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는 전쟁 부르는 '죽음의 상인'

<진단> 그가 '최악의 환대' 무릅쓰고 방한하는 목적

등록 2002.02.20 09:35수정 2002.02.2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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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후 성남 공군기지앞에서 부시 방한을 규탄하는 시민단체 회원. ⓒ 오마이뉴스 권우성
조지 W. 부시 미합중국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초청으로 2월19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다. 청와대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동맹관계 공고화와 대북정책 공조 강화, 9·11 테러사태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 과정에서의 협력방안 등 양국간 공동 관심사에 관하여 협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50여 년 동안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한미 관계에 비추어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전례없는 '최악의 환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런 조짐은 각계각층에서 나타나고 있다. 방한 전날인 2월18일 한총련 학생들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빌딩 45층에 있는 미국의 기업이익을 상징하는 미 상공회의소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이들이 농성현장에서 발표한 성명의 제목은 '전쟁위협, 무기강매, 내정간섭의 장본인 부시 방한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서울 세종로 미 대사관 앞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부시의 방한을 반대하는 릴레이 시위가 계속되었으며, 서울 명동 YWCA 강당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즈음한 700인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극적인 장면은 이른바 '민의의 전당'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벌어졌다. 한 국회의원이, 그것도 여당 의원이 국회에서 미국 대통령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시키려는 '악의 화신'"으로 규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50여 년 동안의 한미 동맹관계사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래서 한미 양국은 부시 방한일정 상의 경호를 대폭 강화하고 있지만 어쩌면 부시는 한국에서 꽃다발 대신에 달걀세례를 받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부시 자신의 발언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시 대통령이 이처럼 뻔히 예상되는 '최악의 환대'를 무릅쓰고 방한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우선 흥미를 끄는 것은 군사정보 전문사이트인 <디펜스코리아>(defence.co.kr)가 부시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대북 강경발언을 하는 배경을 짚어본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다.

2월 2일∼5일 동안 실시해 1300명이 응답한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네티즌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테러 확전 목록에 급작스레 북한을 포함시켜 긴장을 고조시킨 목적을 묻는 질의에 △한국에 대한 무기구매 압력용 51% △'엔론사태' 물타기 작전 31% △북한 길들이기 15% △기타 3% 등으로 응답했다.


관련기사
"부시 '악의 축' 발언은 무기구매 압박용" 70%
"북-미 체육경기할 때 북한 응원하겠다" 80%


인터넷 여론조사라는 한계는 있지만, 이 설문조사는 일반 네티즌이 아닌,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번만 투표가 가능하도록 한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조사결과에서 주목되는 점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 배경과 관련해 한국의 F-X(차세대전투기) 사업이 그 주요한 원인인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즉 디펜스코리아는 "(미국이 한국 공군에 팔려는) F-15K는 단종 우려 등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불리한 반면, 단기적으로 볼 때 경쟁기종에 비해 한국이 가장 빠르게 도입하고 전력화할 수 있는 기종이기에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선정에 유리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부시의 대북 경고발언은 '대북용'이 아니라 미국 국내문제와 한미관계용이라는 것이다.

방한을 앞둔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한국의 F-X사업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은 미국 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한 보고서는 미국이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한국에 F-15 전투기 대대를 배치했으며,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의 공군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지만 정상회담의 모양새를 고려할 때 부시 대통령이 직접 F-15K 전투기 구매압력을 가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F-15K의 제작사인 보잉이 공화당의 주요 자금줄인데다가 보잉사는 지난해 2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 국방부의 신형 최첨단 전투폭격기 도입사업인 JSF(Joint Strike Fighter) 사업을 두고 벌인 계약경쟁에서 록히드 마틴사에 패함으로써 F-15 공장문을 닫지 않으려면 한국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활을 건 로비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JSF는 미 공군의 F-16과 A-10, 해군의 F-14, 해병대의 해리어기를 대체하게 되는 만큼 탈락한 업체는 향후 10년 안에 전투기사업에서 손을 떼야 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다).

부시 대통령 일행의 방한단 가운데 피터 로드맨 국방부 국제안보차관보가 포함된 점이라든가, 최근 '친미'적 발언을 보여온 김동신 국방장관이 갑자기 확대정상회담에 배석자로 포함된 점 등이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하겠다.

물론 이번 방한에서 부시는 그 동안 북한에 대해 줄기차게 요구해온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중단과 미사일 개발 및 수출 포기 그리고 재래식 무기의 후방 재배치를 북한의 목전에서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WMD는 말할 것도 없고 미사일만 해도 북한은 미국과 '게임'이 안되는 실정이다.

이를테면 START(전략무기감축협정)Ⅰ조약 양해각서(2000. 1. 1) 상의 전략핵 탄두는 미국 7763개, 러시아 6998개이고,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탄두는 미국 6185개, 러시아 6146개인 반면에 미 CIA 정보에 따르더라도 북한은 겨우 핵무기 1∼2개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한 정도일 뿐이다.

또 최근 갑자기 현안이 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및 수출 문제만 해도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전략핵 운반기구를 비교하면, 미국은 이미 작전 배치한 1451개로도 부족해 이른바 MD라는 '미사일 잡는 미사일망'을 구축하려고 하는 데 반해 북한은 이제 겨우 1기를 발사 시험한 '개발 단계'에 있는 정도다.

▲ 김당 기자 ⓒ 오마이뉴스
지금 부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MD를 구축하고, 남한에 대해서는 최첨단 무기를 팔려는 한편 북한에는 또 재래식 무기를 감축하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부시를 두고 두 얼굴의 '죽음의 상인'으로 부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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