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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획] 한반도 위기,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5)

등록 2002.02.20 09:47수정 2002.02.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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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전방배치 군사력의 후방 이동을 포함한 한반도의 군비통제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진은 휴전선 철책을 순찰하고 있는 국군 병사들. ⓒ 국방홍보원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는 물론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군사력도 문제삼고 나옴으로써, 한반도 군사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3만 7천명의 주한미군을 비롯해 약 10만명의 미국인이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에 미국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6월 초 대북 대화 재개 방침을 천명하면서, 북한의 핵, 미사일 등 이른바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재래식 군사력 위협 문제를 3대 의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2002년 1월 말 '악의 축' 발언 이후에는 "북한이 휴전선 배치 군사력을 뒤로 물리면 대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군사력 후방 배치를 대화의 전제조건처럼 말하고 있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남북한 모두를 당황하게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군사문제에 있어서 대량살상무기는 북미간에, 재래식 군사력 문제는 남북한간에 협상한다는 '역할분담론'을 미국 측에 요구해왔다. 부시 행정부가 2001년 6월 대북대화 3대 의제의 하나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다루겠다고 했을 때, 김동신 국방장관은 워싱턴을 방문해 재래식 군사력 문제에 있어서 남한의 주도권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고,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를 인정했었다.

그러나 '악의 축' 발언이후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위협을 한층 강하게 들고 나옴으로써, 남한 정부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 된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부시 행정부가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집중적으로 문제삼음으로써 김대중 정부 역시 이 문제에 정책적인 우선 순위를 둘 수밖에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역할 및 입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큰 문제는 북한의 군사력을 뒤로 빼라는 부시 행정부의 요구는 남한 정부의 군비통제 전략과도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선 신뢰구축, 후 군비축소'의 기본방침 아래, 먼저 군직통전화의 개설, 군 인사 교류 및 훈련 통보 등 군사적 신뢰구축을 이루고, 그 다음에 군사력 후방배치 및 군축문제를 다룬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런데 부시 행정부는 군비통제의 최종 목표 가운데 하나인 북한의 군사력 후방 배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러한 한미간의 입장 차이를 앞으로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도 큰 문제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한미군부터 철수하라"


부시 행정부가 재래식 군사력을 문제삼고 나온 것에 대해 북한은 "주한미군부터 철수하라"며 강하게 반발해오고 있다. 북한은 주한미군은 '전쟁억지'이고 북한의 군사력은 '위협'이라는 주장은 미국 측의 주장이라며, 북미간에 적대 관계가 지속되는 한 재래식 군사력의 후방 배치 및 감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특히 미국이 계속 대북적대정책 및 군사적 압박을 계속할 경우 '자위적' 수단으로 군사력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북한 재래식 위협의 전면적인 제기가 오히려 북한의 군사력 강화의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후 주한미군 철수 요구를 중단했다가, 부시 행정부가 북한위협론을 전면으로 들고 나온 후, 주한미군 철수를 연일 요구하고 있어, 한반도의 군사문제를 둘러싸고 예전의 갈등으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11월15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33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김동신 국방부장관(오른쪽)과 럼스펠드 미 국장장관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재확인하고 있다. ⓒ 국방홍보원


북한이 군사력을 전진배치한 이유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을 휴전선 인근으로 전진배치한 것을 기습남침용으로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한과 미국의 시각이다. 실제로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을 휴전선 인근으로 집중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대단히 공세적인 핵전략을 채택하면서부터이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직후, 미국의 덜레스 국무장관은 '대규모 보복전략'을 천명했다. 적이 재래식 군사력을 동원해 침공할 경우 핵무기로 대량보복하겠다는 전략이었고, 1955년 1월 서울을 방문한 아써 래드포드 합참의장은 이 전략에 한반도도 포함된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1958년부터는 주한미군이 다양한 전술 핵무기를 전진배치하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의 공세적 핵전략은 1991-1992년에 걸쳐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를 철수함으로써 그 위협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전술 핵무기 철수가 곧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게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지하시설 파괴무기에 핵무기 장착을 고려하는 등,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에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계속 유지해오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되지만, 이러한 한미연합의 핵억지력은 '과도한' 억지력이다. 북한이 미국의 대량핵보복전략 및 핵무기 전진 배치에 대해 '적 끌어안기' 전략으로 대응하게 만든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보유·배치하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휴전선 인근으로 병력 및 장비를 집중시키는 것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남한과 주한미군을 피해를 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미국이 핵무기 사용을 주저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대량보복전략과 함께 북한이 전진배치 군사전략을 채택하게된 또 하나의 중요한 배경은, 한미연합전력이 1980년대 초반 '전진 방어 전략'에서 공세적 방어 전략인 '공지전 전략'으로 대북군사전략을 전환한데에 있다. 이 전략에서 미국이 천명한 목표는 북한의 침공 시 단순히 남한을 방어하는 것만 아니라, 전쟁을 북한 지역으로 확대해 북한 체제 자체를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은 공세적 핵전략을 계속 유지하는 한편, 막강한 공군력을 동원해, 북한군이 침투하기 전에 섬멸시키고 후방의 주요 시설 및 군수품 보급체계를 파괴해 조기에 전쟁을 종결시킨다는 전략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군비통제정책 전면 재검토해야

