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농촌에서는 정월상달부터 마을 청소년들이 논밭두렁에 불을 놓아 잡초를 태웠다. 들판에 불을 놓는 이유는 농경지의 쥐를 먼 곳으로 쫓아 쥐 피해를 막고 해충과 병균을 제거하면서 마른 풀 깎기의 일손을 덜기 위해 성행되었다.
예전에는 현재와 같이 농업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월동 해충의 밀도에 따라 한해 농사의 풍흉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1973년까지는 병충해 저항성 벼 품종이 개량되지 않아 논밭두렁에서 월동하는 애멸구와 끝동매미충이 매개하는 줄무늬잎마름병(縞葉枯病)과 벼오갈병(萎縮病)이 많이 발생하였다.
바이러스에 강한 벼 품종은 물론이고 방제 농약도 개발되지 않은 시대의 농업은 병원균을 매개하는 월동해충의 밀도를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월동한 애멸구와 끝동매미충이 작물에 피해를 주는 경로는 논밭두렁 풀과 잔디의 해충이 논의 독새풀과 보리로 이동하고 다시 못자리와 본논 벼까지 확산되면서 벼의 영양분을 흡즙할 때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줄무늬잎마름병과 벼오갈병 등을 발생시켰다.
이 월동 해충의 밀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논밭두렁에 쥐불을 놓았다. 이때는 농촌지도기관에서도 봄철 논두렁 잡초 태우기를 장려하였고 농촌 풍습 같이 전래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바이러스에 강한 벼 품종 개발은 물론 벼 재배기술과 방제농약 개발로 바이러스에 의한 병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벼 병해충방제 총람에 의하면 "1939년과 1940년에 남부지방 일부에서 이 병에 의하여 30∼70%의 감수를 가져왔다. 전국평균 발병률은 '64년에 6.5%와 '73년도에 5.1%에 달하였고 이후에는 이병에 강한 품종이 개발 확대재배와 침투성이면서 지속적인 효과가 있는 살충제가 사용됨에 따라 발생이 미미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지금도 논밭두렁 잡초 태우기를 실시하고 있다. 옛날과 같이 농사의 풍흉이 월동해충 밀도나 외부환경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시대가 아니다. 더욱이 민속에 대한 믿음과 해학 그리고 전래에 의해 농작물의 수확량이 결정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요즘 논두렁 불놓기는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만 죽게 할 뿐이다.
학계 발표를 보면 "논밭두렁 잡초 태우기는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것이다. 겨울철 논두렁에서 월동하고 있는 미세동물을 조사한 결과 월동 해충류는 11%인데 거미나 톡톡이 등 영농에 이로운 천적이 89%나 된다.
요즘 자연농법, 친환경농업을 추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가해하지도 않는 한 마리의 해충을 잡기 위해 아홉 마리의 천적을 죽이는 논두렁 불 놓기는 타당성이 없다.
또 "봄철 산불원인의 20%가 논밭두렁 잡초를 태우다 발생한다"고 하는데 산불방지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논밭두렁 불놓기는 하지 말아야 하겠다.
21세기 농업은 디지털농업 시대이며 첨단기술농업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병충해 방제를 위한 논밭두렁 잡초 태우기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덧붙이는 글 | 노태홍 씨는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장 농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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