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사람들의 차이를 학력과 학벌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 환원시키고 단순한 차이를 불평등한 서열 속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획일화된 서열에 따라 부와 권력을 너무도 불평등하게 분배합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인간성을 도야하고 자기의 개성과 소질을 계발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차별과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정당화하는 장치가 되어버렸습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의 안티학벌 선언문 중 일부이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학벌이 능력보다 우선시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기는 이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들도 학벌보다 능력이 중요하다고‘주장’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학벌철폐를 주장하는 이들과‘대부분’의 언론의 주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입사 서류에서 학력란을 없애자는 한완상 전교육부총리의 말에 <관상보고 채용하라고?>라는 반응으로‘학력란 폐지’주장에 이어질 모든 비판을 원천봉쇄 해버린 조선일보와는 더욱 큰 차이가 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조선일보 1월 24일자 칼럼 <관상보고 채용하라고?>를 1월의 나쁜 칼럼으로 선정하였다. ‘신빙성’있는 근거들로 현실을 긍정하게 만드는 교묘한 칼럼 우선 이 칼럼은 예시와 인용이 매우 많기 때문에 얼핏 보기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능력주의 사회라는 미국도‘아이비 리그’니‘MBA 톱10’이니 해서 학교의 우열을 따진다. 하버드대 출신들은 대학 간판에 평생 자부심을 가지며, 실제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고 살 수 있는 게 미국사회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매년 세계의 경영대학원을 일렬로 세워 순위를 매긴다. FT는 최근 발표한 ‘MBA 2001’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을 세계1위로 지목했다.“졸업생 연봉과 취업 후 승진 등에서 최고”라는 게 이유다. 학교에 순위가 매겨진다는 것은 어디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대우(연봉)가 철저히 구분됨을 의미한다. 한 부총리는 이를‘학벌주의’라고 말하는지 모르지만 외국기업 간부들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필자가 계속해서 대기업 간부이니 외국기업 간부이니 하며 인용하고 있는데 출처를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또 FT의‘MBA 2001’과‘아이비 리그’,‘MBA 톱10’등이 어떤 취지에서 나오게 된 건지, 그 자료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배경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자가 예로 든‘사실’들은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이 칼럼은 필자 자신도 학벌문화 타파에 동의는 하지만 현실은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어설픈 현실론을 들먹이고 있다. ““학력위주 人事는 현실””, “기업의 인사정책은 이미 학력주의에서 능력주의로 옮겨간 지 오래다. 최근 대기업 인사에서 보듯 CEO들 중에는 지방대학이나 소위 비(非)일류대 출신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능력과 실적을 우선해 인사를 했다는 증표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필요에 따라선 학력 중시 인사도 병행한다. 삼성 같은 기업은 이른바 ‘S(super·우수)인력’충원을 위해 국내 일류대학 재학생들을 몇 년씩 장학금을 주어가며 입도선매(立稻先賣)한다.……인선 기준은 철저히 ‘학력’이다.” 필자는 무엇보다 능력이 중요하지만 학력은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학벌사회를 비판하며 철폐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웬만한 곳에선 학력위주로 사람을 뽑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즉 학벌사회 철폐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필자는 독자들에게 이러한 결론을 유도해 내기 위해 우리와 사회적 환경이 다른 외국의 사례를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그대로 옮겨 적었다. 그리고 현실을 빌미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덮어두는 것은 결국 그 현실에 만족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의‘현실론’은 결과적으로 '학벌위주 사회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해석을 낳는다. 또한 학벌타파 운동을‘홍위병식 학력 평준화’로 매도하는 것은 이러한 해석을 더더욱‘신빙성’있게 해줄 뿐이다. 