물론 북한이 휴전선에 집중 배치된 장사포를 비롯한 군사력을 후방으로 물리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비현실적인 희망사항이다.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있어 궁지에 몰리고 있는 북한이 재래식 군사력마저 후방으로 이동시키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전쟁억지력을 사실상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함으로, 북한으로서는 조건과 환경이 충족되지 않는 한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기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을 포함한 한반도의 군사문제는 '일방적인' 위협 감소나 군축이 아닌 '상호간의' 위협 감소 및 군축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느끼는 안보위협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한걸음도 진전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전방배치 군사력의 후방 이동을 포함한 한반도의 군비통제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북한의 전진배치 군사력을 '남침용'으로 한정하는 경직된 사고방식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연합전력의 경우 핵 억지력을 비롯해 다양한 차원의 대북 억지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북한의 경우에는 미사일 개발을 제한받고 있는 상황에서 믿을 구석은 서울을 사정권에 둔 장사포를 비롯한 전진배치 군사력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을 인정한다는 것, 즉 한미 연합전력도 북한에게 상당한 위협이 되고, 이에 따라 북한도 북한식의 억지력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할 경우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및 미국 등 한반도 군사문제의 당사자가 한발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군사문제에 있어서 남한을 대등한 협상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남한은 당사자 해결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느끼는 위협 대상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보고 있고, 남한은 북한이 남한을 배제하고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해 한반도 적화통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하에 한미 정부는 한반도 군사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경직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북한은 주한미군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대북위협이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재래식 군사력 문제를 들고 나온 것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반도 군사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남-북-미 3자 협의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 협의틀에서는 상호간의 군사적 신뢰구축, 남북한 및 주한미군의 전진배치 군사력의 재조정 문제, 주한미군의 규모와 성격 조정, 북한의 노동당의 규약과 남한의 국가보안법 및 북한주적 개념 등 남북한 상호간의 적대적인 법적·제도적 틀의 해결 방안, 전력증강 사업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면서 단계적으로 하나하나씩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한반도 군비통제 전략이 남-북-미 3자틀에서 포괄적이면서도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남한 내부가 군사력 후방 배치 등 군사문제를 풀 준비와 환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가령 상호주의에 따라 남북한 모두 재래식 군사력의 후방 배치를 추진할 경우, 남한은 북한과 성격이 다른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후방으로 기지를 이전할 땅을 매입하기도 힘들뿐더러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할 방법도 막연한 것이다.

더구나 남한에서 휴전선 후방은 바로 수도권이지 않은가? 이러한 이유로 김종대 군사평론가는 "남북한 군사력의 후방 배치를 오히려 우리 국방부가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난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군비통제 및 군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 미국을 비롯한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하기 위해서 군축은 불가피한 현실이 되고 있다. 북한의 군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남한은 물론 미국 역시 최소한 주한미군에 있어서는 그에 걸맞은 군축을 추진해야 한다.

결국 진작에 추진했어야 할 일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한반도의 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군사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는 결국 남한이 의지를 갖고 북한과 미국을 견인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군사문제를 풀 수 있는 '3자 기구'를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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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조선(북한), 평화, 통일, 군축, 핵문제와 평화체제, 한미동맹과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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