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2.02.19 08:49수정 2002.02.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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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소음공해가 한때 사회문제로 제기되어 핸드폰 예절지키기 운동까지 일었습니다. 언론과 사회단체 등이 나서 사회적으로 대대적인 운동이 일어났던 것이 어제 같은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소음공해가 되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어젯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시내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 꽤나 시끄럽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승객 중에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는 사람도 서너 명 있었고 곳곳에서 연신 핸드폰 벨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이와 함께 술에 취한 듯 주위는 의식도 않고 왁자지껄 떠드는 젊은이의 목소리도 버스안 라디오 소리와 뒤엉켰습니다.
좋게 말하면 사람 사는 냄새가 흥건하고 나쁘게 이야기하자면 전화통화소리와 잡담소리가 뒤섞여 시장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조금 후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술을 좀 마신 듯 얼굴이 벌겠습니다. 한 정류장쯤 갔을까. 그 청년의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어 너냐, 난 집에 가는 중이야."
이어 전화를 건 상대가 어디로 오라고 한 것 같았습니다.
"압구정. 야 거기까지 언제 가냐. 니가 이쪽으로 와라."
이 승객은 이렇게 5분 가량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주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뽐내듯 그렇게 큰 소리로 떠들었습니다(충고라도 하고 싶었지만 용기도 나지않고 여기저기 전화통화를 하는 탓에 이 승객한테만 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버스 안 핸드폰 통화가 이제는 생활화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버스 여기저기서도 다른 승객들의 통화소리는 계속 되었습니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사람들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오히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어색할 정도로 버스 안은 시끄러웠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는 30여 분 동안은 말 그대로 곤욕이었습니다. 집에 가면서 버스에서 보려고 사두었던 석간 신문 내용은 소음에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한때 핸드폰 예절을 지키자며 운동을 벌이던 것이 어제 같은데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시대변화로 이제는 막을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떠올랐습니다. 한편으로는 우연의 일치로 오늘 이 버스만 이렇게 요란한 것이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일어나 출구 앞으로 갔을 때였습니다. 근처 좌석에서 또 벨소리가 울렸습니다(속으로 버스를 타고 내릴 때까지 끝까지 나를 괴롭히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서둘러 휴대폰을 호주머니에서 꺼낸 40대 중반의 남자 승객은 폴더 전화기를 연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 버스 안이야, 나중에 통화하자."
짧게 답을 한 그 남자는 곧바로 전화기를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소리였습니다. 핸드폰 예절에 대한 희망을 건진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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