물론 학벌문화가 “포스터 몇 장과 캠페인성 운동”으로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없애 나가야 할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개혁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고 학력란 철폐는 그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 칼럼처럼 교묘하게 현실을 긍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언론이 있는 한 우리 사회의 학벌문화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새해 초부터 검증도 불가능한‘사실’들로 채워진 칼럼을 보고 있자니 독자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조선 데스크] 관상보고 채용하라고?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부자를 몽땅 없애버리자는 발상과 무엇이 다릅니까?” 학벌문화 철폐를 위해 입사서류의 학력란을 아예 없애겠다는 한완상(韓完相) 교육 부총리의 발언이 전해지자 23일 한 대기업 관계자가 기도 안찬다는 듯 던진 말이다. 또 다른 기업 임원은 "기업이 사람을 뽑는 것까지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겠다는 건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라고 흥분했다. 그에게 "북한에도 김일성대학이니 김책공대가 있지 않느냐”고 대꾸하자, "사회주의보다 더 한 발상”이란 답이 돌아왔다. 업계는 학력란 폐지 발상에 대해 한마디로 '치기(稚氣)어리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기업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한번 따져보자. 세계 어디에 학력을 완전히 '불문(不問)’에 부치는 나라가 있는가. 능력주의 사회라는 미국도 '아이비 리그(동부의 명문대학을 통칭하는 말)’니, 'MBA(경영대학원) 톱10’이니 해서 학교의 우열을 따진다. 하버드대 출신들은 대학 간판에 평생 자부심을 가지며, 실제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고 살 수 있는 게 미국사회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매년 세계의 경영대학원을 일렬로 세워 순위를 매긴다. FT는 최근 발표한 'MBA 2001’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을 세계1위로 지목했다. "졸업생 연봉과 취업 후 승진 등에서 최고”라는 게 이유다. 학교에 순위가 매겨진다는 것은 어디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대우(연봉)가 철저히 구분됨을 의미한다. 한 부총리는 이를 '학벌주의’라고 말하는지 모르지만 외국기업 간부들은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기업들은 또 한 부총리의 발상이 '실효성이 없는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만약 그의 생각대로 입사서류에서 학력란을 없앴다고 하자. 기업들은 별도 비용을 치르더라도 다른 방법을 동원해 결국 입사 지망생들의 학력을 알아낼 것이다. 솔직히 어떤 기업이 자기 사람 뽑으면서 어느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했는지조차 알아보지 않고 면접과 관상(觀相)만으로 뽑겠는가. 그러니 학력란 폐지는 기업 입장에선 비용만 늘어나고 실효성은 전혀 없는 유명무실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인사정책은 이미 학력주의에서 능력주의로 옮겨간 지 오래다. 최근 대기업 인사에서 보듯 CEO들 중에는 지방대학이나 소위 비(非)일류대 출신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능력과 실적을 우선해 인사를 했다는 증표이다. 그렇지만 기업은 필요에 따라선 학력 중시 인사도 병행한다. 삼성 같은 기업은 이른바 'S(super·우수)인력’ 충원을 위해 국내 일류대학 재학생들을 몇년씩 장학금을 주어가며 입도선매(立稻先賣)한다. 또 매년 미국 현지에서 일류대학 졸업자들을 많은 비용을 들여가며 스카우트해온다. 인선 기준은 철저하게 '학력’이다. GE신화(神話)를 일군 잭 웰치 전 회장도 '5%의 우수인력이 기업 전체의 사활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에서 학력을 묻지 말고 사람을 뽑으라는 건 '무기없이 전쟁터에 나가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학벌문화 타파에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기업인은 없다. 그러나 이번 발상이 '치기어리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어설픈 현실인식과 그 실행방법에도 있다. 교육부는 학벌문화 타파를 위해 작년 말부터 표어와 포스터를 공모하고, 반상회를 통해 홍보활동을 펴왔다고 한다. 또 학벌문화 타파 전담기구를 발족시키고 시민단체와 손잡고 범국민 의식개혁운동도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벌문화가 과연 포스터 몇 장과 캠페인성 운동으로 해결될 문제일까. 더욱이 얄궂은 시민단체들을 앞세워 '홍위병(紅衛兵)식 학벌 평준화’를 밀어붙인다고 없어질 문제일까. 교육부총리의 ‘경솔한 발언’으로 새해초부터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지고 있다. [이준 경제과학부 차장대우 junlee@chosun.com]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한 '2002년 1월 이 달의 나쁜 칼럼' 보고서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한 '2002년 1월 이 달의 나쁜 칼럼' 보고서입니다. 관련기사민언련 선정 <1월의 좋은 사설> - 경향신문 사설민언련, 1월의 좋은 · 나쁜 사설 발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