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껍질 깨기,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부터

거꾸로 가는 대중음악계를 되돌리기 위해 방송사에 고함

등록 2002.02.20 21:50수정 2002.02.2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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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방송(KBS)은 지난 해 8월 폐지했던 가요순위프로그램을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대중음악 제작-유통시스템을 둘러싼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중음악개혁을위한연대모임(대개련)의 발표에서 드러났듯이 현재 우리 대중음악계는 방송사, 기획사, 제작사 간 유착과 독점의 관행으로 얼룩져 있다. 가요순위프로그램은 그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매개고리의 하나다.


가요순위프로그램은 10대 취향의 일부 댄스장르에 편중, 대중음악의 균형 있는 발전을 가로막고, 음악은 없고 쇼만 존재하는 시각적 과잉효과를 조장한다. 순위선정방식도 객관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 집계방식이나 가중치 부여에 객관적 기준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기획사와 방송제작진과의 보이지 않는 결탁과 뒷거래를 조장함으로써 한국 대중음악의 기형적 구조를 형성시킨 주범이 바로 가요순위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그 폐해는 자못 심각하다. 방송사가 프로그램 편성과 '전파'라는 공공재를 무기로 방송권력을 틀어쥔 채 대중음악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프로그램 편성이 전적으로 방송사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대개련 등에서 지속적으로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해 온 것이다.

현재 우리 대중음악은 가요 순위프로그램에 의한 부정적 폐해 외에도 다양한 문제들에 둘러싸여 있다. 전근대적이고 '조폭'적인 음반유통구조, 정확한 집계조차 불가능한 부실한 유통 인프라, 세제혜택 등 음반산업에 대한 간접지원제도의 미흡, 부족한 공연 인프라, 환경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저작권 관련 법제, 기획사의 독점적 횡포, 젊고 실험적인 인디음악의 고사위기,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약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외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중음악계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이러한 문제들이 상호 연관을 맺으면서 대중음악의 장기적 발전에 발목을 잡을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2년에는 모든 계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눈물겨운 노력이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가 그 출발이다. 지난 해 문화방송(MBC)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8%와 74%가 각각 가요순위 선정의 불공정성과 가요순위프로그램의 폐지·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방송사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지금부터라도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통해 대중음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이익을 보장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의 공공성 회복이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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