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2.02.19 00:06수정 2002.02.19 11:18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누님! 잘 지내셨는지요?
지난 연말 새해 안부 편지를 띄우고 이렇게 다시 편지를 씁니다.
제 편지를 읽어보셨는지요?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오늘은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우수입니다. 입춘과 경칩 사이의 절기인 우수에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것은 그만큼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이 땅에는 냉전의 얼음을 깨는 봄이 찾아오지 않고 오히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대고 있습니다.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우수. 봄이 온다는 우수인 2월 19일 이땅 한반도에는 겨울바람을 몰고 올 부시 미대통령의 방한이 있는 날입니다.
지금 남에서도 혹 이러다 정말 전쟁이 나는 것은 아닐까 하며 부시의 대북강경책에 대한 잇단 반대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북이 우리와 다른체제이고 혹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치와 다른 체제라 하더라도 이땅에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이기도 하지요.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거기에는 승자도 패자도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공멸이 있을 뿐이지요.
이것을 알고 있기에 남과 북은 무력이 아닌 대화로, 힘이 아닌 평화를 통해 남북의 통일문제를 해결하자고 남과 북이 만날 때마다 약속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7·4공동성명, 남북합의서는 물론 구체적으로 평화의 표현은 없지만 6·15 공동선언 등 모든 남북합의에 평화의 정신이 깃들여 있는 것이라 믿어 봅니다.
지난 6·15 공동선언으로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던 남과 북이 이제야 말로 평화롭게 통일의 길을 개척할 수 있겠구나 하며 환희에 찼던 순간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래서 해방 이후 최초로 남과 북 해외가 함께 하는 민족통일대축전이 평양에서 열릴 수 있었고 누님도 뵐 수 있었지요. 그러나 2000년 6·15 공동선언으로 모처럼 불어왔던 봄바람은 부시정권의 등장으로 인해 잦아들고 있습니다.
누님! 제가 부시 미대통령이 올해 연두교서에서 북을 '악의 축'이라고 발언을 할 때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정말 전쟁이 일어난다면 지난 여름 제가 만났던 북의 분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누님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지금 누님을 비롯한 북의 형제들이 얼마나 불안해 하고 있을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남에 사는 제가 지난 여름 1주일간 만나 몸과 몸을 부대끼며 만난 분들의 안부와 마음이 걱정된다는 것은 우리의 거리가 좀더 가까워졌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정말 남과 북의 문제를 평화롭게 우리 스스로 풀겠다는 의지가 모아진다면 아무리 부시 미대통령이 막무가내라 하더라도 그리 함부로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을 모아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고 남과 북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성화 되어야겠지요.
요즘은 항상 평양의 오늘 날씨가 어떤가 궁금해집니다. 날이 추워지면 혹 누님이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고 고등중학 다닌다는 누님의 아들의 건강도 걱정되더군요.
정말 서로의 가슴에 겨누고 있는 증오의 쇠붙이를 거두어 논밭을 가는 농기구를 만들 날을 기다리는 꿈에 불과할까요. 겨우내 얼어붙어 있는 대동강물이 녹는다는 우수인 오늘! 진정 이땅에도 봄바람이 불어오게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그럼 다시 편지 올릴 그날까지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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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현 기자는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언론개혁과 지역감정 타파 냉전체제 해체에 관심이 많다.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는 평화, 통일운동 전문 시민단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