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강봉균)이 지난 15일 "치열한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우리의 살 길은 중학교까지만 공교육을 실시하고 그후에는 철저한 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다"고 주장하면서 소위 '비전2011프로젝트'를 청와대에 보고해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립고와 입시기관을 합치자고?
이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전교조전북지부, 지부장 차상철)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교육을 더욱 시장으로 내몰기 위해 국가연구기관인 KDI가 작성한 보고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전2011이 강조하는 KDI의 주장은 평준화의 폐지, 학교선택권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현재 사립학교를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하는 것이나 사립고교와 입시기관의 통합, 기부금 입학제 허용 등이다.
16일에는 한완상 교육부총리가 지난 해 9월 "자립형 사립고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을 어기고 "자립형 사립고 시범운영을 30곳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계에서는 "국가가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려고 한다"며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의 자가당착
전교조전북지부 이동백 정책실장은 "비전2011에는 교육철학은 물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교육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헌법31조와도 전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동백 정책실장은 "평준화 해제와 기여입학은 반대하면서 자립형 사립고는 확대하자는 교육부의 주장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며 "기득권 유지를 위한 학벌 사회 교육정책의 단면"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정부나 기관에서 평준화 해제와 우수인재양성 빌미로 자립형 사립고를 확대하는 것은 평준화 실시 지역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오히려 학력수준이 높았고 현재에도 우수학생이 교육 받을 수 있는 특수목적고는 많다.
교육정책, 위기냐 기회냐
이동백 정책실장은 "선택권을 빌미로 학생능력이 아닌 부모능력으로 학생들을 서열화하고 균등한 기회를 박탈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자 하는 이번 보고가 교육시장의 개방을 앞둔 포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KDI보고가 더많은 불평등을 낳을 것이라는 각계의 예견은 교육영역 뿐 아니라 노동유연화 등 사회 전반에 걸친 것으로 보고서에도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의 구조개혁 마무리 뿐 아니라 선거과정에서의 정책대결"이라고 명시돼 있는 것에서 증명하고 있다.
이번 KDI의 보고가 청와대와 정책입안 단계에서 얼마나 관철될지는 의문이지만 교육계와 정부 간 대결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280호>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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