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2.01.31 23:35수정 2002.02.0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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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핑계로 이웃 동의 두 집과 번갈아가며 놀게 되는데 마침 오늘 놀러간 민수네 집에 손님이 온다는 바람에 놀다가 모두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놀다가 온다는 손님이 오면 모두들 헤어지기로 했다.
조금 쌀쌀 했지만 햇볕이 좋아서 그런 대로 놀만 했다. 툭하면 싸우던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니 싸울 일을 잊어버린 듯했다. 한정된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더 좁게 만들었는지 밖에서는 장난감 없이 달리기 하나만으로도 애들은 볼이 발개지도록 놀았다.
그러나 손님이 오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오지 않아서 자연 그 미지의 손님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을 타고 오길래 이렇게 늦어요? 벌써 해도 뉘엿뉘엿 하구마는, 이제 와서 언제 갈려고...."
"아, 언니예요. 아마 버스 타고 오느라고 이렇게 늦나봐요."
그러면서 민수 엄마는 자신의 언니에 대한 얘기를 해 주었다. 언니는 자신의 집에 놀러 올 때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오는 나들이 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택시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고 온다고 했다. 민수 엄마의 언니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이곳까지는 택시로 기껏해야 7천 원 정도로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택시를 탈 수 있을 텐데 언니는 늘 버스를 타고 온다고 했다.
"언니는 46평 아파트에 살고 형부가 조그만 사업을 해서 월 이, 삼 백 정도는 꾸준히 저축을 하며 사는데도 어디 갈 때면 늘 버스를 타고 다녀요."
"이삼백이라고요? 우리는 한 반년 모아야 이, 삼 백이 될까 말까 한데... 그런데도 버스를 타고 다니다니 놀랍네요."
택시를 타면 기껏 5천 원 정도 더 들뿐인데 돈 오 천 원에 고생을 사서하다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평소 생활에 그런 정신이 배어 있다면 엄청난 상승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비단 경제적인 상승효과 뿐만 아니라, 버스를 타고 다님으로써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기다림이라는 인내를 배우게 될 것이다. 또, 버스를 기다리면서 돌진하는 차들의 속도에서 차 조심을 해야 하는 이유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겠고.
양반은 못 되는지 우리들이 씹(?)고 나자 이내 주인공이 왔다. 민수 엄마가 언니의 손에 들린 봉지를 가리키면서, "와도 밥을 해주지 않으니 스스로 알아서 떡국 사오잖아" 하는데 보니 비닐봉지에 떡국으로 보이는 것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내심 또 놀랐다. 아이 셋을 데리고 동생 집에 오고 동생 집에는 또 아이가 둘 있는데 그 손에 떡국만이 달랑 들려 있다니. 역시 부자가 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에누리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철저함이 부러웠다(물론 나야 그렇게 까지 해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얼마 전 뉴스에서 가계 빚이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진 것에 비해 소비성향이 지나침은 모두 인정할 것이다. 게다가 요새는 금리마저 점점 낮아지고 신용카드가 우후죽순 남발 되고 있으니 더더욱 모으기 보다 쓰기 쉬운 세상이 아닌가.
(설사 그것이 지나치더라도) 지나친 소비보다는 민수네 언니의 절약이 아름다워 보인다. 평소 늘 절약을 생각하지만 다시 한번 정신무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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