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독국회 속개했지만 다시 파행

박승국 의원 "김대중 정권은 김정일의 홍위병"

등록 2002.02.19 20:32수정 2002.02.2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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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찬 민주당 의원 발언 파문으로 국회가 이틀째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후 한때 야당 단독으로 대정부질문이 이루어졌지만 민주당이 이에 반발, 다시 산회하는 등 국회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이날 오후 한국을 방문한 부시 미대통령과 관련 각계에서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분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정작 이를 조율하고 대변해야 할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의한 극한 정쟁만을 일삼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 40분쯤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만 참석시킨 채 당초 예정돼 있던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속개했다. 야당 단독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정부질문에 앞서 이재오 한나라당 총무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어제 송석찬 의원이 부시 대통령을 악의 화신이라고 했는데 국회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만 있을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느냐"며 "송 의원을 단상에서 몸으로 밀어낸 것은 불가했고 앞으로는 고치겠다"고 해명했다.

이 총무는 또 "우리가 더 분노하는 것은 송 의원의 발언을 총리와 청와대에서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이를 제지하지 않고 넘어간 것은 김 대통령 자신의 속내가 아닌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송석찬 의원의 '악의 화신' 발언에 대한 김대중 대통령의 사전인지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는 한편 몸싸움을 벌인 이유를 송 의원의 이 총재 장남 발언 때문이 아니라 '악의 화신' 발언 때문이라고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무의 발언이 끝나자 이만섭 의장은 "여당이 섭섭하다고 할지 모르나 외국 국가원수가 한국에 오는데 국회를 비워둘 수 없으니 민주당은 지금 당장이라도 참석해 달라"며 "송석찬 의원의 발언 중 문제가 된 부분은 삭제해야 하며 한나라당도 발언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을 밀고 땡기는 일은 앞으로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민주당의 출석 거부로 인해 당초 질문자였던 이창복·이희규·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제외한 채 박승국·현승일·이병석 한나라당 의원과 이양희 자민련 의원만 질문을 하는 반쪽짜리 대정부질문이 됐다.

박승국 의원 "김대중 정권은 김정일 정권의 홍위병"


▲분노한 이상수 민주당 총무가 이만섭 국회의장에게 야당 단독 국회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야당 단독 대정부질문 강행에 대해 민주당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박승국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지금 남북회담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만 다니고 있으니 '김대중 정권은 김정일 정권의 홍위병'이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는가"라고 말해 송석찬 의원의 '악의 화신'에 이어 새로운 파문이 예상된다.

이낙연 민주당 대변인은 즉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당 또는 야당 단독으로 법안처리 등을 진행한 전례는 있었어도 이 처럼 대정부질문을 야당이 단독으로 진행한 전례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송 의원에게 폭력을 쓴 것은 '악의 화신' 발언 때가 아니라 이회창 총재의 장남 얘기를 할 때였는데 이재오 총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이는 폭력사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승국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시 망언을 쏟아붓고 있다"며 "박 의원의 발언은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상수 총무는 "의장의 태도에 대해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고, 김경재 의원은 "의장이 갑자기 왜 경우에 없는 짓거리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민주당 "이렇게 나가면 사태를 걷잡을 수 없다"

민주당의 '분노'는 이상수 총무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 10여 명이 국회 정회 후 이만섭 의장을 찾아가 야당 단독 강행에 대해 항의하는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이만섭 국회의장이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송영길 국회 폭력사태는 여야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자기 맘에 안든다고 폭행을 저지른다면 국회를 폭력으로 점거하는 쿠데타와 다름 아니다.

김경재 의장이 39년 의정생활동안 국회폭력사태는 처음 본 것이라고 했는데 39년 동안 야당에 의한 단독 국회도 처음 아닌가? 게다가 이재오 총무는 엉뚱한 발언을 가지고 문제를 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공정해야 할 의장이 야당과 함께 본회의장에서 이런 것을 즐기고 있는가? 박승국 의원의 발언은 백색테러다.

송훈석 왜 우리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국회를 개회했나. 여당이 단독으로 하자고 할 때는 안하더니 야당이 하자고 하니까 동의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상수 정상화를 시키겠다고 하면서 '홍위병' 발언이 나오는 것이 정상화인가. 나도 당을 컨트롤 할 수 없다. 의원들이 아주 격앙되어 있다. 이렇게 나가면 사태를 걷잡을 수가 없다. 한나라당의 사과없이 국회를 속개해서는 안된다.


이에 대해 이만섭 의장은 "나는 법대로 했고, 법 이전에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을 하루 연기하려고 (한나라당에) 호소했지만 안됐다"고 답했다.

이 의장은 또 "박승국 의원의 홍위병 발언은 속기록에서 삭제해야 할 것"이라며 "나도 이재오 총무의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경고하려다 말았다"고 말했다.

▲송훈석 민주당 수석부총무와 박승국 한나라당 수석부총무가 국회의장실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같은 시각 의장실 밖에서는 박승국 한나라당 수석부총무를 비롯, 박종희·박혁규·김성조·안영근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11명이 "본회의를 속개하고 야당만이라도 국무위원의 답변을 들어야 한다"며 의장을 데리러 와 잠시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만섭 의장과 면담 후 "내일(20일) 오전에 국회를 개회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오늘 본회의를 산회시키는데 동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서 이날 국회는 오후5시 30분쯤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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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 저서 <이재명과 기본소득>(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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