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악의 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 미국인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등록 2002.02.20 17:37수정 2002.02.2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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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래곤주 포틀랜드시에 거주하는 미국인 제럴드 와이너(66) 씨가, 19일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지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내왔다.

미 육군 소속 미사일 기술자였던 제럴드 와이너 씨는 1953년 7월 휴전 직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팀스트리트 훈련에 즈음해 수시로 한국을 찾았다.

▲95년 박용길 장로의 소개로 김대중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한 와이너 부부 ⓒMrs.Weiner


한국에 관한 막연한 지식만 갖고 있던 그가 한국 역사와 한미 관계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75년 한국인 아내 이덕문(그레이스 와이너) 씨를 만나면서부터.

와이너 부부는 80년 광주사태, 군사정권의 대학생 녹화사업 등 한국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수시로 미국 대통령에게 항의 편지를 보내왔다.

와이너 부부는 95년 고 문익환 목사의 부인인 박용길 장로의 소개로 당시 대선 패배 후 야인으로 돌아가 있던 김대중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만나기도 했다. 당시 김 대통령에게 주한 미군이 철수해야 한반도가 통일될 수 있다는 자신의 견해를 강력히 피력했던 와이너 씨는 이번 편지에서도 과거 독재정권을 옹호해온 부시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해 비판하면서 김 대통령이 부시에게 미군 철수를 요구해줄 것을 당부했다.

81년 예편한 제럴드 와이너 씨는 최근까지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근무하다 얼마 전 은퇴해 포틀랜드 시에서 살고 있다. 한편 현재 박정희기념관반대국민운동 미주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덕문 씨는 이달 초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에 맞서 현지 교민단체들과 함께 '부시 대통령에게 항의 편지 보내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20일 전화 통화에서 이덕문 씨는 "노벨평화상까지 탄 김 대통령이 부시를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는 뜻에서 남편이 자진해서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 20일 도라산역 플랫폼에 도착한 부시 대통령이 철도 침목에 기념 서명하고 있다. ⓒYTN 촬영 YTN



다음은 제럴드 와이너 씨가 아내 이덕문 씨를 통해 20일 새벽(한국시간) <오마이뉴스>로 보내온 편지 전문이다.


김대중 대통령께

저는 미 육군에 복무중이던 1953년 당신의 나라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한국체류 기간 동안 저는 많은 한국인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한국의 역사는 물론 일본과 중국, 미국이 한민족에게 저질렀던 잔악한 행위에 대해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1975년 한국에 다시 왔을 때 전 숙명여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아내(이덕문)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저로 하여금 한국의 진정한 역사와 문화, 풍습에 관해 눈뜨게 만들었습니다.

1995년 우리 부부는 박용길 씨(고 문익환 목사 부인/편집자 주)와 함께 서울에 있는 당신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접견중 저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미군을 한국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이라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것(미군 주둔)이 동아시아의 안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이라면서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특히 부시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더욱 더 그 방법뿐이라고 절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시가 자신이 재림한 예수이고 그가 "악의 축"이라고 언급한 다른 나라들에 맞서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추측합니다.

미국은 "그것(악의 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처음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인디언들로부터 모든 영토를 빼앗았고 흑인을 노예로 만들었습니다. 과거 미국은 쿠바의 바티스타, 아이티의 뒤발리에, 필리핀의 마르코스, 한국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같은 압제적인 독재정권을 지원해 왔습니다.

미국은 자신들을 골탕먹인 이란에 맞서 싸웠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석유 사랑"에 의해 좌우되는 미국의 이익에 심대한 해를 끼치자 지금은 그에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같은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제 정권을 보호해주기도 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모토는 "내가 하는 것처럼 따라하지 마라.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입니다.

북한에 있는 "저의" 형제 자매들에게 폭탄이 떨어지기 전에 당신은 미국에게 즉각 남한에서 미군을 철수하라고 말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북한에도 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2년 2월19일

제럴드 L 와이너
미국 오래곤주 포틀랜드시


<편지 원문> Dear President Kim

President Kim Dae Jung
The Blue House
Seoul, Korea

Dear President Kim: 19 Feb 2002

I first came to your Country in 1953, while in the U.S. Army. During my tour of duty at that time I made a lot of Korean friends (soldiers with whom I served).
I never learned anything at that time of your History and all the atrocities committed against your people by Japan, China and the U.S.

The next time I came to your Country was in 1975, when I met by wife (Lee Duk Moon). She was a graduate of Suk Myung Women's University and majored in Government.

She thuroughly opened my eyes to the real History, culture and customs of your Country.

In 1995, My wife and I (accompanied by Pak Yung Kil), were granted an audience with you at your home in Seoul.

During this audience, I expressed to you that I felt the best way to achieve "Korean Reunification" was to first get the U.S. troops out of your Country! You disagreed with me, saying it was the best way to keep stability in the Far East.

I still feel the same way today and more so since Bush became President, I guess he feels he is the second coming of Christ and is to make all the judgements against other Countries, i.e. his reference to the "Evil Axis"!

Our Country is so full of "it", first they stole the
whole country from the American Indians, then they
enslaved the Black Man. Throughout our History we have supported the Oppressive Dictatorships, Batista in Cuba, DuValier in Haiti, Marcos in the Philippines, Pak, Chun and Ro in South Korea. We supported Saddam Hussein in Iraq against Iran, because Iran did a job on us, but now we are against Hussein because he had invaded Kuwait, and that would seriously hurt American interests driven by an "oil love". We defended an oppressive regime in Saudi Arabia for the same reason.

The motto in this Country is, "Don't do as I do, but do as I say"!

It is past time for you to tell the U.S. to begin immediately to withdraw their forces from South Korea, before the bombs begin to fall on "my" brothers and sisters in North Korea. I have family by marriage in the North.

Thank You,

Gerald L Weiner
140l6 SE Rhone St/
Portland, Or 97236

P.O. Box 16474
Portland, Or 97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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