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는 인간의 행위는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 앞만 보고 달려가도 빠듯한 경쟁사회에서 뒤를 돌아보는 여유는 자칫 낙오를 의미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보는가.
과거를 되돌아보는 행위의 전형으로 우리는 흔히 '역사'를 꼽는다. 역사를 거시적인 '되돌아봄'이라고 한다면, 평가는 그것의 미시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서 과거를 바라보고, 현재를 통해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한편, 잘된 것을 계승하는 슬기를 발휘해 왔다.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미 행해진 활동의 잘잘못을 따지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지혜로움을 얻는 행위가 바로 평가다.
그런데, '역사'나 '평가'는 유명한 어느 역사학자의 말처럼 '과거와 현재의 대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과거와 현재의 대화 속에 숨겨진 판단의 준거와 잣대가 무엇이냐에 따라 대화의 방법과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의 방법과 내용에 따라 과거의 행위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의 성격 또한 달라지게 된다.
평가를 수행하는 데 있어 그 준거와 잣대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럴듯한 수사(修辭)와 체계적인 언변으로 포장돼 있더라도 그 기준과 방법이 그릇된 평가는 과거를 오늘에 되살려 얻는 지혜의 맛을 볼 수 없다. 이런 까닭에 올바른 평가 방법과 기준을 지닌 평가는 양적인 측면에 관계없이 훌륭한 평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문화관광부의 2001년 하반기 사업 자체평가는 못내 아쉽다. 평가의 기준과 방법이 단순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평가는 정책형성→집행→성과 등 정책시행주기에 따라 ①정책목표의 타당성 ②계획내용의 충실성(이상 정책형성) ③시행과정의 효율성 ④시행과정의 적절성(이상 정책집행) ⑤목표의 달성도 ⑥정책효과성(이상 정책성과) 등 여섯 가지 평가지표를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평가 세부지표들이 없어 단순하고, 지나치게 주관적인 인상이 짙다. 평가 결과가 잘된 것, 미진한 것으로 획일적으로 양분돼 제시된 것이 당연해 보일 정도다.
이처럼 철저히 양적인 측면에 주안점이 가 있는 평가는 세부 사업이 어떤 맥락과 의미를 지니고 입안되고, 실행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치명적 단점을 지닌다. 요컨대 '왜'는 빠지고 '어떻게'만 남아 있는 평가는 평가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문화정책의 올곧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때문에 문화예술을 관장하는 주무부서로서 문화부가 실행하는 모든 사업은 문화의 세기를 구축(構築)하는 나사의 암수처럼 아귀가 잘 들어맞아야 한다. 왜 이런 사업들이 시행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와 비판적 고찰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떻게'는 그 다음이다.
마찬가지로, 2001년 하반기 사업들이 왜 시행되기로 결정되었으며, 그것의 기대효과는 무엇이었고, 결과적으로 그 사업이 기대효과를 충족시켰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먼저 판단하여 제시한 후에, 어떻게 시행되었는지, 실적은 어떠한지가 제시되었어야 옳다. 그러나, 문화부가 이번에 수행한 자체 평가 결과에는 이런 점이 간과돼 있다. '왜'와 관련된 평가지표들이 전혀 없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그나마 '어떻게'를 가름하는 준거들이라도 체계적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업이 어떻게 시행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무슨 문제점이 있었고, 왜 그런 문제들이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다만, 수행이 된 것은 잘 된 것, 수행이 되지 못한 것은 미진한 것이라고 못박아 단순하게 향후 과제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부의 2001년 하반기 자체평가는 관계자들의 노고와는 상관없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평가라고 혹평할 수도 있겠다. 강조하건대 평가는 과거로부터 현재의 지혜로움을 빌어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이들은 문화부 홈페이지에 가서 평가서를 받아볼 일이다. 그런데, 뒷맛이 조금 남을지도 모르겠다. 첫머리부터 이런 문제가 비단 문화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더불어 확인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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