직도 해외 바이어로부터 신뢰성을 얻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큰 밑천입니다. 한마디로 '전관예우' 를 받으려는 심리로 보면 됩니다.

만일, 컴퓨터 사업부가 다른 이름으로 독립 출범했다면 피터지게 치열한 경쟁이 오가는 PC 시장에서 브랜드와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인력을 아마 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


두 번째는 대우마크입니다. 대우 직원들이 속칭 '오리발'(생긴 모양이 비슷함)이라고 칭하는 이 마크는 오대양 육대주로 뻗어나가는 대우인의 기상을 표현한 것입니다.

예전에 김우중 전회장이 재산은닉 혐의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을 때 이것을 내밀었다고 해서 세간에 오르내기도 했습니다.

대우컴퓨터는 해외수출 시장을 위해 이 마크도 함께 쓰고 싶어하는데 윗선에서 제약을 받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대우와 로열티를 주고 이를 사용하는 문제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번째로 챙길 것은 분가해서 살림을 차릴 새 사옥입니다.

현재 분당 서현역 부근에 자리한 대우통신 건물에는 얼마 전 독립한 대우텔레텍이 9층을, 대우컴퓨터가 8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우컴퓨터는 회사 이전을 심각히 고려 중입니다.

대우컴퓨터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광명시에 소재한 옛 대우통신 건물입니다. 현재 이 건물은 대우통신 OA서비스센터가 아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우컴퓨터는 대우로부터 이 건물을 꼭 받아내겠다며 조르고 있습니다. 물론, 광명시 건물이 대우컴퓨터 자산으로 잡힐지 임대로 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대우컴퓨터는 가능한 오는 3월 광명시로 새 살림을 차려 나간다는 계획입니다.

대우컴퓨터 말단 직원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기대반, 우려반'으로 밤잠을 설치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동안 마음 고생도 많았지만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신념으로 올 한해 열심히 해볼 참"이라고 말입니다.

'솔로' 노트북으로 잘 알려진 대우컴퓨터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두고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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