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장님, 사람 패는 경찰 보셨습니까?

취재기자, 시민 폭행에 엄중 항의합니다

등록 2002.02.21 11:12수정 2002.02.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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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부시 경호작전을 펴는데 크게 일조하신 이팔호 경찰청장님 귀하.

이팔호 경찰청장님.

"기자 몰아넣고 패고서 니들이 경찰이라고 할 수 있나, 부끄럽지도 않나?"

20일 부시방한 집회를 취재하던 한 오마이뉴스 사진기자의 항의의 목소리를 먼저 전하면서 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20일 서울 시내는 부시방한 반대 집회와 시위로 큰 몸살을 앓았습니다. '동맹국'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최선의 경호작전을 편 경찰에 우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수고하셨다'는 말씀 전합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정작 다른 데 있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는 부시방한을 규탄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현장을 취재한 제가 보기엔 집회는 아무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집회 막바지에 일부 단체가 부시 대통령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행위를 벌이자, 이때 수백 명의 무장경찰이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며 참석한 시민, 학생들에게 폭행을 가했습니다(기자가 보기엔 비무장인 집회 참가자들에 경찰이 폭력을 가한 분명한 불법폭력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취재중이던 저의 바로 옆에 있던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김현숙 대표가 경찰측으로부터 날아온 정체불명의 물체에 얼굴을 맞아 크게 다쳤습니다. 제가 촬영한 사진이 여기 있습니다. 또한 한 시민은 방패에 맞았는지 코 부분이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경찰은 합법적인 집회에 난입해 방패와 곤봉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들에게 폭행을 가해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습니다.


집회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분노한 참석자들은 맨몸으로, 깃대로, 물병으로 맞섰습니다. 30여 분간 폭력을 행사한 경찰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강력하게 저항하자 후퇴해 병력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예정된 집회가 경찰 폭력 규탄대회로 바뀌고 집회는 끝났습니다. 집회가 끝나자, 대표단을 앞세운 참가자들이 인도진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경찰의 폭력이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일부 시민을 포위하고, 방패로 가격하고, 위협을 가했습니다. 차량에 부착된 성조기를 문제삼아 강압적으로 제거하고, 뺏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을 취재하던 저(디지털 말)를 포함한 월간 민족21 유병문 기자,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진기자, MBC보도기자, AP통신 보도기자 등 다수의 취재기자들이 경찰의 취재방해 행위와 폭력의 희생물이 되었습니다.

항의하던 저는 경찰관 4-5명으로부터 몸을 낚아채이고, 이들은 저의 손가락을 비틀어 끌고가는 등 폭행을 자행했습니다(지금 왼손 손가락에 큰 통증이 있고, 자판을 치는 것도 너무 불편하군요). 항의하던 민족 21 취재기자에게도 경찰은 똑같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경찰의 취재기자에 대한 폭행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와 동시에 무고한 시민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이 20일 오후 종로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이 과정은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20일 기사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취재기자를 폭행하는 경찰의 모습이 생생하게 잡혔습니다.

인도에 선 시민들과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의 이같은 폭력에 강력히 항의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도대체 어느 나라 경찰이냐"고 비난을 퍼붓었습니다.

이팔호 경찰청장님.

20일 발생한 취재기자들에 대한 경찰의 폭력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중대사안입니다. 이는 개인으로서의 '취재기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언론자유'에 도전하는 국가기관의 공권력을 동원한 폭력행위로서 '국민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입니다.

현장에서 취재활동을 벌인 기자의 한 사람으로 이날 폭행을 당하고, 취재를 제약당한 기자들과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구속당한 시민들을 대신해 엄중히 항의하고, 요구합니다.

"취재기자, 시민에게 폭행을 가한 경찰을 가려내 엄중 처벌하시기 바랍니다."
"현장 지휘관을 문책하고, 폭행여부를 지시했는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찰청장 명의의 사과문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취재기자들, 시민들이 입은 부상과 취재장비 파손에 대해 배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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