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설 선물을 돌린 까닭은?

한나라당 마산시장 후보경선 참여 예상자 설 선물 공세

등록 2002.02.20 09:44수정 2002.02.2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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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하던 바가 현실로 나타났다. 오는 6월 4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황철곤 마산시장과 변민욱 전 부시장이 설 직전, 한나라당 마산 합포·회원 양 지구당 당직자들에게 선물공세를 경쟁적으로 펼친 의혹이 제기되어 물의를 빚고 있다.

이는 공직협 차원의 '선물안주고 안받기 운동'에 역행한 처사로 시민을 물론 공직사회 내외로부터의 비난이 쏟아질 전망이다. 특히 언론에서 수차례 지적된 바 있는 여·야의 '지방선거 후보 상향식 공천을 위한 경선제도'의 폐단 우려가 사실화된 것이어서 파장의 확산과 함께 보완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변 전 부시장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이미 증거를 확보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 시장도 일부 당직자에게 선물을 공여한 사실이 속속 전해지고 있어 자유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로써 이미 예상된바 있는 '지방선거 후보자 상향식 공천제'의 폐단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발한 셈이 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다수의 시민들은 "민주성지 마산에서 불명예스런 기록을 최초로 남겼다"며 "분노나 비난할 가치도 없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마산시민에게 치욕을 안겨준 이들의 선물공세 전말을 단독 입수했다.

변 부시장, 간장 선물셋트 300여개 택배

마산시 선관위(위원장 이형석)는 지난 15일경,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설연휴 기간중 자신의 집으로 변민욱 부시장의 명함이 부착된 몽고간장 선물셋트가 배달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즉각 조사에 착수한 선관위 직원들은 선물셋트를 배달한 H택배회사를 역추적해 변 부시장의 명함이 붙은 총 300여개의 선물셋트가 마산시내 일원에 배달된 것을 확인했다.

셋트당 가격대는 대략 1만5천여원으로 다량 구입시의 할인이 적용되더라도 4백여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이중 일부는 수취거절 당해 택배회사로 반송되어 보관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산시 선관위 김기봉 사무국장은 "수신자의 주소를 택배회사로부터 넘겨받아 정밀 조사를 해봐야 정확하겠지만, 아마도 경선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한나라당 당직자 위주로 보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명백히 공직 선거 및 부정선거 방지법상의 '후보자 기부행위 제한 위반'으로 '5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중대한 범법행위가 된다. 선관위는 조만간 변 전 부시장을 불러 정확한 진상을 조사할 방침이다.

변 전부시장, "사필귀정... 결과 나올 것"


이에 변민욱 전부시장측은 지지자 중 누군가의 독단적인 돌출행위라며 해명하고 있다. 변 전부시장 측은 선물셋트 전달 동기에 대해 "모 지구당 당직자가 변 전부시장 측근들에게 황 시장측이 전통주와 한과를 돌리고 있는데, '왜 가만있느냐'고 보채자 급한 김에 변 전부시장의 재가없이 보냈을 것"이라며 변 전 부시장과는 직·간접 개입 의혹을 일축했다.

변 전부시장은 "나와는 아무 관련없는 일로 이 사건의 결과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될 것"으로 장담했다. 그가 말한 사필귀정 의미는 현재 경쟁자중 누군가를 겨냥한 것으로 이 사건이 자신에게만 국한된 것만은 아닐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그 파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선관위 고발은 누가 했나?

선관위가 '기부행위 제한 위반'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자, 변 전 부시장측은 19일 예정이던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무기한 연기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腐心)하는 한편, 고발자 색출에 고심참담(苦心慘憺)하고 있는 모습이다.

변 전부시장측은 황철곤 시장과 긴밀한 관계의 당직자가 있는 모 지구당을 의심하고 있는 눈치다. 변 전부시장 명함이 부착된 선물셋트 배달이 최초로 접수된 곳이기 때문이다. 신고를 접한 지구당 간부가 선물셋트에 부착된 명함과 택배회사 인수증을 확보한 상태에서 당직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선물도착 여부를 확인하고, 위원장에게 보고를 한 직후, 선관위에 제보가 접수된 것으로 미루어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그러나 이 지구당 관계자는 사실무근으로 치부하고 있다.

황 시장도 선물셋트 전달 확인

또 황철곤 시장도 한나라당 일부 당직자에게 변 부시장보다 앞서 설 선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나 대상자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일단의 구설수에 이어 또 한번 시민들의 입질에 오르내리는 딱한 신세에 봉착할 것으로 보여진다.

황 시장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선물은 백제주등 전통주와 한과. 마산 회원 지구당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당직자들 입에서 시장으로부터 백세주와 국화주 선물셋트가 배달되어와 잘 마셨다"는 말을 정확히 청취했음을 두세번 확인시켜 줬다. 합포지구당 일부 당직자들 사이에서도 황 시장이 보낸 선물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선물셋트는 누가 보냈는지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고 확인이 어려운 인편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달한 이가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수 없으나, "시장이 보냈다"는 말로 보아 공무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다 시장의 오른팔 격인 모 부서의 공무원이 시장이 선물을 전달한 시기와 거의 동일한 시점에 한과를 비롯한 선물셋트 2백여만원어치를 자신의 신용카드로 대량 구매한 것으로 드러나, 황 시장이 보낸 선물과 상당한 연관설이 있을 것이란 의심마저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 공무원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는 기자에게 자신의 형이 운영중인 병원의 단골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선물 구매를 부탁해왔고, 연말정산시 세제 혜택등의 이점이 있어 흔쾌히 응해준 것 일뿐이라며 황 시장 선물 공세와는 관련이 없음을 극구 부인했다.

황 시장은 일부 당직자에게 선물을 보낸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18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 당직자 일부가 시장님이 보낸 백세주등 전통주를 받았다는 데 맞습니까'라는 질문에 "선물을 보내온 몇몇 사람에게 답례차원에서 비서를 시켜 보낸 사실은 있다"고 일부 인정했다.

위원장 입김 배제 위해 선거인수 2천명선 적정

이번 설 선물 사건은 선진 민주정치의 기초적 실험이라 할 수 있는 여야의 지방선거 후보 상향식 공천제가 지역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지구당 위원장이 전체 당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밀실, 야합, 정실, 독단, 전횡으로 후보자를 선정해 지역민이 올바른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는 국민적인 원성에 떠밀려 마지못해 도입했지만, 여전히 부실운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마산의 경우, 양지구당 위원장의 갈등과 반목으로 어쩔수 없이 경선을 치러야 될 상황에서 본 선거에 앞서 선거인단을 매수하기 위해 금품이나 향응 제공등이 수반될 것이 자명하다. 이번 설 선물 살포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한나라당 경선규정에 따라 인구수 1천명당 1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할때, 합포지구당 211명, 회원 지구당 222명등 도합 433명만에 의해 시장후보가 선정됨에 따라 지구당 위원장의 장난이나 경선에 참여하는 후보자의 금권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어차피 경선을 치러야 한다면 경북 안동시처럼 2천명의 선거인단을 구성해 사전매수행위를 엄두도 못내도록 봉쇄해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의원은 중앙정치에 전념하고 지역의 일꾼은 지역민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계속해서 국회의원이 지역 제왕의 군림을 부릴수록 정치적 생명도 단축된다는 것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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