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반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민예총 소속 10개 문화예술단체와 35개 지역조직들이 부시 방한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서 주목된다.
민예총 소속 문화예술단체들과 지역조직들은 '부시 방한에 즈음한 민족예술인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지난 달 29일 북한, 이라크, 이란 등 세 나라를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연설 이후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이 "힘을 앞세운 일방적 패권주의에 사로잡혀 자국의 뜻에 위배되는 국가들을 겁박하며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행위"이며,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빌미로 군사력을 대폭 증강시키고, MD(미사일 방어망) 구축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려는 팽창정책의 일환"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민예총은 "미국은 세계 제1의 미사일 수출 국가일 뿐만 아니라 핵·생화학·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 보유에 있어서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MD 구축을 위해 21세기 첫해부터 'ABM(탄도탄요격미사일) 협정'을 탈퇴"한 미국이야말로 "진정한 악의 축"이라고 주장했다.
민예총은 이어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가 바로 세계평화의 적임을 엄숙히 선포한다"며 미국이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 이후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전 세계를 미국중심의 단일 시장경제 체제 아래 묶어두려 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꼬집었다.
민예총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부시의 방한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미국이 한미투자협정 강요를 통해 스크린쿼터 제도 등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려는 우리 문화예술계의 노력을 무시하는 등 일방통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문화예술계에는 9.11 테러 이후 세계 곳곳에 긴장이 조성되고, 인권침해 사태가 빈발하는 등 힘을 앞세운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상황이었다. 미국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이 이번 '악의 축' 발언을 계기로 더 심화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는 자연스레 부시가 "'악의 축' 발언을 철회하고, 한반도 민중 앞에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더불어 "힘에 의해 흥(興)한 자가 힘에 의해 망(亡)한다"는 역사적 진리를 전제로 "세계 도처에서 불고 있는 반미 열풍"을 거론하며, 미국이 "일방적 패권주의를 계속 추구한다면, 머지 않아 미 국민과 전 세계에 엄청난 위협으로 현현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민예총은 이번 방한에서 부시가 "자국의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무기구매를 강요하고,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위해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하고, 부시가 이 같은 야욕을 드러내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부시 방한 일정에 맞춰 제 민주시민사회단체 및 문화예술 단체와 함께 강력한 방한 저지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명서는 부시 방한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데다 민족문학작가회의 등 주요 문화예술 단체들과 서울·인천·부산·광주·울산·충북·강원·전남·경기 등 전국 주요 지역 문화운동 조직들이 함께 한 것이어서 특히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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