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이 기사를 읽으신다구요?

등록 2002.02.20 17:38수정 2002.02.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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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찮게" 이 기사를 읽으신다구요? 다음부터는 "우연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002년 2월 16일자 중앙일보 38면. 이진영의 소설 '슬픔은 비로 내리고'를 소개한 기사 중의 한 토막.
…민규는 음악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젊은이. "우연치않게" 그가 사별한 남편과의 옛 기억만을 안고 사는 연수와 만난다.


2002년 1월 29일자 영화 잡지 주간 씨네버스 74호 42페이지.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소개한 기사.
…택시기사 경선과 전직 라운드 걸 출신의 가수를 꿈꾸는 선글라스 수진은 "우연찮은" 충돌사고로 만나…

2001년 2월에 출판된 이호철 소설집 '이산타령 친족타령' 51페이지. '사람들 속내 천야만야'라는 소설의 일부분.
…1945년의 해방과 광복은 규모야 어떠했든 함흥에서 약종상을 생업으로 해오던 그이네에게도 "우연찮게" 느닷없이 굴러든 호박이었다.

(인용 문장의 큰 따옴표는 기자가 임의로 표시한 것임)

우연(偶然)이란 단어에는 '어떤 다른 것과 인과 관계가 성립하지 않고 또 그것과의 연관이 명백하지 않아 그것의 발생·양태를 미리 상정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전의 설명이 붙어 있다.

아이들이 쉽게 단어를 찾아 보는 인터넷 사이트의 사전을 찾아 들어갔더니 '뜻밖에 저절로 됨, 또는 그 일' 혹은 '아무 인과 관계 없이 또는 뜻하지 않게 일어난 일'이라는 조금 더 간단한 풀이가 적혀 있다. 반대어는 모두 필연(必然)이다.


신문과 잡지, 책에서는 물론 우리들이 평소에 말할 때 아무 거리낌없이 쓰고 있는 '우연찮게'라는 말을 들여다 보면, 그것은 '우연하지 않게'라는 뜻이고 그렇다면 '필연'이다. 위에 예로 든 문장에서 '우연찮게, 우연찮은'을 '필연적으로, 필연적인'으로 바꾸면 글 쓴 사람의 뜻에 맞을까.

글을 쓴 사람들도 분명 '우연찮게'는 '우연히'로, '우연찮은'은 '우연한'의 의미로 사용했을 것이다. 한 번 바꾸어 넣어서 읽어보자.


사소한 것은 사소하기 때문에 충분히 고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우연찮게 그 곳에 가서 우연찮게 친구를 만나지 말고, 우연히 그 곳에 들렀다가 우연히 친구를 만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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