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치신 어머니

한총련 학생들 뉴스를 보고

등록 2002.02.18 23:25수정 2002.02.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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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월 17일) 오후 7시 방에서 한참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느닷없이 박수소리가 났다. 놀라서 방문을 열고 거실을 보았다. 저녁을 준비하시던 어머니께서 거실의 텔레비전을 틀다가 나오는 뉴스를 보시고 박수를 치신 것이었다.

나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금메달이라도 땄나?' 하는 호기심에 "왜 그래 엄마?" 하며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아니 이것 좀 봐. 쟤네들 참 잘했다"며 연신 박수를 치시는 어머니.


뉴스에서는 오늘 오후에 주한상공회의소를 기습점거한 한총련 학생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뉴스가 끝나고 어머니께서는 "속시원하다. 저래야 해. 부시 오지말라고. 미국이 우리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알아요. 얼마나 나쁜 놈들인데. 학생들이라도 저래야지. 아주 잘했어"
환하신 얼굴로 말씀을 하시면서 다시 저녁식사를 준비하시기 시작하셨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집은 조선일보를 본다. 그것도 거의 10여 년째. 우리집이 조선일보를 보는 것은 어머니의 탓이 크다. 전에 조선일보는 무료구독 6개월과 이런저런 사은품을 제공했지만 어머니가 조선일보를 계속 보시는 이유는 우리 동네의 다른 어떤 신문에 비하여 조선일보속에 광고전단지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동네 돌아가는 소식을 광고전단지를 통해 아시는 어머니로서는 광고전단지의 양이 신문선택의 중요한 기준이었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신문은 일등신문(?) 조선일보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어머니께서는 거의 광고전단지만 보신다. 그것을 통해 동네 백화점 세일정보라던가 할인쿠폰 등을 입수하시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 정치면이나 사회면도 보시긴 하지만 이내 이맛살을 찌푸리시는 경우가 많으시다.

아버지는 조선일보의 충실한 애독자지만 요즘은 내가 말하는 조선일보의 부당성에 대해서 전보다 많이 들어주시고 이해해주신다. 허나 아버지의 조선일보에 대한 애정은 조선일보 바둑기사가 줄어들어야 가능할 것 같아서 슬프다.

조선일보에서 아무리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려 해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고 진실은 진실인 것이다. 미국에 대한 정당한 우리의 목소리를 한번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조선일보. (물론 그뿐만이 아니긴 하지만)
비록 우리 부모님이 지난번 대선에 조선일보 세뇌효과로 이회창 씨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달라지실 것 같다. 요즘 미국에 대한 저자세적인 보도 때문에 생각이 많이 바뀌신 것 같아서 아들로서는 기쁘기도 하다.


아버지는 주한미군 영내에서 장사를 하신다. 어머니도 젊었을적에 함께 아버지를 도와서 장사를 하셨다. 사실 우리집에서는 한국대통령 선거보다도 미국대통령의 선거가 더 중요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된 이후 우리집의 매출도 많이 줄었다. 더군다나 팀스피리트 훈련이 축소되는 바람에 보너스매출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공화당이 대권을 잡는다면 나와 아버지는 혹시 주한미군이 증가되지 않을까 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말뿐인 것이다. 작년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때 감격하시던 아버지. 아버지의 고향은 이북이다. 빨리 남북의 긴장이 완화되어 평화로운 통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비록 우리집이 미군의 달러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지만 그렇다고 미군에 대하여 무작정 고마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하여 왔다고는 하지만 정작 그것이 그들 주둔의 본질은 아니라는 것은 국제역학의 학문적인 배경을 알지 못하더라도 체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반미감정에 대해서는 충분히 우려한다.
그것이 대미관계에 있어서 결코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나보다 덜 배우고 세상에 대한 정보도 어두운 나의 부모님일지라도 미국에 대한 감정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 그렇게 된 이유는 그들이 앞에서 주장하는 인권 민주의 얼굴이 아니라 반인권 제국주의의 모습을 그들 스스로 뒤에서 보여주고 있음을 부모님은 경험으로써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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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아직 내가 누구인지 명확히 설명할 만한 언어를 찾지 못하고 계속 고민중이다. 무엇을 이루기 보다 무엇은 안하고 살면 안되나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종종 아프다. 돈보다는 명예를 명예보다는 행복을 찾고 싶다. 그 행복은 사람들과의 교감을 나눌 수 있을 때 가능 그 교감은 또한 문화적 감수성이 맞을때. 그 문화적 감수성을 위한 글들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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