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대한 증언 확보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증언 선서 또는 증언 거부, 자료요청 등을 거부하고도 현재의 지방자치법상 일정액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의회의 추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으로 오류를 덮을 수 있는 제도라면 분명히 잘못됐다. 주민의 혈세를 감시감독 해야할 지방의회의 기능제고를 위한 제도보완이 절실히 요구된다.
거부해도 솜방망이 제재
지방자치법 제36조 5항은 ‘출석요구를 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하지 않거나 증언을 거부한 때에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0조에는 증인이 이의 제기시 단체장은 관할법원에 통보하며 관할 법원은 비송사건 절차법에 따라 과태료 재판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회가 증인에게 과태료를 부과토록 집행부에 통보하는 경우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그 나마도 ‘500만 원 이하로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은 의회가 위반 사항을 통보한다 하더라도 단체장이 선출직이고 해당 증인들이 대부분 공직자들이거나 공직과 유대관계가 있는 사람들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최저의 과태료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솜방망이 제재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국회법은 이와 다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따른 법률’에 따르면 제12조 이유 없는 불출석, 보고 또는 서류제출 요구거절,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경우는 물론, 출석 및 감정방해 자에까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사립학교 이사장까지 무시
최근 경남도의회 행정사무조사에서 우려됐던 바가 그대로 나타났다.
경남도의회는 지난 해 11월 행정사무감사 중 학교법인 효동학원(경남과학정보고등학교 재단)이사장에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개인사정으로 출석을 하지 않았다.
결국 도의회 교육사회위원회는 효동학원에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자 학교측은 “지난 해 도비를 지원받은 사실이 없어 출석하지 않았다” 며 “과태료 또한 납부 의무가 없어 행자부측에 질의했지만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아 비송사건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비송사건으로 법원의 판결로 넘겨졌으며 판례상 과태료 부과 판결을 뒤엎기는 희박해 보이는 만큼 이리저리 신경쓰는 것보다 차라리 과태료로 대체하자는 배짱이 살아난 셈이다.
고성군수 도내 최초 사례
도내에서는 지난 98년 1월 13일 이갑영 고성군수가 감사장에 들어오지 않아 불출석으로 인정, 도에 통보됐고 당시 3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아 최초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그 후 법원은 회의장에는 들어가지 않았으나 의회까지는 왔다하여 현 단체장임을 감안해서 ‘선고유예’를 내렸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과태료 금액이 적다는 여론에 따라 도의회는 2000년 2월 불출석 1회는 100만 원∼300만 원 미만, 2회 이상은 300∼500만 원 이하, 증언 일부 거부는 1회 50만 원 이상∼100만 원 미만, 2회 거부 이상은 100만 원∼200만 원 이하, 증언 전체거부는 200만 원∼350만 원 이하, 전체거부 2회 이상 350∼500만 원 이하로 과태료 부과규정을 각각 개정했다.
이렇게 개정된 조례에 대한 사례로는 2000년 12월 27일 제5대 도의원을 지냈던 경남4-H회장 조모 씨가 증인선서 거부 사건에 적용, 1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져 결국 비송사건 재판에서 ‘이유 없다’ 는 법원의 판결을 받고 항소 중에 증인이 사망, 사실상 10원의 과태료도 받지 못한 결과가 됐지만 지금껏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한 사건이었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 절실
증인 불출석을 과태료로 대체하는 현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제도 개선적인 측면에서도 경남도와 거창군의 경우만 지방자치법 36조 5항 ‘500만 원 이하 부과할 수 있다’는 막연한 내용을 최저 과태료 100만 원부터 500만 원까지 구체화 했다.
그러나 도내 20개 시·군 중 19개 기초의회가 자치법에서 주어진 과태료 규정조차 활용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국회와 같이 막강한 강제력은 한낱 꿈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지방의회가 그 권위를 위해서라도 이같은 법령은 하루속히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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