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방'에 대한 일제단속 현장은 한마디로 생사를 건 아비규환, 아수라장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일대 길거리 부동산 중개업자(일명 떴다방)들을 단속하기 위해 합동단속반이 들이닥친 지난 31일 오후 2시.
현장에는 도상훈련과 사전 현장 탐사를 마친 세무서, 분당구청, 부동산 중개업협회 경기도 지부 직원, 성남시 견인사무소 직원 등 관계기관 합동 단속반원들 120여 명이 포진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관할 경찰에 협조 요청을 했고 이미 경찰은 외곽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
| ▲ 지난해 12월초 11차 서울지역 동시분양에는 사상 최대인 11만여 명의 청약자들이 몰렸다. 사진은 국민(주택)은행 여의도 본점 청약접수 현장.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흡사 침투한 적을 잡는 5분대기조 출동을 방불케 하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생업 중단과 형사처벌 등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 터라 떴다방 '방주'들의 방어도 만만치 않았다.
"당신들 어디서 왔느냐? 우리들은 이곳에 놀러온 사람들이다. 볼 일보러온 사람한테 당신들 웬 참견이냐? 조사할 일 있으면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조사해라. 당신들 남의 사물을 왜 보려고 하느냐!"
오리발과 연막 작전은 이미 많이 해본 이들의 전술인 것으로 보였다. 단속반원들과 옥신각신하는 틈을 이용해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그 짧은 시간에 발빠르게 삼십육계 줄행랑을 놓은 노련한 떴다방 방주가 90%가 넘는 것으로 보였다.
고도의 전략은 고사하고 일선 현장의 전술에 능하지 못한 피라미(?) 떴다방만 단속반에 재수없게(?) 걸렸다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일제단속의 전장을 치르고 난 현장은 마치 전쟁터의 폐허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비롯하여 홍보용 종이, 신문 전단지 등이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이날 노획물(?)은 떴다방 방주들이 버리고 간 천막 등 1톤 화물차량 2대분이었다. 현장에서 적발된 떴다방들은 4건 정도에 불과했다. 이 지역에서 성황을 이루고 있었던 떴다방이 줄잡아 80여 곳에 이르렀던 것에 비해 대대적인 단속을 펼친 이날 실적은 극히 보잘 것 없었다.
더구나 이날 단속은 철두철미한 보안 속에 이루어져, 떴다방들은 작전개시 1분 전에도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세무서에서 나온 단속반원들이 떴다방 방주들에게 접근했을 때만 해도 떴다방들은 이들의 신분을 알지 못한 채 고객으로 알고 친절히 응대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이 자신들을 옥죄는 저승사자의 역할로 돌변할 줄이야. 관련자료를 확보하려는 세무서 직원들이 단속공격의 선봉에 섰고 행정기관의 직원들은 외곽을 압박해 주정차 위반 차량 단속과 불법 시설물에 대한 철거에 나섰다.
대부분의 떴다방들이 도피하고 난 뒤 단속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아파트 분양가격과 현장에서 형성된 시세를 확인한 뒤 "떴다방들이 부동산 가격을 이렇게까지 부풀려 조장을 하는 등 투기를 부추기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로얄층은 프레미엄이 보통 3000만 원을 호가하고 있었다.
이렇게 부풀려진 가격들은 모두가 실지 거주하고자 하는 실소비자들의 몫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현장을 목격한 김모(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45. 여) 씨는 "자신은 청약부금, 청약예금을 장기간 예치해 놓은 0순위 분양 대상자로 수도권일대에 신축중인 아파트 공급분에 대해 분양을 신청해도 번번히 당첨에 탈락하곤 했는데 어떻게 이토록 많은 아파트들이 이들 떴다방 손에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면서 "아파트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시공사와 떴다방들의 묵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계공무원들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건전한 소비를 정착시키기 위해 2월말까지 지속적이고도 대대적인 단속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유책 마련이 없이, 이날과 같은 투망식 일과성 단속으로는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이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떴다방에 대한 단속요구에 대해 평상시에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가 중앙정부에서 기침을 하니까 비로소 호들갑을 떨고 작전(?)을 펼치는 일선의 관계기관들이 있고, 주택을 주거공간 개념이 아닌 재산 증식을 위한 가치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같은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
덧붙이는 글 | 관계기관에서는 떴다방에 대한 단속규정이 없다고 방치해왔지만 이들을 단속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관련법에 의거 행정기관들이 단속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부족해서 이 같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일제 단속반 관계자들의 말은 곰곰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