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석 잦은 영수와 '개근'을 약속하며

꿋꿋하게 열심히 잘 생활하기를 빕니다

등록 2002.02.20 18:21수정 2002.02.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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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에 종업식을 했지만 아이들은 오늘까지 학교에 나왔습니다. 새로 편성된 반을 알려주고, 새 학년을 준비하며 자율학습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기 위함입니다. 오늘 오후 3시쯤 해서 새로 편성된 반 용지를 들고 교실에 갔습니다.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담임이 종이 한 장을 들고 들어가자 순식간에 조용해졌습니다. 2학년 반 편성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궁금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전에 먼저 남학생들에게 한 가지 일거리를 주었습니다.

우리가 그 동안 사용했던 교실은 앞으로 2학년이 쓰는데, 정원이 41명이므로 남는 책걸상 여섯 개를 도서실로 갖다놓으라고 했습니다. 남학생들이 여러 명 일어났습니다. 저마다 책상과 걸상을 들고 나갔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나의 말 한마디에 움직여주는 그들이 고마웠습니다. 들고 나간 아이들 중에 영수(가명)도 있었습니다.

영수가 책상과 걸상을 한꺼번에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난 다른 아이들에게 크게 말했습니다. 덩치가 좋은 아이들이 갖고 나오면 좋겠다고요. 영수는 좀 약하게 생겨서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한 것입니다. 그래도 영수는 능히 할 수 있다는 듯이 번쩍 들고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도 다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특히 영수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 들었습니다.

가장 늦게 책걸상을 갖고 나갔기 때문에 영수는 가장 늦게 들어왔습니다. 그는 빈자리에 가서 앉아 칠판을 쳐다보았습니다. 내가 아이들이 나간 사이에 번호를 먼저 다 적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영수가 2학년에 올라갑니다. 지난 4일에 개학을 했는데, 그는 머리가 많이 길어서 나에게 꾸중을 듣고 약속한 날짜에 알맞게 자르고 왔습니다. 개학을 한 이후 2주일간 학교에 나왔는데, 그는 그 동안에 지각을 두 번 가량 했습니다. 교무실로 불러서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앞으로 지각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작년 3월에 1학년 신입생을 맡아 상담을 했습니다. 거의 5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므로 한 달이 넘게 걸렸습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교무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몸은 힘들었지만 아이들의 신상을 잘 알 수 있어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영수는 상담을 하며 내 마음이 많이 아팠던 아이입니다. 말을 잘 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부모님이 방앗간을 하며 남동생과 행복하게 살았었는데, 그만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심하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아버지는 많이 나으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치료는 계속 받아야 된다고 합니다. 방앗간 일은 작은 엄마가 맡아서 하고 있으며, 자기와 동생은 지금 작은집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눈이 좋지 않은지 도수가 높은 안경을 쓴 영수의 이야기를 듣고 담임으로서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학비감면신청을 하면 어떠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아니라고, 학비는 낼 수 있다고 내게 말했습니다. 난 그 대신 그 아이의 특기적성교육비를 면제해주었습니다. 담임의 재량으로 소수 인원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생활을 잘해주면 참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는 지각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심지어는 전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많이 늦게 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아침에 조례하러 들어가 아이들에게 말하고 있으면 복도로 난 창 밖으로 그가 보입니다. 5분만 일찍 오면 지각을 면하는 것인데 그게 안됩니다. 매도 좀 대고 타이르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가 더 있습니다. 결석과 조퇴가 많았습니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아파서 그런 것입니다. 감기가 걸렸다고, 몸살이 났다고, 몸에 열이 많이 나서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어떤 날은 지금 방에서 기어다닌다고 친구에게 휴대폰으로 연락하여 교실 안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난 영수에게 말했습니다. 교무실에 데려다가 말하기도 하고, 전화로 오랫동안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아파도 잠시라도 나왔다가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학교에 보건실이 있으니까 가서 누워 있으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몹시 아프다고만 되풀이하여 말했습니다.

이번에 학교생활기록부를 정리하며 마음이 더욱 아팠습니다. 영수의 출결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영수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담임인 나도 그 아이의 출결에 대해 책임이 많습니다.

부모님의 아픔을 알기에, 영수가 지금 집이 아니고 작은집에서 동생과 같이 생활한다는 것을 알기에 - 작은집에서 아무리 잘해준다고 하더라도 부모님보다는 덜할 것입니다 - 그 아이에게 가능한 따뜻하게만, 정답게만 대해주었던 나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 아이에 대한 참된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결석과 지각과 조퇴가 그렇게 많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었으니 그가 나중에 진학이라든가, 취업이라든가 생활기록부가 필요한 곳에 가게 될 때에 얼마나 불이익을 당하겠습니까. 난 그 아이에게 정말로 애정을 갖고 그 당시는 좀 냉정하다 할지라도 엄하게 꾸짖어 벌을 주어 다시는 결석이나 지각하지 않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난 그것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착한 사람을 흔히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영수는 그 말에 딱 들어맞는 아이입니다. 얼마나 순수하고 착한지 반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습니다. 청소 시간이면 누구보다도 더 먼저 비나 마포를 들고 열심히 청소합니다. 요즈음에 그렇게 순진한 아이를 보기도 힘들 것입니다.

며칠 전에 출석부에 지각을 마지막으로 표시하고 나서 영수에게 말했습니다. 그 동안 여러 번 말한 것이지만 다시 강조해서 당부했습니다. 두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영수야, 선생님이 너에게 많이 미안하다. 좀더 잘해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다. 가장 미안한 것은 너의 지각하는 습관을 고쳐주지 못하고 2학년에 올려보내는 것이다. 결석과 조퇴도 마찬가지란다. 내가 엄하게 해서라도 고쳐주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했단다.

영수야, 이제 곧 2학년이다. 선생님이랑 약속하자꾸나. 2학년에 올라가서는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여 지각을 하지 않기로 말이다. 1학년 때는 지각이 두 자리 숫자였는데, 2학년 때는 많이 노력하여 한 자리 수자로, 아니 더 나아가 개근상장까지 타기로 하자. 그래서 내년 이맘때에 꼭 1학년 담임이었던 나를 찾아와 "선생님, 제가 이렇게 좋아졌습니다"라고 기쁜 모습으로 보고했으면 좋겠다. 어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영수는 단단히 각오한 듯이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내년 2월 종업식 무렵에 영수가 꼭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엄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그가 입증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힘차게 푸른 꿈을 간직하며 열심히 학교생활하기를 바랍니다. 그의 아버지도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내년 2월 종업식 무렵에 영수가 꼭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엄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말 한 마디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그가 입증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어머니는 안 계시지만 힘차게 푸른 꿈을 간직하며 열심히 학교생활하기를 바랍니다. 그의 아버지도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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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즈음 큰 기쁨 한 가지가 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오마이뉴스'를 보는 것입니다. 때때로 독자 의견란에 글을 올리다보니 저도 기자가 되어 글을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우리들의 다양한 삶을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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